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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 ♡ 시인방

비워놓은 산

작성자김별|작성시간14.07.10|조회수155 목록 댓글 8

비워놓은 산 / 김별 

 

지난 밤 내린 비가 깨끗이 씻어놓은 산은 

햇살보다 눈이 부신 녹색이다 

누군가 잠들지 않고 밤새 쓸고 닦아 놓은 듯

오솔길은 발자국을 찍기조차 무안해 신발이라도 벗어야 할 것 같고

비비추 원추리꽃이 낮달 같이 조용히 지고 있다 

 

그런 까닭일까 

무지개를 색깔별로 갈라놓은 듯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 사이를 

옹달샘물 같이 맑은 새소리는 

이리저리 투명한 음표로 튀고 

오를수록 깊고 서늘하고 촉촉한 기온이 어느새 닭살로 돋지만 

따듯함보다 더 포근히 내 몸을 감싸는 서늘한 기운은 

고향에라도 돌아온 듯 지친 몸이 넉넉하고 평안한데 

 

고개를 들어보니 먼 봉우리에 걸린 흰구름 몇 점

잠시 그리운 사람을 가만히 불러보다가 

가슴속에 고이는 그윽한 향기에

깨고 싶지 않은 꿈속을 걷듯 다시 걸음을 옮기는 데

길을 잃은 발걸음에 놀라 

풀섶에서 날아오르는 새들도 초록이다 

 

허물어진 돌무더기를 무심히 지나지 못하고 

돌을 주워 몇 개 쌓아 본다 

이토록 정갈히 마음을 모아 본 것이 언제였던가 

속되고 부질없는 것이 세상사, 사람의 마음이라지만 

도량이 따로 있지는 않았구나

 

비온 뒤끝이기 때문일까 

덤불 속에 핀 버섯이 꽃보다 더 매혹적이다 

버섯은 유혹의 꽃, 

어느 조명 아래 여인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사람들이 알면서도 독버섯을 먹고 쓰러지는 이유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불가사의한 힘, 

불나방처럼 두렵지 않게 목숨을 내던질 수 있는 

유혹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오래도록 비워 놓은 산을

아주 떠나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는 것도 

산이 도시보다 더한 유혹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영원히 설명할 수 없는 이유를 가진 

운명의 목숨이 듯 

꽃이나 산새나 사람이나 

여기 안개처럼 깔린 알 수 없는 기운이나 

더 깊은 숲속으로 이끄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돌아올 수 없는 미지의 여정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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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7.11 끼아라님 안녕하세요.
    그러한 유혹을 느낀 사람이라면 아직도 정한 가슴을 가지고 있다 해도 되겠지요? ^^*
    비가 온 후의 산이 참으로 깨끗하고 상쾌함을 더 했네요.
    이렇게 무더운 날은 그 그늘에 들고 싶어집니다. 예쁜 말씀 감사합니다.
  • 작성자먼동틀때 | 작성시간 14.07.10 별님~★ 비온후.안개가.걷히고. 숲이.청하한.모습으로 얼굴을~드러내면~ 감히.접근할수없는~ 장엄함이.눈앞에 펼처져~~~큰~감동과 형연할수없는.신비를. 맛보지요!!! 별님.~ 투명하게.맑은.숲을보셨나보군요!!! 시향속에서~새소리가들리고~ 독버섯.처럼~아름다운자태 유혹하는~~~신비스러움~ 불나방이.불속으로.몸을날려 그유혹을~뿌리치지.못한것처럼 별님은. 깨끗하고~맑은.숲을~ 운명의목숨이듯~ 이토록~시향으로.
    끌어.낼수~있음이 감탄할뿐임니다!! 나무잎사이로.은빛 무지게빛갈의. 산을^~^ 바라보네요!!!!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7.11 먼동틀때님은 산속의 그 신비롭고 아름답고 오묘한 가치를 너무도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현대인들은 그 산에 대한 가치를 잊고 살기 쉽지만, 산은 도시가 비워놓은 가치들을 다시 충전해 주기에 충분하지요. 도시의 밧데리라고나 할까요?^^* 지치고 외롭고 힘이 들때, 사람들이 산을 찾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사실이지 저는 산을 찾을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깊고 큰 산은 가보지 못했지만 다만 집 앞뒤 작은 산을 찾는 것이 고작이지만... 큰 품을 느끼기엔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무더운 날이지만 즐겁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 작성자깍지 | 작성시간 14.07.11 좋은아침입니다
    비워놓은 산 아름답군요
    오솔길은 발자국을 찍기조차
    무안해 신발이라도 벗어야
    할 것 같고...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 ...
    정말 아름답죠
    산이 이렇게 저을 유혹해서
    산을 좋아하나 봅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7.11 깍지님 안녕하세요. 산의 아름다움과 유혹은 새삼 말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겠지요. 다만 저는 표현하는 사람이다가 보니,,, 부족하나마 그려본 것이겠지요. 원래 그것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 사람이 아쉬움이 더 큰 것이니까요. 님께서도 산 자주 가시지요? 산에서 도시에서 살아갈 에너지 많이 충전하세요.
    무더운 날이기에 즐거움이 더욱 필요하겠지요. 오늘도 멋진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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