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이영선
밤을 보챈 너를 데려와 잠을 재운다
언제나 감춰진 사람 같은 너를,
숨길 수 없는 비밀이 있다는 건
아픈 사람을 잠시 팔베개로 잠들게 하는 일
정오가 지나도 한참 모르듯이
나사 풀린 사람처럼 자주 벌어지는 입술
하마터면 입에 걸린 너의 이름이
세상 밖으로 나올 것 같아 불안, 불안하다
눈을 뜨면 너에게 갔다 온 짧은 길이
파도가 쓸고 간 해변처럼 깨끗하고
네가 간 빈자리
더듬어 보는 손끝에
낯익은 잠꼬대의 흔적이
낮달처럼 떨며 와 닿는다
<2025년 리토피아 봄호 신작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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