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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 ♡ 시인방

어두운 밤길 갈 때에는

작성자김별|작성시간14.03.26|조회수129 목록 댓글 15

어두운 밤길 갈 때에는 / 김별

 

어두운 밤길 갈 때에는

눈 밝은 사람보다

귀 밝은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

힘들어도 흥얼흥얼 혼잣소리가 구성진

겁 없고 태평한 사람 하나 만났으면 좋겠어

인사 없이도 고향 사람처럼 정겹고

두런두런 세월 이야기가 밤참처럼 달아

허기를 잊고 한참을 더 걷다가

등줄기에 촉촉이 땀이 배이면

넘어진 자리에 쉬어 가듯

이슬 묻은 바위에 걸터앉아

술병을 내어 서늘히 젖도록

권커니 받거니 다 비워도 좋으리

더 늦지 않게 그만 일어설 때

돌무더기에 돌 하나 던져 주고

기다리실 늙은 어미의 마음으로 잠시 손을 모았다가

다시 길을 잡아 나서리

강을 만나고 가물가물 멀던 불빛마저 꺼지면

아직 보름이 먼 어두운 밤 길 별도 없으니

벌판에는 달맞이꽃 돌담에는 박꽃이

벼랑 끝으로 이어진 외길도

등불을 들어 두렵지 않게 밝혀주리

밤이 깊을수록 풀벌레 소리는 더 깨끗하고

귀를 씻어 정신을 맑게 해 졸음을 깨우리

 

어두운 밤길 갈 때에는

뒤 서서 재촉하는 사람보다

돌아보며 살펴주는 사람 하나 만났으면 좋겠어

발을 헛디딜 때를 미리 알아 손을 잡아주고

갈수록 지치고 고단한 길

부족하고 재바르지 못함을 나무라지 않아

짐 대신 마음을 받아 주는 노새 같은 사람

돌부리를 차도 아픈 줄 모르는 종년 같은 사람

옷섶에 산딸기를 따다 주는 누이 같은 사람 하나

꼭 하나 만났으면 좋겠어

어린 시절 소 먹이던 동무같이 편안하고

임처럼 조심스러울 것도 감출 것도 없어

꼭꼭 숨겨 놓았던 가슴 속 이야기를 후련히 털어놓아도

아무 걱정 안 해도 좋을 사람

어느 모퉁이 갈림길에서

아쉬움으로 남을 작별 인사를

뜬구름 같은 약속으로 남기고서야

비로소 볼이 붉고 눈이 서글서글한

두고두고 그리울

그런 사람 하나 꼭 만났으면 좋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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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혜원♣ | 작성시간 14.03.26 글속의 길동무보단 턱없이
    많이 부족하네요 길동무 되어드리기엔 ^^
    그래도 길가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돌아보며 살펴주는 동무
    몸보다 마음이 먼저 달려가주는 착한동무는
    될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무런 이유없이
    불쑥 먼저 안부 물어봐주고
    이름한자 불러만 줘도 가슴 따뜻해오는 동무
    감성이 같아 감동도 잘하는 그런
    동무 어디없을까요~~~^^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3.26 무슨 말씀을요. 혜원님^^* 님의 심성은 부드럽고 곱기만 합니다.
    오히려 제가 님의 동무가 되기엔 부족한 사람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 부족함도 님은 넉넉함으로 채워주실 줄 압니다.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준다는 건 참으로 중요한 것 같아요.
    이름 한번 불러줄 때마다 정도 싹트고, 마음도 전해 줄 수 있을테니까요.
    혜원님 늘 고맙습니다. 주시는 마음 늘 저에게 힘과 용기가 되어줍니다.

  • 답댓글 작성자혜원♣ | 작성시간 14.03.26 그럼 별님도 저의 동무가
    되어 주시는 건가요? ^^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3.26 물론이지요^^* 님께서 벌써 마음을 주신 것을요.^^*
    고맙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혜원♣ | 작성시간 14.03.26 네 ~ 감사요~^^
    두사람 얻었네요 어린왕자님 별님 ㅎ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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