4월 8일 수요일 맑음. 나 “아我” 자와 나 “오吾”자의 차이
나 “아我” 자와 나 “오吾” 자의 차이를 묻는 사람이 있었다. 뜻풀이를 과학적으로 하였다고 자랑하는 《왕력한어자전王力漢語字典》(북경, 중화서국, 2002)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이 구별하고 있다.
여 予, 여 余, 오 吾, 아 我, 짐 朕의 구별: 予와 余는 동음 동의이고, 吾와 我는 予와 余와 역시 같은 뜻(동의)이나, 다만 吾자는 동사 뒤에 오는 목적어로는 사용할 수가 없다. 《장자‧제물론》에 나오는 “今者吾喪我(지금 나는 나를 잊었다)”는 말을 “今者我喪吾”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고시대[당송 시대] 이후로는 “吾”자도 또한 동사 뒤에 오는 목적어로 사용될 수가 있게 되었다. “朕” 자는 진시황 시절 이전[선진先秦]에는 “我”나 동의어였으나, 그 뒤로는 “朕” 자가 황제의 자칭自稱으로만 사용되었다.-10쪽
같은 왕력 교수(1900~1986; 장족 출신의 중국어학자, 북경대 교수)가 지은 책의 한국어 번역본[中國語法發展史, q박덕준 외 공역, 서울 사람과 책, 1997]를 보면, 다음과 같은 좀더 구체적인 설명이 보인다.
吾는 주격과 소유격으로 사용되었고, 我는 주격과 목적격에 사용되었다. 我가 목적격으로 사용되었을 때에는 吾가 흔히 주격으로 쓰였으며, 吾가 소유격으로 쓰일 때에는 我가 종종 주격으로 쓰였다. 어떠한 경우에도 吾는 동사 뒤의 목적격으로는 쓰이지 않았다.
我善養吾浩然之氣-孟子 公孫丑 上
나는 내 자신의 호연지기를 잘 기른다.
彼以其富, 我以吾仁: 彼以其爵, 我以吾義-상동
그는 그의 부로써 하지만 나는 내 인자함으로써 하고, 그는 그의 작위로써 하지만 나는 내 의리로써 한다.
.......
吾의 기원은 비교적 늦다. 갑골문에는 아직 보이지 않았으며, 《서경‧미자》에만 예문 하나가 보일 뿐이다.-100~ 101쪽
논어와 좌전 연구로 유명한 양백준 교수(?~1993; 북경대 교수로 있다가 우파로 몰리어 난주대학으로 좌천됨)의 《古漢語語法及其發展》(상,하, 北京 語文出版社, 2001 수정판)에도 관련된 논의가 보이는데, 갑골문에서 나타나는 자칭 대사(대명사)인 “고기어 魚” 자가 뒤에 내려와서 “나오 吾”로 대치되었다는 이야기와, 진나라 때의 금문이나 석고문 같은 데에는, 이 글자의 여러 가지 이체자異體字가 보인다고도 한다.
또 비록 “我” 자와 “吾” 자의 용법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발성부위(초두 자음, 초성)는 똑 같은 후음喉音 ng-이고, 운부(韻部: 모음과 받침 및 성조 부분)는 我는 가과歌戈[ai] 부에 속하고, 吾는 어모魚模[a]부에 속한다고 하였다.-상권 100~101쪽.
이렇게 보면, 지금 우리 한국어에서 사용하는 자칭대명사 “나na”라는 말의 발음이, 중국 한족의 상고어 “吾nga”와 매우 비슷한 점이 보이며, 경상북도의 사투리 중의 “낭이”라는 말은 역시 “我ngai”와도 매우 유사하게 들린다고 할 수 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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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日斗 작성시간 15.04.10 안자의 학문은 '(성인의 경지에) 한 칸 모자란다'는 뜻으로 '未達一間'이라고 한다는데, 典據가 있는 말인지요? 처음 주역을 배울 때 아산 김병호선생이 늘 한 말씀인데, 아직 어디에 나오는 말인지 전거를 찾지를 못했습니다. 조호철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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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반농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4.11 전자판 사고전서로 검색하여보니모두 96번이나 인용된 것으로 나오는데, 이 말을 처음 쓴 것은 양웅의 문신편問神篇이고, 그 뒤 역대의 주역의 주석이나, 논어의 주석에 더러 인용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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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日斗 작성시간 15.04.11 감사합니다. 조호철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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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tapas 작성시간 15.04.11 혹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궁금해 하실 분을 위해 간단히 적습니다.
漢揚雄法言問神 ‘昔乎 仲尼濳心於文王矣 達之 顔淵亦濳心於仲尼矣 未達一間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