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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장미 /김별
넝쿨장미 담장가에 몸을 기댄다
풀무질로 녹음을 태우는 불덩이
발갛게 달군 열기를 몰아 얼굴에 훅 덮치는
단내 품은 향기는
양귀비보다 달콤하고 독하게 스며
독주를 마신 듯 강한 취기에
의자 밑으로 끝없이 가라앉는데
강물처럼 말라버린 가슴은
한 줄기 훑고 지나간 빗발로도 고이는 외로움
열병처럼 도지는 그리움으로
자글자글한 햇살 속에
그렁그렁 고이는 눈물이나 매양 소매 끝에 찍어보다가
끈적끈적 엿가락같이 늘어져
무료하게 달라붙던 시간도 결국
재가 되도록 다 타버리고
짚불처럼 삭아 꺼져 가는 노을 속
벤치를 지키며 아직 일어서지 못한 사람아
어둡도록 누울 곳을 찾아 다시
자리를 옮겨야 할 사람아
어둠 대신 더 뜨겁고 화려한 밤은 오는데
어느덧 광기까지 뿜어내는 향기 속에
언제까지 마음을 잡아 둘 수 있겠느냐
사람아
그리움보다 더 아픈 사람아
내게 한 번도 봄은 없었지만
오월 지나 유월도 보지 못할 눈으로
넝쿨장미 가시 면류관을 쓰고 피 흘리며
지켜야 할 밤은 이렇게 오고 또 가는구나
결국 모든 것을 잃도록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빈 넝쿨에
살점 같이 뜨거운 핏덩이 한 점
가슴 저리도록 아프기만 한 마음을 두고
너는 어디에서 지고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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