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사람이 안보이네요?”
“화장실에 안계세요?”
“네, 분명히 저기 앉아 있었는데?”
진료 차 병원을 방문한 환자가 없어졌다고 남편이 휘둥그런 표정으로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렸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원무과의 남자직원들이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 방향을 나누어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비어있는 진료실, 검사실, 건물 뒤, 마당 주변을 샅샅이 찾아보았지만 환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찾기 시작한 지 20분쯤 지나고서야 C.C 카메라가 생각나서 지하모니터실로 뛰어 갔습니다.
환자가 병원 현관을 들어와 의자에 잠시 앉아 있다가 곧바로 밖으로 나가는게 화면에 잡혔습니다.
남편의 말로는 우울증이 심해져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죽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산에 올라갔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남편이 산을 향해서 아내의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저는 남자직원과 함께 뒷산을 올라가 보았습니다.
딱따구리 새끼만 나무둥지 속에서 째째거릴 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리저리 갈라진 능선길에서 사람을 찾는다는게 참 막막했습니다.
병원 옆으로 이어진 능선을 따라 내려오면서 주변을 살펴 봅니다.
얼굴도 모르는 이 환자분이 안타까운 모습으로 발견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애써 누르면서 참았던 소피도 보고 혹시 산삼이 있나 그런 생각도 하면서...
능선의 양쪽 경사면을 둘이 나누어 살피던 중 직원이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급히 뛰어 갔습니다.
병원쪽 경사면 숲 속을 헤매던 오십대 중반의 여성이 저희 직원에게 발견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직원 귀에 낙엽 밟는 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얌전한 미인형의 그 여성은 힘없는 목소리로 우리에게 죄송합니다를 연발하였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기에 그 여성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죽기를 원하는 지 궁금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문득 아내 생각이 납니다.
늘 허리가 아파 등을 두드리면서도 요즘 그림공부를 하러 문화센터를 다니고 있습니다.
거실에 놓인 이젤 위에 연필화 습작을 걸어놓았는데 제법 잘 그렸습니다.
“사람이 가진 재주를 마음껏 발휘하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
점심 먹고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미안하고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헐! 문자 보낸 지 한 시간이 넘도록 답장이 없습니다.
(201106091352)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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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김태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1.06.10 상투적인 문구인데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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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나비 작성시간 11.06.12 "사람이 가진 재주를 마음껏 발휘하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쉽고도 어려운 일, 좋은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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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김태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1.06.13 감사를 느끼는 잣대는 다 다르겠지만 본인이 이길 수 없는 장애를 가진 환자를 보면 나의 현재 모습에 감사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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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바람 작성시간 11.06.13 전 그런 문자 보내다간 안 하던 짓 한다고 바가지 날아올지도 모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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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김태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1.06.13 말은 그렇게 해도 마음은 안그런게 여자맘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