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기의 뒤>
- 시 : 돌샘/이길옥 -
어쩌다 같이할 때가 있는 날이면
이때다 싶었던지
마누라를 이빨 새에 끼워 넣고
50년을 넘게 길들여진 충견이라는 둥
고양이 앞에 쥐라는 둥
기 세워 거품을 물던 친구
틈만 나면
부인을 엉덩이로 깔고 앉아
자기가 왕이라는 둥
하느님이라는 둥
기고만장하던 친구
당한 만큼 쌓인 스트레스를 싸가지고 와
술자리에서 안주로 내놓던 친구
겪은 만큼 고인 불만을 들고 와
회식 때 양념으로 쏟아붓던 친구
언젠가 마누라와 같이하던 나들이에
보자기 하나 들고 뒤따라가면서
눈치를 끌고 가는 걸 보았다.
기죽은 고개가 예각으로 꺾여있었다.
객기 빠져 풀이 죽은 친구의 애잔한 모습이
어쩌면 그렇게도 나를 빼다 박았던지
안쓰러움이 홍수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