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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 ♡ 시인방

인사동 기행

작성자김별|작성시간14.07.20|조회수287 목록 댓글 12

인사동 기행 / 김별

 

말로만 듣던 인사동을 다녀왔다

개미소굴이었다

미로찾기처럼 어지럽게 이어진 골목마다 발 디딜 틈이 없이

분주히 이어지는 행렬들

장날은 아닐 테고... 오늘이 무슨 날일까?

왜 세상 사람들이 오늘 이곳에 다 모였을까?

궁금한 의문을 품을 새도 없이 파도에 밀리듯 나뭇잎처럼 휩쓸려 가는데

다닥다닥 이어진 방방마다 신비롭고 눈부신 것들로 가득하다

노래의 방, 보석의 방, 그림의 방, 옷의 방, 자기의 방, 차의 방,

마법의 방, 꿀단지의 방, 하나하나 다 열어보고 싶은 방 방 방...

이런 풍경 속에 몇 그루 은행나무를 누가 또 옮겨다 놓았을까

그것이 오히려 더욱 신기하고 놀라운데

뿌려진 은행잎이 먼 옛적, 신라나 백제, 왕관의 금붙이인 줄 잠시 착각하다가

그만 길을 잃었다.

 

보이는 모든 것들이 장난감 세상에라도 온 듯 재미있고 즐겁다

어쩌면 이곳이 동화의 나라일까? 옛적 도깨비나라일까?

더욱 신기한 것은

이곳에도 약국이 있고 시골에서 본 이발관 간판이

핑글핑글 여유롭게 돌아가고 있었다는 것

음식의 방에서 그녀가 내온 파전이며 순두부국, 소주, 농주, 이런 것들이

지금껏 내가 삼십 년을 먹었던 그것이 아니었다.

분명 보았던 상표와 모양을 달고 있었지만

누군가 몰래 음식마다 유혹의 향료를 뿌려놓았을까?

 

국화꽃 향기를 풍기며 그녀들이 먼저 떠났지만

대화의 방에서 마주한 깡깡이의 선율 같은 담론이

작은 종지에 내온 청양고추만큼이나 맵고 시원하고 칼칼해

취기 대신 열기를 느끼기에 충분했는데

다만 용궁에라도 온 듯, 보물상자라도 연 듯

멈추어버린 몇 시간 동안

꼭 만나고 싶었던 여왕개미를 만나지 못한 것이

딱 한 잔이 모자랐던 술처럼

꼭 하나 아쉬움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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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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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느루 | 작성시간 14.07.21 먼동틀때 먼동틀때님
    방가방가요!

    제가 이제 왔어요.
    제가 울 계룡댁님
    위에 오신걸 깜박 잊고
    제 글만 쓰고 내뺐는뎅!

    역쉬 울 계룡댁 맘도 넓고
    포근혀요!
    전 먼동틀때님의 정열
    따라갈라믄
    아직도
    멀었어요.*^^*
    밤이 늦었네여
    제 두 눈의 눈꺼풀이
    자꾸만 자꾸만
    서로 만나려고 하네여.
    계룡댁 굿잠 꿀몽!
    행복만땅요^♥^
  • 작성자깍지 | 작성시간 14.07.21 아들 졸업전시회 한다고
    인사동에 간적이 있지요
    화려하고 신기한지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
    길을 잃었지요
    아들이 찾아서...ㅎㅎ
    그래도 옛적 도깨비나라
    같은데 다시 가보고 싶어
    지네요^^
    좋은 하루 되시길...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7.21 깍지님도 인사동에서 길을 잃은 경험이 있군요. 인파에 떠밀려가다 나도 모르게 미아가 되었던 것 같아요^^*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많지만 실상은 눈요기에 만족해야만 하는 게 사실이고요.^^*
    도깨비나라 같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지요? ^^* 그리고 말씀처럼 다시 가보고 싶기도 합니다. 다시 가보면 또 달리 보일수도 있겠지요? ^^ 무더운 날씨 건강하시고 즐거운 여름 되세요. 감사합니다
  • 작성자끼아라 | 작성시간 14.07.21 인사동거리...
    정말 가고싶은 곳인데..
    별님의 글을 읽고 있으니..
    마치 그림책 훓어 보듯 어렴풋하게 떠 오릅니다..
    님의 맛깔나는 시를 읽고 있자니
    마음이 저절로 인사동 거리에 있습니다.
    참으로 다정다감한 구성진 표현들..
    아마도 절절한 마음이 뿜어내는 글이기에
    우리네 마음에도 그렇게 전해져 오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저도 그 거리를 걸어보며,,
    님의 싯귀를 기억하는 날이 있겠죠~!!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7.21 끼아라님의 말씀이 참 즐겁습니다. 같은 마음이라고나 할까요. 그림책 훑어보듯 지금도 그 풍경이 그려지네요.
    언젠가 다시 한번 장구경 가듯 가고 싶어집니다. 다정다감한 표현들이란 말씀이 님의 마음도 저와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네 살다가 다시 그 거리를 걸어보며 일상의 식상함을 충전시켜 볼 날이있겠지요.
    님은 마치 그 인사동거리에서 만났던 분 같네요.^^* 그렇게 정답고 즐겁고 신기함을 느끼게 하네요.
    정다운 님의 말씀에서 즐겁습니다. 감사합니다. 무더운 여름 행복하고 즐겁게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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