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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 ♡ 시인방

오는 봄

작성자김별|작성시간14.02.16|조회수130 목록 댓글 18

오는 봄 / 김별

 

청매실을 따 담은 술독을 비우며

겨울 한 철 보냈다

새콤하고 곰삭은 향기에 취해

그런대로 세상을 잊고 살 수 있었다

가끔은 먼 사람에게

아직은 꽃망울 맺지 않은 삭정이 같은

몇 통의 편지를 받고

눈꽃이 핀 겨울 사연의 답장을 보냈다

진실 또한 그러하거니와

아! 

거짓말로 이제 무엇을 더 속일 수 있을까

뼈아픈 속살을 다 녹이지 못한 그늘을 감춘 양지陽地가에

초록 새순 하나가 내 발목을 잡아 놓고

아주 떠나버린 사람을 생각케 하더니

하마터면 모르고 지나쳤을

보일 듯 말 듯 하얗게 떨고 있는 꽃... 꽃... 꽃...그 가여운 목숨

그 여린 몸짓과 알 수 없는 이름들이

눈을 빼앗고 하루의 일상을 작파시키고

독감보다 지독한 신열을 몰고 와

쭉정이가 되어버린 텅 빈 몸을 불덩이로 태운다

어이하리요 

저 산

저 나무

저 들野이 깨어나면 어이하리요

색색들이 눈부신 폭죽을 터트리고

지상의 모든 향수香水병을 쏟아 부으면 어이하리요

 

오늘 아침에도 상여가 나갔다

그는 나보다 더 마음이 약한 사람이었으리라

문풍지를 흔드는 미세한 온기에도

밤을 잊고

이미 병이 도진 마음

오는 봄을 어이하리요

온전한 사람으로 어이 견디리요

사람아 사람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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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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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2.16 일송호님 휴일 밤이 깊어가네요. 편안히 쉬시고 계시지요.
    네 창작의 어려움과 고통을 더 말할 필요는 없겠지요.
    출산과 같은 고통이란 말씀이 새삼스럽습니다.
    인용시 역시 시를 사랑하는 마음이니 아름다운 거지요.
    애정어린 말씀 감사합니다. 편안하세요.^^*
  • 작성자하늘나라 군사 | 작성시간 14.02.16 이상 기온으로 좁은 나라에서 한쪽은 눈이 한쪽은 가뭄이 한쪽엔 비가 왜이럴까요? 저는 사람들의 무분별한 개발로 문명이란 발달로 진정한 천지를 잃어가고 있다고 봅니다 좋은밤 행복하소서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2.16 하늘나라군사님 안녕하세요. 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너무 많은 것이 파괴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 역시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이제 파괴된 것을 되살리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그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이 달린 문제일테니까요.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 작성자몽케양 | 작성시간 14.02.17 누군가 한세상 살다가
    슬픈 떠남을 하셧나요
    오는 봄을 느낌없이 미리 떠난 사람에게 작은 내 맘으로 배웅하고
    싶네요
    춥고 긴 모진 겨울이라 이리도 봄은
    기다려지는 걸까요
    내 사랑하는 사람도 따뜻한 봄을
    기다리고 있을터인데~~~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2.17 누군가 한세상 살다가
    슬픈 떠남이 있었을 겁니다.
    그러지 않고야 봄을 이토록 기다릴 수 있을까요.
    동목 가지에 새 생명이 태어나고, 꽃들이 피어나는 것이
    그것이 세상의 당연한 일만은 아니겠지요.
    그 힘, 그 신비로움이 품은 섭리는 분명
    그 이상을 담고 있을테니까요.
    몽케양님 오늘도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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