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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의 여섯 등급

작성자김희자|작성시간13.05.23|조회수107 목록 댓글 6

 수필의 여섯 등급

 

 

                                                                   신현식

 

 

 어떠한 것이든 등급이 있다. 조금 가혹한 소리일지 모르지만 수필도 마찬가지다. 읽기 힘든 수필이 있고, 내용을 알 수 없는 수필이 있고, 재미없는 수필이 있고, 재미와 깨달음이 있는 수필이 있고, 재미와 깨달음과 감동이 있는 수필이 있고, 문학적으로 완성된 명 수필이 있다.

 물론 겨우겨우 읽어갈 수 있는 작품은 처음 수필을 쓰는 습작 하시는 분들의 습작일 테고, 깨달음이 있고 재미가 있으면 그만 그만한 작품일 테고, 그것에 감동이 있고 오래도록 기억되고 다시 읽혀지는 작품은 명 수필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첫째. 읽기 힘든 수필.

 

읽기 힘든 수필이 있다. 작품을 쉽게 읽어갈 수 없는 이유는 문장이 바르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는 글을 쓸 때 문법에 맞는 바르고 정확한 문장을 써야 한다. 문장은 간결하고 담백해야 하고 어려운 단어는 되도록 피하고 단어나 문장이 중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장문은 뜻의 전달이 어려우니 긴 문장을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짧은 문장을 반복하여 쓰면 딱딱해 지고 호흡이 가빠 좋지 않다.

 읽기 힘든 이유 중의 또 하나는 문장과 문장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데 있다. 문장과 문장은 상호 필연성과 인과성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없을 때에는 글이 삐걱거리게 되고 뜻이 전달되지 않아 읽기가 힘이 든다.

 읽기 힘들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어려운 한자와 난해한 표현을 쓰는 것이다. 되도록 쉬운 낱말, 쉬운 문장으로 쓰자. 대가들의 수필에도 그런 어려운 문장이나 단어는 보이지 않았다.

 

 

둘째, 내용을 알 수 없는 수필.

 

 내용을 알 수 없는 이 경우는 주제가 불분명 할 때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 주제란 그 글의 핵심이다. 글은 핵심을 벗어나지 않고 끝까지 가야 한다. 또 논리에 맞지 않는 주장을 할 때도 작가의 의도를 가늠할 수 없다.

 한 작품 속에는 하나의 이야기가 가장 이상적이다. 단순한 이야기는 둘, 셋을 가져 올 수 있지만 아무튼 화소가 많거나 등장 인물이 많아도 독자들은 혼란에 빠진다. 또 시간과 공간의 이동이 많아도 독자는 멀미를 일으킨다. 그러므로 작가는 서두에서 결미까지 일관되게 하나의 주제를 선명하게 이끌고 가야함은 물론이요, 내 주장이 논리에 맞는지 다시 확인해야 하고, 많은 이야기를 하려 하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요, 이곳저곳으로 독자를 끌고 다니지 않아야 한다. 이것은 작품 다듬기를 할 때 독자의 입장이 되어 냉정하게 자신의 글을 한 번 더 살펴보아야 한다.

 

 

셋째, 재미가 없는 수필

 

 수필에서는 깨달음보다는 재미가 우선이다. 아무리 유익한 메시지가 있어도 재미가 없으면 독자가 외면하기 때문이다.

 수필에서의 재미는, 소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소재는 그 글을 이루는 큰 뼈대라 할 수 있다. 그 뼈대가 굵고 튼튼해야 하겠지만 또한 신선해야 한다. 늘 들었던 이야기를 누가 재미있어하겠는가.

 또 재미있는 수준의 수필이 되려면 소재에 맞는 서술이 따라야 한다. 소재도 좋고 문장도 좋은데 종종 지루한 글을 만나게 된다. 그것은 글의 전개가 잘 못 된 경우다.

 체험을 장황하게 늘어놓기보다는 문제의 핵심에 바로 들어가는 것이 좋고, 너무 설명적이지 않아야 하고, 이야기의 속도를 느리지 않게 하여 가급적 긴장감을 주어야 한다. 독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쉽게 결과를 알리지도 말아야 함은 물론이다.

 

 

넷째. 재미와 깨달음이 있는 수필.

 

 이 정도의 수필만 쓰게 되어도 성공한 수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수필이 자기의 체험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보니 자기 과시나 자랑을 늘어놓기 쉽다. 독자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의식 없는 수필가들이 그런 글을 쓰기 때문에 독자들로부터 ‘수필은 신변잡사다.’하는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글 속에는 어떤 알맹이가 있어야 한다. 알맹이, 그것은 재미와 깨달음이다. 수필은 교술 장르로 분류된다. 그것은 시와 소설이 간접적으로 교훈을 주는 것에 비해 수필은 직접 교훈에 개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훈시를 하거나 설교적이어서는 안 된다. 또 질책하거나 명령하는 투는 더 더욱 안 된다. 은근하게 암시적으로 깨달음을 던져 주어야만 한다. 그래서 수필이 어렵다는 것이다.

 

 

다섯째, 재미, 깨달음, 감동이 있는 수필.

 

 모든 수필가들이 이런 수필을 쓰려고 한다. 작품의 완성도, 그것은 바로 이 감동이 아니겠는가. 감동과 완성도는 비례한다고 본다. 완성도란 좋은 소재에, 유려한 문장력, 적절한 구성, 상징과 비유를 구사한 멋들어진 표현, 주제가 선명하게 살아나고 논리가 정연했을 때 감동이 일어난다. 그러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진부한 표현이나 독창성이 없는 글은 감동을 줄 수가 없다. 깊은 사색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야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감동이란, 말 그대로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통곡을 끌어내는 감동도 있을 것이고, 가슴을 짠하게 하는 감동도 있을 것이다. 너털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감동도 있는 반면에, 잔잔한 미소로 긴 여운을 남기는 감동도 있을 것이다.

 감동의 근원은 아름다움에 있다. 글도 정렬이 잘 되어 아름다워야 하겠지만 소제 또한 아름다워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사랑이다. 사랑 중에 최고의 사랑은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은 희생적인 사랑이다.

 

 

여섯째, 문학성이 높은 명 수필

 

 감칠맛 나는 문장, 멋있는 표현, 그것만으로는 문학성을 얻었다고는 할 수 없다.

 수필의 문학성은 앞에 열거했듯이 감칠맛 나는 유려한 문장, 멋들어진 독창적인 표현, 그것에다 재미있고, 깨달음이 있고, 감동이 있으면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구라도 이견을 달지 못하게 확실하게 해두려면, 그 작품을 읽었던 독자가 먼 훗날 서고에서 그 책을 꺼내 다시 읽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 작품이라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문학성을 얻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Pavane(파반느) / Tol & T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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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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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김희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5.23 어느 작가님이 그러대요.
    첫인상은 순수하고 평범했대요.
    성격도 부드럽고 무난해 보여서 맞춰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대요.
    같이 살아 보니 그렇게 까탈스러울 수가 없다네요.
    그래서 확, 이혼을 해 버려?
    고비마다 이별을 들먹이며 가출도 해보았대요.
    그래도 질긴 정 때문에 돌아올밖에 없었대요.
    선생님, 수필은 그런 거래요...
  • 작성자박명순 | 작성시간 13.05.23 신교수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수필에도 등급이 있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여섯째' 비슷한 글이라도 쓸 수 있을까요?
    김희자 작가님,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성자홍성순 | 작성시간 13.05.24 수필? 저는 아직 수필이 뭔지 모릅니다. ㅎㅎ
    김희자 작가님이 올린 자료 보니까
    수필과 이별하고 등산이나 다니면서 룰룰랄라 사는게 더 나을 듯 ㅎㅎ
  • 작성자백천(하봉수) | 작성시간 18.05.25 이제 3등급은 고달했다고 자평하는데??
  • 작성자소군호 | 작성시간 20.04.10 수필의 등급이 있지요. 몇번을 읽게 되는 수필이 분명 있기는 합니다.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다는 건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거겠지요.
    솔직담백해야함은 물론일테고요.
    글쟁이가 된다는 것도 어느정도는 타고 나야 하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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