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김회직
깜깜한 밤, 주절주절 내리는 비가.
세월을 재촉하는 듯하다.
인생을 정리할 나이인 것 같아서
이제는 누군가에게 의지할 때가 된 것 같아서
아무래도 자식들 곁으로 가야만 할 것 같아서
서른 두해씩이나 손때 묻혀 살아온 고향집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내 손으로 지은 집이 남의 집이 되던 날
몸은 천근만근이나 무거웠다.
시간이라는 불변의 진리를 감히 거스르지 못해
진행되는 삶의 순리에 따르려 해도
자꾸 허전해지는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헛된 욕심이라는 걸 잘 안다.
애써 속을 비워가며 이삿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버릴 것이 왜 그렇게 많은지
지나고 보면 아무 소용없는 것들인데
허허한 웃음이 절로 나왔다.
낯선 동네로 가면 얼마간은 헷갈리기도 할 테지만
살다보면 그에 맞는 삶의 방식에 얹혀가겠지.
그러나 가슴 한 쪽은 늘 이곳에 머물러있다.
평생 그려온 그림도 향인미술관을 지킬 것이며
기력이 닿는 한 원고 마감날짜를 어긴다거나
전시회 출품을 포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스스로의 약속을 한 번 더 다짐해본다.
밤이 깊어가면서 빗소리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오늘따라 왜 이리도 적적한지 모르겠다.
<뜰> 65.1 x 53.6 2018 oil on canv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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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박미련 작성시간 26.06.15 ㅠㅠ 선생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옵니다. 저희도 무척 서운합니다. 같은 하늘아래 계시니 맘만 먹으면 언제든 만날 수 있겠지요. 부디 건강하시고 글로나마 자주 뵙길 기대합니다. 선생님, 서울 생활도 활기 넘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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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김회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5 빗소리 때문이지 괜히 마음이 울적해진 듯합니다.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무더운 여름 건강하게 잘 지내십시요. 보잘 것없는 글이지만 가끔씩 카페에 올려놓겠습니다. -
작성자윤승원 작성시간 26.06.15 집을 정리한다는 것.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
김 작가님은 빗소리라는 작품으로
맑은 영혼을 표현하셨습니다.
누군가는 설렘만 있는 것이
이사일 텐데
누군가는 넘치는 새로움에
들뜨기만 한 것이
이사일 텐데
김 작가님은 허전하고 아쉬운
심정을 빗소리로
표현하셨습니다.
독자는 그래도 감동합니다.
김 작가님의 이사는
쓸쓸함도 아니고
허전함도 아닙니다.
무르익은 연륜이
예술로 승화한 작가의
풍요로움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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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김회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5 과분하신 말씀에 오히려 제가 더 뭉클해집니다.
다 커버린 손자지만 아이들 곁으로 가면 저도 윤회장님처럼 손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5~10분이면 모일 수 있는 거리로 이사를 가니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