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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수필)공부

<莊子/안동림 역주>(6) (인간세)

작성자신종찬|작성시간21.10.10|조회수71 목록 댓글 1

제4편 인간세人間世

장자가 무위자연無爲自然에서 유유悠悠히 소요逍遙하라는 뜻은 심산유곡深山幽谷에 은거隱居하라는 뜻이 아니다. 인간이 집단생활 속에 살아가면서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하는 지를 문제 삼았다. 탁세濁世를 피해 홀로 지내기란 오히려 쉬운 일이며, 속진俗塵 속에서 세상을 초월하기는 어렵다. 공자와 안회의 문답에서 나타난 심재心齋, 공자와 자고子高의 문답에서 나오는 명命과 의義, 장석匠石과 그 제자의 문답에서 보는 ‘무용無用과 용用’ 등이 모두 그러한 처세의 방법을 말하고 있다.

장자가 인간세계에 대처해 살아가는 방법이란 허심虛心과 무용無用 두 가지다. 허심하면 화를 멀리할 수 있고, 무용하게 살면 해를 입지 않고 온전한 삶을 누리며 천수天壽를 다할 수 있다고 했다. 당세當世를 살아가면서 폭군을 모시고 힘겨운 세상을 살며, 사람들과 사귈 때 명예를 다투지 않고 덕을 감추는 것이 곧 올바른 처세의 길이다. 편말에篇末에 접여接與의 노래를 인용하여, 앞으로 올 평화스런 세상을 기다리지 말고, 이미 흘러간 태평스런 세상을 쫒지 말라고 했다.

 

<심재心齋> 이야기

안회顔回가 젊은 군주가 폭정을 하는 위나라에 들어가 폭정을 바로 잡아보겠다고 하자, 공자는 말렸다. 공자는 안회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폭군은 주변에서 덕을 쌓아 ‘사람들의 신뢰를 얻는 행위’가 미워서 죽음을 내린다. 겉으로는 타협하는 체하지만 자기의 입장에 집착하여 감화를 받지 않는다. 재물과 권세는 성인聖人도 그 유혹誘惑을 이길 수 없다. 안회는 심재心齋를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공자는 심재를 가르쳐달라는 안회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잡념雜念을 없애고 마음을 통일하라. 귀로만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듣도록 하고, 나아가 마음으로만 듣지 말고, 기氣로 듣도록 하라. 귀는 소리를 들을 뿐이고 마음은 밖에서 들어온 것에 맞추어 들을 뿐이지만, 기氣란 공허空虛하여 무엇이나 다 받아들인다. 그리고 참된 돈道는 오직 공허 속에 모인다. 이 공허空虛가 곧 심재心齋(즉 마음의 세계)이다.

 이에 안회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가 지금까지 심재를 못한 것은 정말 제 자신에 얽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심재를 하여 자신에 구애되지 않게 되었습니다만, 이것으로 공허空虛하다 할 수 있을까요?”하자, 이에 공자가 말했다. “충분하다. 너에게 말해두겠다만, 네가 위나라에 들어가면 그 옹색壅塞한 속박束縛의 세계에서 자유로이 거동擧動하여 명예 따위에 마음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네 말을 들어주면 하고, 안 들어주면 그만두라. ‘자기 마음’에 출입문을 세우지 말고 보루堡壘도 쌓지 말며, 마음의 거처居處를 일정하게 하여 부득이할 때만 응하도록 하면 그런대로 무난하리라.

 걷지 않기는 쉽지만, 걸을 때 땅을 밟지 않기는 어렵다. 사람이 시킬 때 그를 속이기는 쉬우나, 하늘이 시킬 때 하늘을 속이기는 어렵다. 날개가 있어 난다는 말은 들었지만, 날개 없이 난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지식이 있어 사물의 이치를 안다는 말은 들었으나, 지식 없이 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우리는 이같이 쉽다 어렵다, 있다 없다 하는 상대적 세계에 살고 있지만, 저 텅 빈 공허空虛를 잘 보라.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에 눈부신 햇빛이 저렇게 비쳐 저렇게 밝지 않느냐. 이처럼 상대적인 것에 얽매이지 말고 마음을 공허하게 하면, 모든 사물의 진상眞相이 환하게 뚜렷해진다. 행복도 이 호젓하고 텅 빈 곳(마음)에 머문다. 그런데도 ‘머물러야 할 곳’에 머물지 않으면 이를 좌치(坐馳; 몸은 앉아 있어도 마음은 달림)라 한다.

 귀나 눈을 안으로 통하게 하고 마음의 작용을 밖으로 향하게 하면, 귀신도 찾아와 머문다(순이목내통徇耳目內通; 귀나 눈은 본래 외부로 작용하게 마련이만, 이를 안으로 향하게 하여 외부와의 교접을 끊음. 외어지심外於心知; 마음의 분별작용은 본래 내부에 있으면서 판단을 좌우하는 것이지만, 이를 밖으로 향하게 하여 본래의 역할을 없애 버림). 하물며 사람이 찾아옴은 더할 나위 있겠느냐. 이것이 곧 만물의 변화에 응하는 방법으로서 우禹나 순舜이 의지依支했고, 복희伏戱나 궤거(几遽)가 평생 실행한 바였다. 하물며 이들보다 못한 범인凡人들이야 더 말할 나위 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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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신종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10.10 폭군은 주변에서 덕을 쌓아 ‘사람들의 신뢰를 얻는 행위’가 미워서 죽음을 내린다.
    겉으로는 타협하는 체하지만 자기의 입장에 집착하여 감화를 받지 않는다.
    재물과 권세는 성인聖人도 그 유혹誘惑을 이길 수 없다.

    허, 허! 정말 재물을 탐하는 사람처럼 명예를 탐하는 사람도
    올바른 말이나 행위를 하는 사람이 미워서 죽음을 내리는 게 인간의 본성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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