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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귀농일기]

산골 아낙의 푸념 소리 - 밤이 깊어 가는 지도 모르고

작성자털보산적|작성시간07.06.28|조회수136 목록 댓글 5
밤이 깊어가는지도 모르고

잎이 져 버린 나무가지들이 실바람에도 을씨년스런
괴성을 질러대는 산중.

해발 400미터가 넘는 깊은 산속.
덩그마니 서있는 막집 형태의 30평형 2층 목조 건물.
건물 아래층 한켠에 마련된 2평 규모의 작은 방에서
초저녁 깜박 잠이 깨면 부시럭부시럭 나는 30평 홀로 나온다.

휴양림 산 속 매점 건물.
성수기 한 여름철의 불과 며칠을 제외하곤
1년 내내 사람 그림자조차 없는 곳.
여름도 아닌 겨울 산속은 적막 그 자체다.

넓은 홀 한켠에 형광등 하나 밝히고
전날 다듬다 만 나무토막을 잡아든 내 손.
손 한쪽은 이미 조각도를 거머쥐고 있다.

한 땀 한 땀 후비고 파고 깎아내는 작업.
조각품 하나 완성시키려면 수백 수천번의 손길이 가야하는 목공예.
바람이 나무가지 사이로 스치듯 지나가는 소리조차 들리는
깜깜한 산 속 외딴 건물 속에서 사각사각 조각도가 움직인다.

그 움직임 속에 한뼘 한뼘 다가서면
어느새 몰입돼있는 내 정신과 함께 마음도 이미 평온해져 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밤이 얼마나 깊어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몰입돼어 있다가 엉치뼈가 쑤셔오면 그때서야 미완성 조각품
내려놓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는 나.
두사람 누우면 꽉 차는 작은 방에 드러눕힌 작은 체구가
외로이 홀로 더 작아지는 밤.

형광 불빛마저 사라진 산속에 그제서야 조용히 나타나는 새.
움직임도 없이 그저 소리로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새.
휘파람새다.

'쓰이익~ 쓰익~ 휘이익~ 휘익~'
나직하고 연약한 가녀린 소리.
가녀리다 못해 애처롭기만한 새소리.
조용해야만 들을 수 있는, 고요와 적막을 먹고사는 새.

맨처음 나는 그 소리를 듣고
내 영혼이 새가 되어 나타난 줄 착각했었다.

어쩌면 그리도 내 영혼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드는지.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까닭모를 아릿한 아픔은
왜 그리도 내 마음을 저며오는지.

이밤 또 휘파람새가 운다.
10년이 다 되어가는 세월 속의 새나, 지금 울어예는 새나,
나직하고 애잔한 소리만은 변함이 없다.

마음속으로 가까이 와주기를 원하면,
가까이 다가와 울어주는 미스테리컬한 새.

오늘밤도 나는 휘파람 새소리에 취해 글을 쓰고 있다.
밤이 얼마나 깊어가는지도 모르고...

2007년 6월 28일 아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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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서강둑 | 작성시간 07.06.28 휘파람새가 영월에서 들엇던 소리의 주인공인가 보네!~
  • 작성자약산 | 작성시간 07.06.28 목각, 적막한 밤, 휘파람 부는 영혼
  • 작성자헹가래 | 작성시간 07.06.28 휘파람 새소리. 처음에는 좀 이상하게 들리지만 나중에는 나름의 운치가 있지요. 야산에서 벌초하다가 휘파람새소리를 쫒아 가다가 결국 포기한적도 있읍니다. 그래서 새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요
  • 작성자金潭 | 작성시간 07.06.28 언뜻 외로워보이지만 알찬 삶을 사시는 것같아 좋아보입니다.남들은 일기예보를 들어-테레비,라디오 모두 시,청취불가-태풍을 피하려 안달해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저는 무섭게 불어오는 바람이 때로는 좋았습니다.조용한 집안에 누군가 와서 왁자찌껄허게 놀고있다는 그런 묘한 기분도 느꼈습니다.
  • 작성자노일 | 작성시간 07.06.28 동작그만~~! 이제 쉬십시오^^목각을 하는 동안 듣지 못한, 새 소리를 더 많이 들으세요`~영혼의 소리가, 새 소리라면, 영혼의 모습은 목각으로 표현되어 나타 날 겁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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