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타는 까닭을 / 淸草배창호
간밤에 내린 해맑은 백로白露의 이슬,
가지 끝 나뭇잎 사이로 노을빛 산하가
엊그제까지만 해도 당찬 초록의 윤슬이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을 쉬이 떨치지 못해
간절기마저 머뭇대는 그만치 놓아버린
안달 난 술렁거림이 추색秋色에 곰삭아
산허리를 휘감고서 골바람에 풀어헤친
잠의 무덤처럼 고요로 운 안개 바다에
꽃무릇의 고혹한 홍조처럼
아우성치는 갈애渴愛를 다소곳이 그려 놓았더라
눈멀듯이 이 변화의 바람을 어디에 두었는지,
생채기의 자국마저도 마구 요동치는
헛한 사무침은 가지마다 맴돌 것만
고조한 잎새마저 한때의 꿈이라 해도
괜스레 눈시울이 젖게 하는 이 가을을
The Daydream - Donde Voy (Where I Go)
늙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낸다는 것이다.
머얼리서 바라다볼 줄을 안다는 것이다.
/원시(遠視) - 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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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淸草배창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09.19 詩作=
절기상으로 익어가는 가을이건만
열대야와 불볕으로
이상 난동의 기후가 남녘의 가을은
秋分을 지나 목전에 한로寒露를 두고 있는데도
어디에 속한 계절인지 감각의 균형이 무너졌다
예년에는 한가위에 햅쌀밥으로 짓고
들녘에는 벼가
황금색으로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였는데
유난스레 길어지는 염천의 여름,
가로 수변 벚나무만 잎새가 진 반나의 나목이고
어쩌다 이른 코스모스와 꽃무릇만
새침하게 가을을 알리고 있는 것 같다
봄은
남쪽 가지에서 먼저 피우고
단풍은
윗녘에서 내려오건만 9월이 중순을 넘어가고
10월이 오는 길목에는
가을은 아직도 감감무소식인 것 같다 -
답댓글 작성자淸草배창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09.19 방랑객. 염천의 여름 끝머리,
절기조차 외면하는 독불의 모습이
하시절 우리네 자화상 같아서 안타까움의 연속입니다
고운 흔적 두심에
감사함 전합니다
건강한 여름나기 되십시오 이미지 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