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일반수필

튀는 수필 편한 수필

작성자김희자|작성시간12.09.25|조회수78 목록 댓글 2

 

튀는 수필 편한 수필 / 김진식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우열을 가르는 일은 단순하지 않다. 이것도 저것도 다 갖춘다면 그뿐이지 세상일이 어디 그런가. 눈에 잘 띄어도 시고 떫으면 눈요깃감에 그치고, 수수한 빛깔이라도 맛이 좋으면 흐뭇하다. 수필에 있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튀는 수필은 반짝거리지만 어딘가 덜 익어 불안하고, 편한 수필은 잘 익어 흐뭇하지만 수수한 치레가 눈을 피한다.

튀는 수필의 강점으로 개성을 꼽는다. 개성은 창조성과 맥을 같이 한다. 또한 감수성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문채文彩와 문법을 보인다.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롭게 나고자 하는 초심자들에게는 여간 매력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관심의 적的이 될 수 있고, 완성도에 따라 갑자기 뜰 수도 있다.

이에 비해 편한 수필은 한적한 숲길의 바람이거나 물맛이다. 바람이나 물이나 맑을수록 시원하지만 빛깔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랜 숙성熟成 때문이다. 색깔은 바래고 소용돌이는 잔잔히 졸며 파문을 그린다.

그러므로 튀는 수필이냐, 편한 수필이냐의 문제는 수필을 보는 나름대로의 안목이 작용하는 것이지만 어느 것이 되었든지 문학성이나 완성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외피의 색깔이나 속성으로 결정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튀는 수필과 편한 수필은 서로 다른 세대를 살면서도 같은 길을 나란히 걷고 있다. 그래서 서로 견주며 우열을 가린다. 연륜이 다르고 겪은 것이 다른데 단순한 대비로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담론이 필요한 것은 세간의 평판이 오도되기도 하고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경우를 상정하기 때문이다. 튀든 편하든 좋은 수필은 '좋은 수필'이고 그 다음에 색깔과 짜임과 흐름을 견주어 볼 수 있다. 이때 선자選者의 안목에 따라 '좋은 것'이 아닐 수도 있고, '아닌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앞뒤 사정을 미뤄 봐서 튀는 수필은 시고 떫지만 개성 있는 젊은 수필이고, 장래성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반드시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자질과 자세가 되어 있고, 여기에 감칠맛을 보인다면 주목하게 된다.

편한 수필에는 한적함이 있고 흐뭇함이 있다. 뜨거운 가슴에게는 마른 풀잎처럼 물기가 없지만, 산 중턱의 길손에게는 땀을 씻어주는 바람이거나 목을 축이는 물맛이다. 이를 낡은 것이라고 외면하는 것은 아직 고단한 산길을 모르거나 치우친 길을 벗어나지 못한 까닭이다. 그래서 글은 사람이요, 인생이다.

글은 세월을 넘나든다. 좋은 글은 시대를 초월한 생명력으로 말한다. 이런 눈으로 보면 튀는 것과 편한 것은 같은 흐름의 앞과 뒤의 저만큼 거리에 있다. 앞은 무성하게 밑자리를 깔고 뒤는 고뇌를 삭이며 맑게 고인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정애선 | 작성시간 12.09.25 낡고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 저는 한적한 숲길의 바람에 반해 버리지요. 그러나 그 길이 멀기만...
  • 작성자박동조 | 작성시간 12.09.25 *글은 세월을 넘나든다. 좋은 글은 시대를 초월한 생명력으로 말한다.
    우리가 열하일기를 읽는 이유겠지요.
    시대를 초월한 생명력 있는 글을 쓰기 위하여 무엇을 노력했나 생각해보렵니다.
    고맙습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