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일의 필름&필링> 6년前 야유와 지금의 환호
1997년 05월 23일 (금) 00:00
홍콩 왕자웨이의 영화'춘광사설'(영어제목 Happy Together:터틀스 60년
대 히트곡 제목)'-.동성연애자들의 탱고같은 로드무비다.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미술감독 장수핑,배우 장궈룽.량차오웨이등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무더운 습지대 한복판에서 찍었다.
무지개가 피어오르는 폭포 아래서 남자들의 사랑에 빗대 97년7월 홍콩의
중국반환에 얽힌 애증을 서둘러 돌아본다.
올해 50회 칸영화제 감독상은 왕자웨이! 발표 순간 나는 슬그머니 웃음
을 흘렸다.
불현듯 91년 크리스마스 이브의 중앙극장 앞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해 중앙극장은 장궈룽.량차오웨이.장만위.류더화.장쉐유.류자링이 주연
으로 나오는 왕자웨이의'아비정전'을 내걸었다.
추운 겨울날 새벽부터 관객이 몰려들었고 영화가 시작됐다.
아마도 액션 누아르를 기대했을 관객들은 90분 내내 거의 멈추어선 듯한
주인공들의 고백만이 이어지자 처음엔 웅성웅성,마침내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극장측에 대한 항의가 계속되는가 싶더니 급기야 극장 유리문이 발길에
깨지는 험악한 사태에 이어 환불소동마저 벌어졌다.
영화는 가까스로 해를 넘기고 1월2일자로 종영.대신 영화관엔 소프트 포
르노영화
'O양의 이야기'간판이 붙었다.
이 일화는 왕자웨이 영화를 개봉하는 전세계 곳곳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
다'아시아가 왕자웨이를 받아들이는 가장 한심한 사례'로 외지에 소개되
곤 한다.
나는 지금 그해 겨울에 소동을 빚었던 사람들이 모두 어디에 있는지 정
말 궁금하다.
칸영화제가 왕자웨이를 인정했으니 우리도 따라하자는 사대주의적인 논리
를 펼치려는 것이 아니다.
왕자웨이 영화를 보고 좋아할 수도 있고,싫어할 수도 있다.
그건 어디까지나 영화를 보는 사람의 취향이기 때문이다.
서울은 싫어할 수도 있고,칸은 좋아할 수도 있다.
당신은 싫어하고,나는 좋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신이 싫다고 나에게 싫어하라고 강요하면 안된다.
왕자웨이는 속임수를 쓴게 아니며 남의 영화를 베껴 일시적으로 유행을
흉내낸 것이 아니며 다만 모두가 좋아하기는 힘든 영화를 만든 것 뿐이다
.
그러나 나는 줄곧 이상한 것을 보아왔다.
'아비정전'이후'중경삼림'이 성공했다.
이번에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졌다.
왕자웨이 영화는 경박하고 감각적이며 그저 표리적인 현상에 불과한 것으
로 어디서든지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평했다.
그러나 내가 과문한 탓인지 왕자웨이 스
타일의 영화를 다른 데서는 보지
못했다.
다만 그를 흉내내는 영화들만 보았을 뿐이다.
심지어 그를 베낀 한국영화를 두고 우리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왕자웨이
보다 더 깊이가 있다고 칭찬하는 기이한 격려도 본 적이 있다.
왕자웨이는 우리가 남의 영화에 대해 얼마나 무례하고 비겁하며 더 나아
가 편견에 차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예가 될 것이다.
갑자기 태도를 바꿔 칭찬을 늘어놓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
.왜 영화에 대해 사람들은 자기의 판단이 절대적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을
까? 나는 정말 그것이 궁금하다.
1997년 05월 23일 (금) 00:00
홍콩 왕자웨이의 영화'춘광사설'(영어제목 Happy Together:터틀스 60년
대 히트곡 제목)'-.동성연애자들의 탱고같은 로드무비다.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미술감독 장수핑,배우 장궈룽.량차오웨이등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무더운 습지대 한복판에서 찍었다.
무지개가 피어오르는 폭포 아래서 남자들의 사랑에 빗대 97년7월 홍콩의
중국반환에 얽힌 애증을 서둘러 돌아본다.
올해 50회 칸영화제 감독상은 왕자웨이! 발표 순간 나는 슬그머니 웃음
을 흘렸다.
불현듯 91년 크리스마스 이브의 중앙극장 앞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해 중앙극장은 장궈룽.량차오웨이.장만위.류더화.장쉐유.류자링이 주연
으로 나오는 왕자웨이의'아비정전'을 내걸었다.
추운 겨울날 새벽부터 관객이 몰려들었고 영화가 시작됐다.
아마도 액션 누아르를 기대했을 관객들은 90분 내내 거의 멈추어선 듯한
주인공들의 고백만이 이어지자 처음엔 웅성웅성,마침내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극장측에 대한 항의가 계속되는가 싶더니 급기야 극장 유리문이 발길에
깨지는 험악한 사태에 이어 환불소동마저 벌어졌다.
영화는 가까스로 해를 넘기고 1월2일자로 종영.대신 영화관엔 소프트 포
르노영화
'O양의 이야기'간판이 붙었다.
이 일화는 왕자웨이 영화를 개봉하는 전세계 곳곳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
다'아시아가 왕자웨이를 받아들이는 가장 한심한 사례'로 외지에 소개되
곤 한다.
나는 지금 그해 겨울에 소동을 빚었던 사람들이 모두 어디에 있는지 정
말 궁금하다.
칸영화제가 왕자웨이를 인정했으니 우리도 따라하자는 사대주의적인 논리
를 펼치려는 것이 아니다.
왕자웨이 영화를 보고 좋아할 수도 있고,싫어할 수도 있다.
그건 어디까지나 영화를 보는 사람의 취향이기 때문이다.
서울은 싫어할 수도 있고,칸은 좋아할 수도 있다.
당신은 싫어하고,나는 좋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신이 싫다고 나에게 싫어하라고 강요하면 안된다.
왕자웨이는 속임수를 쓴게 아니며 남의 영화를 베껴 일시적으로 유행을
흉내낸 것이 아니며 다만 모두가 좋아하기는 힘든 영화를 만든 것 뿐이다
.
그러나 나는 줄곧 이상한 것을 보아왔다.
'아비정전'이후'중경삼림'이 성공했다.
이번에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졌다.
왕자웨이 영화는 경박하고 감각적이며 그저 표리적인 현상에 불과한 것으
로 어디서든지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평했다.
그러나 내가 과문한 탓인지 왕자웨이 스
타일의 영화를 다른 데서는 보지
못했다.
다만 그를 흉내내는 영화들만 보았을 뿐이다.
심지어 그를 베낀 한국영화를 두고 우리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왕자웨이
보다 더 깊이가 있다고 칭찬하는 기이한 격려도 본 적이 있다.
왕자웨이는 우리가 남의 영화에 대해 얼마나 무례하고 비겁하며 더 나아
가 편견에 차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예가 될 것이다.
갑자기 태도를 바꿔 칭찬을 늘어놓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
.왜 영화에 대해 사람들은 자기의 판단이 절대적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을
까? 나는 정말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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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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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카발라 작성시간 04.07.09 공감이 가는 평론이네요.. 100% 공감.. 사실 당시 아비정전이 개봉되었을때 (물론, 저야 아주 뒤늦게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비디오 가게에서 아비정전을 접했지만.. 웬만한 동네 비됴가게에서는 아비정전을 찾기가 넘 힘들었거든요.. 정말 어렵사리 구해서 봤었죠.) 관객들은 아주 심하게 야유를 퍼부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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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카발라 작성시간 04.07.09 물론, 개중에는 열혈남아와 아비정전으로 소수의 왕가위 감독 매니아들이 생기긴 했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왕가위의 작품을 무시했었죠. 그러다가 예상치 못한 중경삼림의 성공과 선전으로 국내에 왕가위 스타일의 아류작들이 판을 치기 시작하더니 너도나도 왕가위 감독을 칭찬하기 바쁘더군요.. 참.. 세상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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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용이-*™★ 작성시간 04.07.10 오호~~저 역시 100% 공감이 가는 평이네요..^^(처음에 열혈남아를 보고 너무 멋있는 영화란 생각을 했고..두번째 아비정전을 봤을땐 솔직히 지루했거든요..^^ 그 다음 중경삼림을 보곤 너무 좋았어요..그 후 다시 아비정전을 보았구요...처음 봤을때 그 지루함이 없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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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용이-*™★ 작성시간 04.07.10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왕가위 영화를 예전의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스타만을 내세운 영화라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왕가위 영화는...그 만이 표현할 수 있는 영화라 너무 좋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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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rose 작성시간 04.07.11 그 날을 똑똑히 기억한다... 내겐.. 인생을 뒤바꿀만큼 대단한 영화였는데... 그 영화가.. 그 아우성속에 내려졌다...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그 후.. 중경삼림이 성공하면서부터의 호둘갑이란... 진짜 웃기는 일이었다... 지난 일이지만.. 진짜 웃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