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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실려가는 나무

작성자이혜연|작성시간10.04.05|조회수34 목록 댓글 5

실려가는 나무


                 나희덕


풀어헤친 머리가 땅에 닿을락 말락한다


또다른 生에 이식되기 위해


실려가는 나무, 트럭이 흔들릴 때마다


입술을 달싹여 무슨 말을 하는 것 같다


언어의 도끼가 조금은 들어간 얼굴이다


오래 서 있던 몸에서는


자꾸만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고


기억의 부스러기들이 땅에 떨어지기도 한다


그걸 받아 적으며 따라가다가


출근길을 놓치고 길가에 부려진 나는


나무 심는 인부의 뒷모습을 보았을 뿐이지만,


나도 모르게 그 나무를 따라간 것은


덜컹덜컹 어디론가 실려가면서


언어의 도끼에 다쳐본 일이 있기 때문일까


어떤 둔탁한 날이 스쳐간 자국,


입술을 달싹이던 그 말들을 다시 읽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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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한준수 준빠 | 작성시간 10.04.05 그다운 추시(追視)였네요. 당연하겠죠. 사물적 도끼 보다 더 무서운 인의적 도끼에 찍혀본 그라면.
  • 답댓글 작성자이혜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0.04.06 언어의 도끼에 무수히 다쳐보아야 이런 좋은 시가 나올까요. 하기야 나 같은 사람은 다쳐봤어도....!
  • 작성자김형구 | 작성시간 10.04.05 인상깊은 시군요-- 잘 읽고 갑니다
  • 작성자김경애 | 작성시간 10.04.05 시는 이처럼 은유적 표현이 가능해서 좋네요. 시의 운명은 고통이고 슬픔이라 했습니다....잘 감상했습니다. 역시 나희덕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이혜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0.04.06 식목일이라서 올려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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