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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시

Ah, Are You Digging on My Grave? (Thomas Hardy)

작성자Jane|작성시간08.07.28|조회수2,797 목록 댓글 3

Thomas Hardy의 'Where the Picnic Was'라는 시의 감상을 쓰다가 예전에 올렸던 이 시가 생각나서 올립니다. 다른 시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이라는 시와 함께, 죽은 자가 산 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특이한 방식의 시라며, '두 무덤 이야기'라고 제목을 달아 두 시를 모두 언급했었지요.(2006.11,11일자로 되어 있는데, 아마 훨씬 전에 올린 것을 류주환 선생님이 다시 정리해서 날짜가 바뀐 것 같습니다.)

번역해 올렸던 저조차 오래 되어 그 글이 어디 들었는지 잊고 있었는데, Jude님이 Hardy의 시를 자주 올려 주면서 다시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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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죽은 자가 산 자에게 말하는 또 다른 시가 있어 소개해 본다.  ‘테스’로 알려진 토머스 하디의 작품인데,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와 너무도 분위기가 다르다.

우선 이 시에 그려진 무덤 속의 화자(話者)는 이승의 산 자들이 자기를 기억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무덤 속 여인의 심정적 거리감과는 달리, 그녀의 애인도 친척도 그녀를 기억에서 떼놓으려 한다. 그녀는 자기와 척진 관계였던 사람조차 떠올리며 자신의 존재의 각을 세워보려 하지만, 그녀는 가치를 상실하고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진 지 오래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대상이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그녀가 사랑했던 개였고, 그 사연은 다음과 같다.

 

 


Ah, Are You Digging on My Grave?


'Ah, are you digging on my grave,                    

     My loved one?--planting rue?”

--'No: yesterday he went to wed             

One of the brightest wealth has bred.  

     'It cannot hurt her now,' he said,                             

    'That I should not be true.'”       


'Then who is digging on my grave?   

    My nearest dearest kin?'         

--'Ah, no: they sit and think, 'What use!       

     What good will planting flowers produce?      

    No tendance of her mound can loose   

Her spirit from Death's gin.' '                 


'But someone digs upon my grave?    

    My enemy?--prodding sly?'              

  --'Nay: when she heard you had passed the Gate

That shuts on all flesh soon or late,   

She thought you no more worth her hate,      

    And cares not where you lie.'            


'Th en, who is digging on my grave?                  

     Say--since I have not guessed!'

--'O it is I, my mistress dear,         

Your little dog, who still lives near,   

     And much I hope my movements here 

    Have not disturbed your rest?'                    


'Ah yes! You dig upon my grave...            

    Why flashed it not on me         

That one true heart was left behind!   

What feeling do we ever find         

To equal among human kind                                          

     A dog's fidelity!' 


'Mistress, I dug upon your grave              

        To bury a bone, in case          

I should be hungry near this spot             

When passing on my daily trot.               

I am sorry, but I quite forgot         

    It was your resting place.'                                   

       (Thomas Hardy)




아, 당신이 내 무덤을 파고 있나요?



“아, 당신이 내 무덤을 파고 있군요,

     내 사랑 당신이? -- 운향나무를 심으려고요?”

--“아닌데요: 그는 어제 결혼하러 갔어요

최고로 번쩍이는 부잣집 자제래요.

“그녀에게 충실하지 못하다고 해서”

‘지금 그녀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을 거야’. 하고 그가 말하더군요.”


“그러면 누가 내 무덤을 파고 있나요?

    내 가깝고 소중한 친척인가요?”

--“아, 아니어요: 그들은 ‘아무 소용없다’는 생각을 하며 앉아 있지요.

꽃을 심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지?

그녀의 무덤을 아무리 돌본들

죽음의 덫에서 그녀의 영혼을 어떻게 풀어낸담 ”하고요.


“그러나 누군가 내 무덤을 파고 있는 걸요?

    나의 원수인가?--교활한 쑤석거림이라니?”

--“아뇨: 그녀는 당신이 죽음의 문을 지났다는

빠르건 늦건 모든 사람한테 닫히는 그 문 얘기를 듣고,

그녀는 더 이상 당신이 증오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당신이 아디에 묻혀있는지 신경도 안 쓰는 걸요.”


“그러면, 누가 내 무덤을 파고 있는 거죠?

     말 좀 해봐요-- 나는 짐작이 가지 않네요!”

--“오 접니다, 아가씨,

아직도 근처에 살고 있는, 당신의 사랑스런 개입니다.

정녕 바라옵건대 내가 여기 무덤을 판 것이

     당신의 휴식을 방해하지는 않았는지요?”


“아무렴 그렇고 말고! 네가 내 무덤을 파고 있다니...

     왜 난 떠올리지 못했지

진정한 마음 하나가 뒤에 남겨져 있었다는 생각을!

이제 더 이상 우리 그런 감정을 찾을 수 있을까

인간들 사이에서도 똑같이 말이야

     개의 충성심에 필적할 만한!”


“아가씨, 제가 아가씨 무덤을 파는 것은

     뼈를 묻으려구요, 혹시

매일 산보하며 지나다닐 때

이 근처에서 배가 고플 수도 있으니까요.

죄송해요, 그러나 저는 완전히 잊고 있었어요

     이곳이 아가씨 휴식처였던 것을요.”

                         (Jane 譯)

                                     

 

 

“아, 동물이 사람보다 나을 수도 있구나.”하고 생각했던 것도 잠깐-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게 정말이지 철저하게 잊혀진 존재로 자리 매김이 된 무덤 속 여인이 안쓰러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 인간이 이 땅에 살다 가면서 어떻게 살다 갔는지는 죽음 이후 주위 사람들의 애도의 정도를 가지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도 바르고 심성 고운 사람은 기억에 남는 법이다. 살아생전에 누구에게도 덕을 쌓지 못했다면 화장을 할 일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무덤을 보게 하는 것은 민망스러운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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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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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Jude | 작성시간 08.07.29 제가 아직 Jane 님의 예전 글들을 다 읽지 못했는데, 이런 시가 있었군요. 너무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에 있는 반전이 보는 이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합니다. 하디 시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가 ghost가 자주 등장하는 것과 전직(?) 소설가답게 대화가 많다는 것인데, 이런 시 중에 특히 아름다운 것들이 많습니다. 다음에 올릴 때는 이런 시들 중 하나를 올려보겠습니다.
  • 작성자오렌지나무 | 작성시간 08.07.29 좋은 시를 읽습니다. 저는 죽어서도 이승에의 끈을 놓지못하리만치 사랑받고자하는 욕망과 집착이 참으로 인간적이랄 수 밖에 없는 거 같네요. 결국 다른 speices 에게도 기대를 걸어보지만 개다운 의식(?) 이 재밌습니다..안스러운 마음이 드네요..역시.
  • 작성자놀란토끼눈 | 작성시간 08.08.09 무덤을 보면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지만 그곳에 연연하지는 않습니다. 천상병 시인처럼 하늘로 돌아갔다고 믿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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