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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놓은 산 / 김별
지난 밤 내린 비가 깨끗이 씻어놓은 산은
햇살보다 눈이 부신 녹색이다
누군가 잠들지 않고 밤새 쓸고 닦아 놓은 듯
오솔길은 발자국을 찍기조차 무안해 신발이라도 벗어야 할 것 같고
비비추 원추리꽃이 낮달 같이 조용히 지고 있다
그런 까닭일까
무지개를 색깔별로 갈라놓은 듯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 사이를
옹달샘물 같이 맑은 새소리는
이리저리 투명한 음표로 튀고
오를수록 깊고 서늘하고 촉촉한 기온이 어느새 닭살로 돋지만
따듯함보다 더 포근히 내 몸을 감싸는 서늘한 기운은
고향에라도 돌아온 듯 지친 몸이 넉넉하고 평안한데
고개를 들어보니 먼 봉우리에 걸린 흰구름 몇 점
잠시 그리운 사람을 가만히 불러보다가
가슴속에 고이는 그윽한 향기에
깨고 싶지 않은 꿈속을 걷듯 다시 걸음을 옮기는 데
길을 잃은 발걸음에 놀라
풀섶에서 날아오르는 새들도 초록이다
허물어진 돌무더기를 무심히 지나지 못하고
돌을 주워 몇 개 쌓아 본다
이토록 정갈히 마음을 모아 본 것이 언제였던가
속되고 부질없는 것이 세상사, 사람의 마음이라지만
도량이 따로 있지는 않았구나
비온 뒤끝이기 때문일까
덤불 속에 핀 버섯이 꽃보다 더 매혹적이다
버섯은 유혹의 꽃,
어느 조명 아래 여인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사람들이 알면서도 독버섯을 먹고 쓰러지는 이유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불가사의한 힘,
불나방처럼 두렵지 않게 목숨을 내던질 수 있는
유혹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오래도록 비워 놓은 산을
아주 떠나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는 것도
산이 도시보다 더한 유혹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영원히 설명할 수 없는 이유를 가진
운명의 목숨이 듯
꽃이나 산새나 사람이나
여기 안개처럼 깔린 알 수 없는 기운이나
더 깊은 숲속으로 이끄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돌아올 수 없는 미지의 여정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
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4.07.11 끼아라님 안녕하세요.
그러한 유혹을 느낀 사람이라면 아직도 정한 가슴을 가지고 있다 해도 되겠지요? ^^*
비가 온 후의 산이 참으로 깨끗하고 상쾌함을 더 했네요.
이렇게 무더운 날은 그 그늘에 들고 싶어집니다. 예쁜 말씀 감사합니다. -
작성자먼동틀때 작성시간 14.07.10 별님~★ 비온후.안개가.걷히고. 숲이.청하한.모습으로 얼굴을~드러내면~ 감히.접근할수없는~ 장엄함이.눈앞에 펼처져~~~큰~감동과 형연할수없는.신비를. 맛보지요!!! 별님.~ 투명하게.맑은.숲을보셨나보군요!!! 시향속에서~새소리가들리고~ 독버섯.처럼~아름다운자태 유혹하는~~~신비스러움~ 불나방이.불속으로.몸을날려 그유혹을~뿌리치지.못한것처럼 별님은. 깨끗하고~맑은.숲을~ 운명의목숨이듯~ 이토록~시향으로.
끌어.낼수~있음이 감탄할뿐임니다!! 나무잎사이로.은빛 무지게빛갈의. 산을^~^ 바라보네요!!!!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4.07.11 먼동틀때님은 산속의 그 신비롭고 아름답고 오묘한 가치를 너무도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현대인들은 그 산에 대한 가치를 잊고 살기 쉽지만, 산은 도시가 비워놓은 가치들을 다시 충전해 주기에 충분하지요. 도시의 밧데리라고나 할까요?^^* 지치고 외롭고 힘이 들때, 사람들이 산을 찾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사실이지 저는 산을 찾을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깊고 큰 산은 가보지 못했지만 다만 집 앞뒤 작은 산을 찾는 것이 고작이지만... 큰 품을 느끼기엔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무더운 날이지만 즐겁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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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깍지 작성시간 14.07.11 좋은아침입니다
비워놓은 산 아름답군요
오솔길은 발자국을 찍기조차
무안해 신발이라도 벗어야
할 것 같고...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 ...
정말 아름답죠
산이 이렇게 저을 유혹해서
산을 좋아하나 봅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4.07.11 깍지님 안녕하세요. 산의 아름다움과 유혹은 새삼 말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겠지요. 다만 저는 표현하는 사람이다가 보니,,, 부족하나마 그려본 것이겠지요. 원래 그것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 사람이 아쉬움이 더 큰 것이니까요. 님께서도 산 자주 가시지요? 산에서 도시에서 살아갈 에너지 많이 충전하세요.
무더운 날이기에 즐거움이 더욱 필요하겠지요. 오늘도 멋진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