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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 ♡ 시인방

판다

작성자김별|작성시간14.07.08|조회수162 목록 댓글 26

 

판다(panda) / 김별

 

티베트 깊은 설산에는

댓잎만 먹고사는 판다가 살지

댓잎을 좋아 해 먹기는 먹지만

정작 잘 삭이지 못해 늘 배앓이를 하고

생똥을 싸지

그래도 이 미련한 것이

향긋한 풀잎도

맛있는 열매도 먹을 줄 모르고

찌륵찌륵 설사를 하면서도

고집스레 댓잎만 먹고 살지

 

아무도 없는 아주 깊은 설산에서

야금야금 댓잎만 먹고

차가운 눈 위에서 잠을 자다가

다시 설사똥을 싸고

그렇지만 세상에서 가장 큰 자유를 누리며 행복해 하지

콜록콜록 기침을 하면서도

잠들기 전에는 꼭 푸른 별을 보지

 

티베트보다 더 험한 도시의 숲에도 판다가 살지

쌀이 떨어지면

뒷문 밖에 모아놓은 빈 술병을

구멍가게에 가져다주고

라면을 바꾸어 오면 그뿐인 판다가 살지

 

혼자 슬퍼하고 외로워하고

혼자 사랑하고 그 사랑에 아파하며

꽃 한 송이 받아 본 적 없는 판다가

죽을 만큼 아파도 혼자 삭이며

시 밖에 쓸 줄 모르는 판다가 살지

결국 그렇게 죽고 말 까만 눈의 판다가

깊고 깊은 도시의 숲속에

전설처럼 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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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7.08 미경님도 판다처럼 그렇게 사시는군요. 사실이지 알고 보면 그렇게 사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것을 힘겨워하면서도 받아들여야 하는 삶들... 이 도시에는 그렇게 속골병이 들어가며 사는 사람들 많지요. 그걸 굳이 운명이라 하고 싶지는 않지만 역설적이게도 먹고 살기 위해 그렇게 해야하는 것이겠지요. 시 안쓴다고 못 살까만.
    오래 시를 쓴 시인에게 시를 빼면 무슨 의미가 있어 세상을 살까요? 세상에는 의문스러운 것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왜 그짓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사람들 말이지요. 습관화 생활화 되었을까요? 그냥 좋아서 한다고 얼버무리지만... 그게 다는 아닐 겁니다. 차마 말로는 다 못할 그 무엇이 있을테니까요.
  • 답댓글 작성자추카 | 작성시간 14.07.08 세상살이 다그런거요.
    바쁘게 열심히 사는님.
    당신은 최고여!
  • 삭제된 댓글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7.09 먼동틀때 
    먼동틀때님 안녕하세요. 새벽 일찍 하루를 여시는군요.^^* 새벽에 하루를 열면 하루가 더 길어지겠지요?^^* 새벽을 생각하면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아직 컴컴한 어둠 속에서 어머니가 정화수를 길어 장독대에 올려놓고 치성을 드리던 모습은 참으로 경건하게 남아 있지요. 저는 아직 그렇게 경건한 기도를 보지 못한 것 같아요. 그때의 어머니는 하루종일 농사 일을 하던 시골 아낙이 아니라 성녀처럼 아름답게 보였었지요. 먼동틀때님도 아마 그렇게 새벽 하루를 여실 것 같아요. 집안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안녕과 소박한 소원을 담아서 말이지요. 기복신앙을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저는 그렇게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박한 삶을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7.09 김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족의 무사함과 행복을 비는 일이야말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일일테니까요. 님의 말씀처럼 사람은 다 자기의 삶이 있지요. 그 삶이 비록 힘겹고 고단한 것일지라도 피하지 않고 열심히 사는 모습, 그것이 진정한 아름다움 아니겠는지요.
    님께서 저에게 빌어주시는 그 지극한 말씀이 저에게는 다시 배앓이를 하면서도 댓잎만 먹어야 하는 이유이고 찌륵찌륵 설사똥을 싸야하는 이유겠지요. 뿌리 깊은 큰 나무가 되라는 말씀, 가슴에 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태풍이
    빗겨 간 것 같습니다. 비가 촐촐히 내리네요. 오늘도 건강하시고 보람으로 가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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