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길 갈 때에는 / 김별
어두운 밤길 갈 때에는
눈 밝은 사람보다
귀 밝은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
힘들어도 흥얼흥얼 혼잣소리가 구성진
겁 없고 태평한 사람 하나 만났으면 좋겠어
인사 없이도 고향 사람처럼 정겹고
두런두런 세월 이야기가 밤참처럼 달아
허기를 잊고 한참을 더 걷다가
등줄기에 촉촉이 땀이 배이면
넘어진 자리에 쉬어 가듯
이슬 묻은 바위에 걸터앉아
술병을 내어 서늘히 젖도록
권커니 받거니 다 비워도 좋으리
더 늦지 않게 그만 일어설 때
돌무더기에 돌 하나 던져 주고
기다리실 늙은 어미의 마음으로 잠시 손을 모았다가
다시 길을 잡아 나서리
강을 만나고 가물가물 멀던 불빛마저 꺼지면
아직 보름이 먼 어두운 밤 길 별도 없으니
벌판에는 달맞이꽃 돌담에는 박꽃이
벼랑 끝으로 이어진 외길도
등불을 들어 두렵지 않게 밝혀주리
밤이 깊을수록 풀벌레 소리는 더 깨끗하고
귀를 씻어 정신을 맑게 해 졸음을 깨우리
어두운 밤길 갈 때에는
뒤 서서 재촉하는 사람보다
돌아보며 살펴주는 사람 하나 만났으면 좋겠어
발을 헛디딜 때를 미리 알아 손을 잡아주고
갈수록 지치고 고단한 길
부족하고 재바르지 못함을 나무라지 않아
짐 대신 마음을 받아 주는 노새 같은 사람
돌부리를 차도 아픈 줄 모르는 종년 같은 사람
옷섶에 산딸기를 따다 주는 누이 같은 사람 하나
꼭 하나 만났으면 좋겠어
어린 시절 소 먹이던 동무같이 편안하고
임처럼 조심스러울 것도 감출 것도 없어
꼭꼭 숨겨 놓았던 가슴 속 이야기를 후련히 털어놓아도
아무 걱정 안 해도 좋을 사람
어느 모퉁이 갈림길에서
아쉬움으로 남을 작별 인사를
뜬구름 같은 약속으로 남기고서야
비로소 볼이 붉고 눈이 서글서글한
두고두고 그리울
그런 사람 하나 꼭 만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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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혜원♣ 작성시간 14.03.26 글속의 길동무보단 턱없이
많이 부족하네요 길동무 되어드리기엔 ^^
그래도 길가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돌아보며 살펴주는 동무
몸보다 마음이 먼저 달려가주는 착한동무는
될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무런 이유없이
불쑥 먼저 안부 물어봐주고
이름한자 불러만 줘도 가슴 따뜻해오는 동무
감성이 같아 감동도 잘하는 그런
동무 어디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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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4.03.26 무슨 말씀을요. 혜원님^^* 님의 심성은 부드럽고 곱기만 합니다.
오히려 제가 님의 동무가 되기엔 부족한 사람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 부족함도 님은 넉넉함으로 채워주실 줄 압니다.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준다는 건 참으로 중요한 것 같아요.
이름 한번 불러줄 때마다 정도 싹트고, 마음도 전해 줄 수 있을테니까요.
혜원님 늘 고맙습니다. 주시는 마음 늘 저에게 힘과 용기가 되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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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혜원♣ 작성시간 14.03.26 그럼 별님도 저의 동무가
되어 주시는 건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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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4.03.26 물론이지요^^* 님께서 벌써 마음을 주신 것을요.^^*
고맙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혜원♣ 작성시간 14.03.26 네 ~ 감사요~^^
두사람 얻었네요 어린왕자님 별님 ㅎ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