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Someone Would Come"
- Lady Izumi Shikibu(970-1030)
If someone would come,
I could show, and have him listen--
evening light shining
on bush clover in full bloom
as crickets bring on the night.
화가(和歌, わか = 장가(長歌)?단가(短歌) 등을 통틀어 일컫는 말;
대략 일본 노래라는 뜻)의 일종입니다. 영어 책에 소개되어 있는
10개의 사랑노래를 소개하고 있는데, 첫 번째는 Sappho였고,
두 번째는 일본에서 11세기 초에 활약한 이즈미 시키부라는
여인의 시입니다.
이즈미 시키부(和泉式部)는 본명은 아니고, 이즈미는 그녀가 결혼한
남편의 임지(任地)의 이름이 이즈미였고 시키부는 궁정 행사를
주관하는 직책인데 그녀의 아버지의 직책이라고도 하지만, 그녀 자신도
그런 일을 했기에 붙은 명칭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사랑을 주제로 한
“이즈미 시키부 일기”와 수백 편의 시를 남겼고 일본에서는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아무래도 일어를 영어로 번역한 것이니 원문을 찾아보았습니다.
일어와 영어의 뉘앙스 차이가 커서 검색이 쉽지 않았지만, 다음과
같습니다.
人もがな見せも聞かせも萩の花?くゆふかげのひぐらしのこゑ
원래 한 줄로 쓰는 것입니다. 고어적인 표현들이 많아서 그냥 읽기는
어렵습니다. 하여간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편의상 행을 나누었습니다.
그이가 있다면 좋으련만
보여주련만 들려주련만
싸리나무 꽃 피어있는
석양의 쓰르라미 소리
[류주환 역]
가장 고심한 부분이 맨 처음 구절인 人이었습니다. 영어는 someone이라고
해서 불특정한 인물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한문이나 일어에서 人은 자기와
대비된 ‘다른 사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일어는 우리말처럼 상대방을
직접 지칭하지 않는 겸양이 발달한 언어입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그이’라고
적시(摘示)해 보았습니다. 홀로 있어 외로움을 그려내는 저 시에서 人을
‘누군가’ 있다면 좋겠다고 볼 때는 외로우니 그 누군가 있겠다면 좋겠다는
그저 강렬한 외로움의 묘사가 되고, ‘그이’로 본다면 사랑하는 그 님이 없어
더욱 외로운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 됩니다. 제가 좋아하고 자세히 살펴본
적이 있는 설도의 동심초의 이미지가 그대로 느껴옵니다.
싸리나무는 일본에서는 옛날부터 시에 많이 등장해왔다고 합니다. 주로
7-8월에 꽃이 피는데 일본에서는 10월경까지 피어 대표적인 가을 꽃의
하나(일곱 가지가 있다는데...)입니다.

마지막으로, 영역에서 cricket은 귀뚜라미인데 원문이나 번역에서는 쓰르라미를
의미합니다. 저녁매미라고도 부르는 매미의 일종이지요. 느껴지는 시기가
좀 앞으로 당겨집니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늦여름쯤이 되겠네요.
‘그대가 없어 외로움’ 그리고 그리움... 가슴 아픈 정경이지요. 더구나 함께
나누고 싶은 것들이 이렇게도 많은데...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최선으로 사랑하세요. 실제 돌이켜보면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100년...(^^) 호르몬의 작용으로 계산하면 평균 2년...
자...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마음껏 사랑하세요. 한 쌍의 정다운 바퀴벌레처럼!
- 은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rainrara 작성시간 04.05.03 아름다운 사랑노래네요. 가장 순수해질 수 있는 순간은 누군가에 깊이 몰입한 때인 것 같습니다.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리고 마는 감정이란걸 안 나이가 됐지만 사랑에 대한 찬가는 멈출수가 없네요
-
작성자Jane 작성시간 04.05.03 시는 순전히 말장난이라며(맞는 말이야!) 시 한 편 안 읽지만, 착하고 너무 성실한 우리 남편을 더 많이 아껴줘야겠어요. 오늘 신문에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라는 다소 직설적이지만 참(?) 명제를 제목으로 하는 영화 광고가 실렸기에, "맞다, 맞아"하며 저 혼자 고개를 끄덕였는데, 우리 남편 미래를 근사하게 해줄랍니다
-
작성자carlos 작성시간 04.05.07 정말 훌륭한 시입니다. 한시와 일본시의 묘미는 짧으면서도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는데서 오는 것 같습니다. 파운드의 시 "뱃상인의 아내" 중 "서쪽 정원의 풀 위로 날으는 짝지은 나비들은 8월들어 노란빛이에요. 그들이 나를 아프게 해요."라는 구절을 연상시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