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금(天上琴) / 김별
태풍 나리가 전국을 휩쓸던 날
장롱 책상 책 장식장 침대 화장대
어렵게 장만한 세간을 모두 버리고
철부지 삼남매를 이끌고
비바람 속에 이사를 했다
밤이 깊어 비는 그치고
다 정리하지 못하고 쌓아놓은
봇짐을 그대로 둔 채
아무렇게나 쓰러져 곯아떨어지려 할 때
첫손님이 찾아왔다
똘 똘 똘...
이사를 축하한다며
힘내서 살다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있지 않겠냐며
귀또리가 천상금을 들고 찾아와
문가에서 연주를 해주었다
나 시인으로 이제 책상이 없다
아내는 여인으로 화장대가 없다
그러나 무슨 상관이랴
밤이 깊을수록 맑게 이어지는 천상의 소리를 들으며
술잔을 비우며
밤새 잠들지 못했다.
2007.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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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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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4.10.21 연련님 오랜만입니다. 잘계시지요. 깊어진 가을 끝머리에 연이틀 비가 내리네요.
이 비에 강물은 넘고 푸르고 다시 맑아지겠지요. 제가 진정 부자라는 말씀에~~ 위안을 받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감사합니다 -
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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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4.10.22 저의 아픔도 허물도, 못남도, 아픔도 늘 어여쁜 눈으로 봐 주시는 먼동틀때님^^*
그런 살뜰한 마음으로 늘 성원해 주시기에 시인인 것이 행복합니다. 어떤 시련 속에서도 등불을 다시 밝힐 수 있습니다.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시인인 것이 참 잘 했다는 자부심까지 주시기에 충분합니다.^^* 자본의 논리로 보았을 때... 이 시대 시인만큼 어리석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시인만큼 무능한 사람도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런 무능함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사랑 받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이것은 아니러니라기보다는 아직 이땅에는 죽지 않은 소중한 가치들이 분명 있다는... 반증이라고 건방진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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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4.10.22 김별 늘 님은 저를 아름답게 해 주십니다. 사실이지 명예를 먹고 사는 사람들은 남의 빚으로 지탱하는 것인가 봅니다. 빚이 산처럼 쌓이면... 그때는 갚을 날이 있을지... 그렇지만 갚지 못한다 해도 적어도 미워하지는 않을 듯 합니다. 벌써 많이 떨어진 기온, 따듯하고 편히 주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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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끼아라 작성시간 14.10.23 시인님,,마음이 아련하게 전해오네요
시간이 흘러 다시금 읽어 보니 님의 느낌은 어떻는지요
이사하려고 세간살이를 돌돌말아 놓으면..
그렇게 초라할 수가 없는데
그것도 바람불고 비가 오는 태풍치는 날이라니,,,
부부의 사랑이 더욱 돈독해질 때가
삶에서 아무도 체험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만이 갖게되는 경험들인것 같아요
옛말 할 수 있는 ,,
오래된 부부사이가 값진 이유가
함께 견뎌온 삶의 동반자라는 것...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