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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새와 칼바리아 나무

작성자잉카(나희수)|작성시간23.09.11|조회수218 목록 댓글 1

도도새는 인도양의 모리셔스 섬에 살던 칠면조만한 크기의 날지 못하는 새였다. 15세기에 포르투칼 뱃사람들 눈에 뛴 이후

사람들의 남획에 의해 1681년에 이 세상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춘 이 새의 이야기는 인간의 탐욕과 무지가 초래한 멸종종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글은 도도새의 멸종이 도도새만의 멸종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일대 생태계에 끼치는 장기적인 영향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래의 글은 미국 하버드대 교수인 스티븐 제이 굴드의 저서 '판다의 엄지'(원제: The Panda's Thumb, 김동광 역, 세종서적 간, 1998년)의 본문중 '제27장 자연계의 교묘한 얽힘'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내용의 일부(353~356쪽)를 옮긴 것 이다.

 

19세기의 지질학자들 가운데 대격변설을 주장한 대표적인 학자였던 윌리엄 버클랜드는 생명의 역사를 한장의 큰 그림에

요약했다.

이 그림은 여러 겹으로 겹쳐져 "지질학과 광물에 대한 자연 신학적 고찰"이라는 제목의 당시 유명한 저서 속에 끼어 있었다.

그 그림은 대멸종 당시 희생되었던 동물들을 멸종한 시대별로 정리해 놓았다.

그리고 주요 동물들은 한데 모아 놓았다. 어룡, 공룡, 암모나이트, 익룡 등이 한 무리를 이루었고, 메머드, 긴털코뿔소,

거대한 동굴곰 등이 또 한 무리를 형성하고 있다.

맨 오른쪽에는 현대의 동물로서 우리 시대에 기록된 최초의 멸종 생물인 도도가 혼자 서 있다. 몸집이 크고 날 수 없었던

도도(이 새의 체중은 25파은드(11.34Kg)가 넘었다)는 인도양의 모리셔스 섬에 상당수 서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15세기에 처움

발견된 후 채 200년도 지나지 않아 멸종하고 말았다. 맛이 뛰어난 도도의 알을 남획한 인간들과, 일직부터 선원들이

모리셔스 섬에 들여온 돼지가 그 원인 이었다. 1681년 이후 살아있는 도도새는 단 한 마리도 목격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1977년 8월에 위스콘신 대학의 야생 생태학자 스탠리 A. 템플이 다음과 같은 신기한 이야기를 보고했다. 그는, 그리고 그

이전의 다른 사람들은 칼바리아 마요르(Calvaria major)라는 거목이 모리셔스 섬에서 거의 멸종 상태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알아

차렸다. 1973년 그는 남아 있는 원시림 속에서 겨우 13그루에 지나지 않는 '과성숙했고 고사하고 있는 노목'을 찾아낼수 있었을 뿐이었다. 모리셔스 섬의 경험 많은 산림 관리인들은 이 거목의 수령을 3천년 이상으로 추측했다. 

이 나무들은 매년 겉보기에는 수정된 것처럼 보이는 완전한 형태의 씨앗을 만들어 내지만 실제로는 단 하나의 씨앗도 발아하지

않으며, 따라서 어린 나무는 한 그루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인공적으로 이 나무가 자라기에 적합한 종묘장을 만들어 그 씨앗들을 발아시키려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과거에는 모리셔스 섬에 칼바리아가 아주 흔했던 것으로 보이며, 과거의 산림 관리 기록에 따르면 이 나무가 매우 넒은 지역에 걸처 벌목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지름이 2인치( 50.8mm) 가량 되는 칼바리아 열매에는 두께가 1/2인치(12.7mm) 정도 되는 단단한 핵으로 덮힌 씨앗이 들어

있었다.

이핵은 수분이 많은 과육질 층으로 둘러 싸여 있고, 그 바깥쪽에 엶은 외피가 덮혀 있다. 템플은 견고한 핵이 "내부에 있는 배가

팽창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종자가 발아할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추론했다. 그러면 먼 옛날에는 어떻게 발아한 것일까?

 

템플은 두가지 사실을 하나로 묶었다. 초기의 탐험자 들은 도도가 산림 속 거대한 나무의 씨앗과 열매를 주식으로 삼았다는 기록을 전하고 있다. 실제로 칼바리아 핵의 잔해가 도도의 유해 속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도도는 견고한 먹이를 깨뜨릴 수 있를 만큼 자갈이 많이 들어있는 튼튼한 모래주머니를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덧붙여 지금까지 살아있는 칼바리아 나무의 수령이 도도가 멸종한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은 이 두종이 매우 밀접한 관계에 놓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 도도는 약 300년 전에 종적을 감추었고, 그 이후에 발아한 칼바리아 나무의 씨앗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템플은 도도의 모래주머니 속에서 파괴되는 것을 막기위한 적응전략으로서 칼바리아가 씨앗을 아주 두꺼운 핵으로 둘러 싸도록 진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나무는 스스로의 번식을 도도에게 의존하게 되었다. 하나를 얻는대신 다른 하나를 내준 꼴이다. 도도의 모래주머니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핵은 배가 스스로의 힘으로 발아 하기에는 지나치게

두꺼웠다.

이처럼 일찍이 씨앗을 위협하던 모래주머니가 이제는 칼바리아 번식하는 데 없어서는 안되는 요소가 된것이다. 이제 씨앗이

발아하기 위해서는 두꺼운 핵이 파괴되고 그 표면이 깍일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여러 종류의 작은 동물들이 칼바리아의 열매를 먹지만, 그들은 수분이 많은 육질부를 갉아먹을 뿐 중심부에 있는 핵은 건드리지 않는다. 반면에 도도는  이 열매를 통째로 삼킬수 있을 정도로 컸다. 이새는 과육을 소화 시킨후 핵을 뱉거나, 모래주머니에서 핵을 벗겨낸 다음 똥과 함께 배설했을 것이다. 템플은 씨앗이 여러 동물의 소화관을 거친 후 발아율이 현저히 높아진

여러사례를 인용했다.

 

그런 다음 템플은 여러 종류의 현생 조류의 체중과 모래주머니에서 발생하는 힘 사이의 관계를 그래프로 나타내 도도의

모래주머니가 갖는 파괴력을 추정해 보았다. 여기서 얻어진 곡선을 도도의 체중에 까지 연장한 결과, 칼바리아의 핵은 파괴에

저항할 정도로 충분히 두껍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실제로 가장 두꺼운 핵은 마멸에 의해 약 30%가 줄어들지 않는 한

파괴되지 않았다. 도도는 그전 상태에서 씨앗을 토해내거나 장으로 보냈을 것이다. 

템플은 오늘날 살아있는 새 가운데 도도와 비슷한 칠면조를 선택해서 한번에 하나씩 강제로 칼바리아의 핵을 먹여 보았다.

칠면조의 모래주머니에서 17개의 씨앗중 7개가 부숴졌고, 나머지 10개는 칠면조가 토해내거나 상당히 마모되어 배설물과 함께 배출되었다. 템플은 이 씨앗들을 심었고, 그 결과 3개의 씨앗이 발아했다.

그는 "이것들이 지난 300년 넘은 기간동안 처음 발아한 칼바리아의 씨앗일지 모른다" 라고 썼다. 어쩌면 인공적으로 마모시킨

종자를 뿌리는 방법으로 멸종 위기에 처해있는 칼바리아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풍부한 상상력과 날카로운 관찰력이 결합해서 자연 파괴가 아닌 보전으로 이어지는 일도 이따금씩 일어난다.

 

 

출처 : 에코피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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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잉카(나희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9.11 칼바리아나무 는 다른말로 도도새 나무, 탐발라 코크나무 이렇게도 불린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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