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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수필

고독

작성자김희자|작성시간11.11.18|조회수50 목록 댓글 8

 

고독/조경희

 

 

 

고독을 좋아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고독을 싫어한다. 고독이 접근하는 것을 두려워하기까지 한다.
우리들은 이 고독으로부터 벗어나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마음대로는 되지 않는다.
고독하다는 말을 어린이들은 쓰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 가는 상황을 이야기할 때 글의 제목처럼 고독을 말한다. 정다운 부부가 함께 살다가 어느 한쪽이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남는 사람이 치러야 하는 삶의 처지를 말할 것이다. 말벗과 생활의 반려자를 잃었을 때 먹구름처럼 엄습해 오는 외로운 상황을 말한다. 그러나 고독이란 서로 떨어졌을 때만 오는 것이 아니고, 두 사람이 행복하게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뜻꽈 생각이 다른 외딴 섬들처럼 적막하기 마련이다.
고독이란 이렇게 눈으로 보고 알 수 있는 점과 표면상으로 명랑하고 아무 근심 걱정이 없어 보이지만 남몰래 비밀처럼 고독한 생활을 하는 사람도 많다.
특히 희노애락의 표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동양인들은 고독한 삶에 대해서도 남이 알게 모르게 지낸다.
고독을 달래는 방법에 있어서도 여자들은 소극적이고 남자들은 적극성을 띤다 할 수 잇다. 남자들은 술자리를 찾는 것도 고독의 무마 작전인지 모르겠다. 여자들이란 주어진 고독한 삶을 참는 것으로 일생을 보낸다. 오랜 인습에 얽매어 사는 여자의 일생이란 문자 그대로 고독한 생애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고독하다는 말을 구사하는 자체가 사치스런 표현이다.
울음을 떠뜨리듯 고독을 터뜨리지 못한 영혼을 따뜻한 손길로 쓰다듬어 마음의 평화를 갖게 해야 할 것이다.
고독한 여인들은 사업도 남겼고 일도 많이 했다. 고독을 외면한 여인들의 생활이 남긴 것의 후회와 낭비뿐일 것이다.
예술 작품은 고독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오래 전에 파리에 들렸을 때 몽파르나스 어느 아뜨리에를 찾아 갔을 때다. 나는 그때 켄버스에 열심히 화필을 움직이는 화가를 보았는데 그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사람들의 발소리가 나도 쳐다보지도 않고 화폭에만 붙어 있는 화가의 모습.
예술가가 고독하다는 것은 창작 과정에서도 느껴지는 일이겠지만 그보다 그의 작품을 세상에서 몰라 줄 때 더욱 심할 듯하다. 작가나 시인이 죽어서 이름이 유명해지고 많은 애독자를 갖게 되는 수가 많지만 죽기 전에 작품 한 편 세상에 발표하지 못해서 아무도 알아 주지 않을 때의 고독한 심정이란 헤아리기가 어려울 것이다. 윤동주는 살아서 한 편의 시도 발표하지 못했고, 소월도 죽은 후에 얻은 영광이었다. 예술가의 진가를 인정받지 못한 시절은 누구든지 다 경험한 과정이겠지만, 진짜 고독하다는 것은 이런 시절일 듯하다. 예술가뿐 아니라 과학자도 그렇고 정치가도 그렇고 보다 나은 차원을 위해서, 보다 나은 아이디어를 창조하기 위해서 고독은 숙명적이다.
베이컨은 그의 <우정>이란 글 속에서 말을 털어 놓는다는 것은 무늬 있는 페르시아 비단을 펼치는 것 같다고 하였다.
이 말은 고독의 치유법을 뜻하는 것이지만 인간은 다른 병을 아파하는 것처럼 고독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흔히 대중 속의 고독을 말한다. 그것은 도시의 고독하고도 통한다. 도시의 풍경은 오히려 고독하고 산과 산의 골짜기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시골 풍경은 온기가 도는 것 같은 느낌이다.
친구도 많아서 좋을 것이 없다. 다정한 사람 한둘이면 충분하다.
아침부터 들려오는 전화의 벨도, 길가에 나가면 서로 인사를 주고 받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바쁜 전화 소리 직업과 관련이 끊어지면 차츰 줄어들 것은 사실이고, 서로 알고 지내는 분들도 세상을 떠나거나 병약으로 만날 수가 없게 된다.
내 마음을 옮겨다 심은 것 같은 친구를 처음부터 만나기는 힘들다. 자기 몸 이상으로 생각하고 아끼고. 가꿔야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다.
사제에게 고해 성사를 드리듯 괴롭고, 때로는 억울한 심정을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는 절대 필요하다.
체홉의 <사랑스런 여인> 이나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니나> 같은 여인들은 좋은 벗을 갖지 못한 여인들이었다.
극심한 고독은 썩은 동아줄도 금동아줄로 현혹시켜 엉뚱한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우리가 살아 가는 길이란 외로운 나그네의 삶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일을 완전히 잊어버린 듯이 살고 있는 연기자들이다.

무서운 고독은 죽음보다 더 아픈 것 같다.
그렇지만 이 세상에 와서 무엇이가 남기고 가는 분들은 죽음보다 더 아픈 고독을 이긴 분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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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김희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11.18 교수님,
    고독할수록 글에 몰입이 더 잘 되어예.
    제대로 된 글이라도 한 편 남기려면 죽음보다 더 아픈 고독을 이겨내어야 하겠지예... ^^
  • 작성자정애선 | 작성시간 11.11.18 저도 고독을 즐기는 편입니다.
    외로움은 편안한 친구처럼 마음에다 찐한 그 무엇을 주기도 하니까요...
  • 답댓글 작성자김희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11.19 저와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
    좋아하는 음악도 분위기도...
    남을 배려하고 나누는 마음은 제가 더 배워야 할 듯해요.
    늘 함께해서 행복하답니다. ^^
  • 작성자조현태 | 작성시간 11.11.18 고독이란?
    .
    .
    고스톱 치다가 독박쓰는 것.(그러니까 당근 싫쥐~~~)
  • 답댓글 작성자김희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11.19 ㅋㅋㅋ 고스톱 치다가 독박쓰는 게 고독이로군요.
    우리 조작가님도 유머스러우세요.
    이 해가 가기 전에 한 번 뵈어야 할 터인데...
    좋은 사람들은 자꾸 만나고 싶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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