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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을 맞이하며..]장애인의 “탈 시설화” 라는 말에 관하여..

작성자제이크|작성시간09.04.21|조회수48 목록 댓글 5

장애인의 “탈 시설화” 라는 말에 관하여..

 중3때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했었습니다. ‘공고 가면 재밌을 거 같은데...’

 

 중학교 2학년 때 까지는 그럭저럭 공부가 부담스럽지도 않았고... 별로 경쟁의식이 없이 학업에 임했고.. 비교적 즐겁게 놀기도 했었습니다..
 
 근데 3학년이 되니..갑자기 공부에 열 올리는 친구들이 많아 졌지요..다들 고등학교 입학에 대한 위기를 느꼈는지.. 그러더니 갑자기 성적이 뒤로 밀려나더라구요.. 더 놀았던 것도 아닌데..
 
 “커트라인” 이라는 말...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그 밑으로 내려가니깐 자연스럽게 알게 되더라구요.. 내가 왜 그 커트라인을 의식하고 있는지도 제대로 모른체..
 (평생 그 커트라인을 의식 안했으면 지금쯤 내 꿈을 이뤄서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커트라인이 그것으로 끝인 줄 알았지만.. 인생에서는 항상 커트라인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어찌어찌... 그 첫 커트라인을 넘고...
 
 고1때 커다란 충격을 받았습니다...그것도 기다리고 기다렸던... 수학여행가서...

 

수학여행 코스 중에 “서울대학교” 한바퀴 둘러보기가 있더라구요....

 

전교생 400명중 10명 들어가나 마나 하는 학교라는 것은 뻔히 알고 있었죠...

 

그때부터 학교에 대한...공교육에 대한 증오심이 불탔던 것 같습니다...

 

왜 나랑 상관도 없는 곳을 여행코스에 억지로 가도록 집어넣는가 하는 것이죠..

 

 나는 이 수학여행에서 들러리에 불과했구나 하는.. 한마디로...좌절이었죠..

 

 그때부터 삶에 대한 모든 의욕이 꺾였던 것 같습니다..

 

그냥 시간되면 학교가고 배고프면 쉬는 시간에 도시락 까먹고...

 

유일한 낙은 체육시간에 뛰어 노는 것이고..

 

자율학습시간엔 귀에 이어폰 끼고 음악 듣고...

 

 밤11시 되면 마중 나온 부모님 차타서 집에 가고..(상당수의 평범한 고딩들의 모습일것임..)

 

 그러다가 수능 봐서 점수 맞춰서 대학 들어가고...

“아이구~ 다행이네...대학은 들어가서..” <--이러면서..

 

하지만...대학에서의 학업은 더더욱 저랑 멀어지더군요..

 

대학생활 중에 유일한 낙은 기타 치는 것 뿐 이었습니다...

 

대학에서의 낭만이란 거...

 

술 먹고 퍼퍼퍼 하면서 이야기하면 서로 등 토닥여 주는거..

 

등록금 투쟁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거..

 

이성이랑 사랑하네 마네.. 하며 사귀었다 헤어졌다 반복 하는 거...

 

 이런 모든 것이 그다지 진실하게 다가오지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때 크게 좌절한 이후로... 모든 게 거짓말 같고...

 

아직도 그 상처는 남아있습니다...

 

그때까지 누군가 나에게 아무리 잘한다 잘한다 칭찬해도 나는 내가 제대로 하는 게 있다고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던중...대학생 때 사회복지실습 하며 알게 된 장애인 복지관 직업적응반 훈련생들...
교회에서 내 기타 치는 모습에 반했다는 특수학급 지적장애 여고생들..

 

이들이 나에게 보여준 순수한 표정과 반응을 봤을 때...
 
그때부터 내가 내 스스로 나도 잘하는 게 있었구나 하는 생각과 믿음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내 뇌 속에서 커트라인을 의식하는 중추를 하나둘씩 뽑아내고 있습니다..

 

 거의10년만이죠.. 내가 내 자신을 다시 사랑하게 된 게...
 
 아직도 치유 중입니다. 그게 끝나고 나면 타인도 내 몸 바쳐 사랑할 날이 오겠죠..

 

 내가 입시라는 부담을 갖기 전 까지 분명히 꿈이 있었고 내 자신을 사랑했었는데..

 

 10년가까이 꿈을 잊은 체 내 자신을 잃은 체 살았습니다..

 

 대학입시라는 막연한 목표.. 우리 장애인들 한태 탈시설화 라는 막연한 목표와 아주 흡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산울림의 김창완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행복은 충족 되는 게 아니라... 선택하는 거라고..내가 지금 행복을 선택하면 행복한 거지...

 앞으로 뭔가를 충족해서 행복해질 거다 한다고 행복이 쟁취되는 게 아니라고...

 

 막연히...

 

 좋은 대학가면 행복할거다..서울 가서 살면 행복할거다.. 돈 많이 벌면 행복할거다.
 
 이런 건 오산이라는 거죠...
 
 “장애인의 탈 시설화가 곧 장애인의 행복이다.”  <--아주 비슷한 논리죠..

 

 이건..정치인들이 생각해봤을 때 그에 찬성하는 유권자가 반대하는 유권자보다 수가 많기 때문에 만들어낸 정책일 뿐입니다.
 
 하지만 사회복지라는 것은...다수를 위해서 있는 게 아닙니다.. 소외계층을 위해있는 것입니다..

 

장애인의 탈시설화.. 장애인의 직업재활.. 이런것이 물론 중요하지만..이것이 장애인 복지의 최종목표라는 말에 저는 절대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미 거기에는 장애인 엘리트 중심적인 사고가 깔려있습니다.

 

 엘리트 중심적 사고는 반드시 소외계층을 만들어냅니다...

 

 사회복지의 최종목표는 행복추구입니다.

 

 좀 더 넓게 봤을 때 모든 인간의 최종목표는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다.

 

 어떠한 막연한 커트라인을 정해놓고 그것을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은 절대 행복이 될 수 없음을 모두가 알아야하겠습니다..

 

 그보다도...

 

행복은 바로 옆에 선택할 수 있게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아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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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도 끝도 없는 글 씨리즈 1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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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달리미 | 작성시간 09.04.22 ㅋㅋ 제이크님께서 술 한잔 되어서 자기얘기하는 분위기???? .... 모처럼 진지하신데, 절대 태클거는 것은 아닙니다. ^^ 저야 잘은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장애인 복지,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 중에서 '일하지 않고 주어지는 돈'에 대한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유럽에서 이들이 작은 일이라도 무엇인가 땀을 흘려 일하고 돈을 받으면서 기뻐한다고 들었는데, 저는 오히려 이렇게 하는 것이 그들을 존중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사회적 시스템이야말로 진정한 복지라고 생각하는 달리미였습니다.
  • 작성자달리미 | 작성시간 09.04.22 우리 교회 사랑부 아이들(연령은 아이 아닌 사람도 많지만..)이.. 지난 주에 차 써비스? 를 하면서 정말 좋아하던 모습을 보았을 때.. 저도 시원한 냉커피 맛이 그 어떤 커피보다 맛있었고, 기분이 좋았거든요. ^^
  • 작성자제이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4.23 달리미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제 얘기는"일하지 않고 주어지는 돈"에 관한 얘기라기보단... 막연한 목표 막연한 커트라인에 대한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양산되는 소외계층을 우리는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생각...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해서 하려는 얘기도 아니고요...^^ 저의 학창시절을 돌아보며...그런생각이 들었어요.. 장애인이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에 대해서 실무자들이 너무 이론에 치우치다보니 탈시설과 직업재활..이것말고 다른건 엄두를 안내는 모습들을 보며 답답해서요..^^ 고등학교에서의 목표는 명문대 진학 말고는 아무런 목표가 없듯이...
  • 답댓글 작성자달리미 | 작성시간 09.04.23 ^-^
  • 작성자친구 | 작성시간 09.04.23 자알 읽었습니다 제이크님~ 방대하면서도 섬세한 얘기들이라 제이크님 생각을 100%접수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치와 관점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군요...생각하고 고뇌하고 분개할줄 아는 젊은 제이크님, 좋아요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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