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동설과 지동설 중 어느 쪽이 진리일까? 정답은 ‘양쪽 다 맞다’이다. 다 맞다. 갈릴레오가 지동설을 주장했다는 내용을 배울 때만 하더라도, 천동설은 무지몽매한 생각이고 지동설은 객관적인 시각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진실은 둘 다 맞는 말이라는 것이다. 상대적인 것이다. 우리가 우주 밖을 나갈 일이 없는 시절에는 천동설이 편리했었다. 대항해시대를 거쳐 인공위성을 띄우고, 태양계 행성들을 방문하고 하는 시절에는 태양을 중심으로 한 지동설이 편리하다. 앞으로 태양계를 벗어나 우리가 속한 은하계 내를 방문할 수 있는 때가 되면 은하계를 중심으로 한 지동설이 편리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때에도 천동설에 따라 지구를 중심으로 은하계 전체가 회전한다고 해석해도 전혀 틀리지 않는다. 다만 계산이 많이 복잡해져 불편해질 뿐이다. 모든 게 상대적인 세상에서는 틀린 것은 없다. 간편한 쪽이냐 불편한 쪽이냐의 선택의 문제만 있을 뿐이다. 당연히 간편한 쪽이 선택된다.
사주에서도 마찬가지다. 사회가 신분제도로 철저하거나, 개인적인 자유가 완전히 보장되거나에 무관하게 어디를 본원으로 잡아도 해석은 된다. 다만 해석이 복잡해 질 뿐이다. 이왕이면 간단한 모델이 선택된다. 간단히 풀 문제를 쓸데없이 복잡하게 만들어 놓고 골머리 썩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해 간다. 세상 속의 사회제도도 따라서 변화해 간다. 일단 대학을 가는 것이 중요했던 때가 있었고, 가더라도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인생 성공의 지름길인 때가 있었다. 한 가지 기술만 제대로 가지고 있으면 사는데 문제가 없었던 시절도 있었다. 선운은 이러한 시절을 “기술이 중요한 시대다”라고 말하고 있다. 같은 기술이더라도 돈을 잘 만드는 기술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기술도 있다. 기술은 없는데도 기술 있는 자들을 잘 이용해서 돈을 벌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자들이 있다. 실제론 존재하지 않지만 모든 걸 관장하면서 돈을 버는 능력을 가진 자들도 있다. 우리는 이들을 ‘메타버스 이용 능력자’라고 부른다. 선운은 이러한 시절을 “능력이 중요한 시대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말하기를 “앞으로는 기술과 능력이 모두 중요한 시대가 올 것이다”라고 한다.
사주를 어느 정도 익히고 나면, 사주 고전(자평진전, 난강망, 적천수 등)에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좀 더 원론적인 심오한 해석을 얻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안고서 말이다. 그러나 읽기 전에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지금과는 많이 다른 세상/사회에서의 해석이었다는 점이다. 철저한 신분사회에서 잘 맞도록 해석된 내용을 지금의 개인능력주의가 팽배한 사회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한 부분이 많을 거라는 점이다. 사주 해석은 사회구조에 따라 맞춰가며 변해가야 한다. 명리 해석을 암기식으로 고정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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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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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oneof0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1.07.20 무관심이 만연한 댓글 공간에, 댓글단 수고에는 감사! 밥상은 차렸지만 먹는건 각자의 취향에 맡길뿐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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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절물사려니 작성시간 21.11.06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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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워넹 작성시간 22.01.11 천동설이 편하게 아니라 그 시대의 문화 혹은 통념때문이라고 그렇게밖에 못 받아들이는 거라 생각이드네요.
마치, 각자가 갖고 있는 선입견이나 제한된 지식으로 인한 행동이나 생각의 제약이 있는 것 처럼요~ -
작성자oneof0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2.08.30 천동설이 편리할 수도, 지동설이 편리할 수도 있다는 말은, 어떤 현상에 대해 논할 때, 중심을 어디에 두고하는 가에 따라 설명이 복잡해 질 수도 간편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의 이야기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내행성에 해당하는 화성의 운동을 살펴 보자.
지구를 중심으로 한 천동설에서 보면 화성은 순행과 역행을 되풀이해서 움직이는 복잡한 겉보기 운동을 보인다.
반면 지동설 관점에서 보면 화성은 태양을 중심으로 한 단순한 궤도 운동을 보인다.
둘 다 틀린 것은 없다. 다름이 있을 뿐이다.
태양을 중심으로 한 단순한 궤도 운동으로 보는 것이, 화성의 움직임에 대한 해석을 더 편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반면 달의 운동을 살펴 볼 때는 오히려 천동설이 편리하다.
지구를 중심으로 한 천동설로 보면 달은 지구를 중심으로 단순한 궤도 운동을 보인다.
지동설의 관점에서 보면 달은 태양을 중심으로 한 지구의 궤도 운동에 다시 지구를 중심으로 한 궤도 운동으로 추가되어 보인다. 더 해석이 복잡해 졌다.
그래서 어떤 것을 관찰 할 때는 어떤 기준으로 하는 가에 따라 편하게도 복잡하게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명리에서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