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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솔직히 시크릿가든 구리지 않나요?

작성자삼사오|작성시간11.01.17|조회수2,157 목록 댓글 37

드라마라는 게 한번 보기 시작하면 결말이 궁금해서 끝까지 보기는 했는데,

솔직히 시간 아깝다 생각들 정도로 구린 것 같은데, 이상하게 호평만 넘치네요.

 

가장 먼저, 길라임 캐릭터.

첫회 시작은 꽤 괜찮았던 것 같아요. 캔디 캐릭터를 살짝 비꼬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렇게 터프한 이미지는 드물었잖아요.

그런데 삼사회쯤 접어들면서부터는 그냥 아예 평범한 여자가 돼버리더군요.

첫회에서 소매치기 일당들을 맨몸으로 잡던 강한 길라임은 어디가고, 운동 신경 없는 캐릭터로 나오는 주원에게 힘으로 쉽게 제압당하는 장면들은 솔직히 어이가 없죠. (서로 좋아하기 전부터 말이죠.)

다리 모으고 서서 발끝으로 땅 톡톡 치는 것 등을 비롯한 여성성을 묘사하는 장면들이 전복적인 재미를 주기 위해서는,

액션배우로서의 터프한 길라임이라는 캐릭터가 단단하게 구축돼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보통 여자와는 다른 바로 그 이미지 때문에 오스카도, 주원이도 '예쁘다'가 아닌 '멋있다'고 얘기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근데 그 캐릭터가 무너져버린 거죠.

주원이라는 자존심 강하고 스펙좋은 재벌이, 말 그대로 가진 것 하나 없는 길라임을 멋있다 어매이징하다라고 하는 것들이 공감가게 설득력을 줘야 드라마 스토리가 탄탄해지는 건데, 일단 길라임의 매력이 대체 뭔지 알 수 없으니 문제죠.

실제로 주목받았던 것도 주원이의 대사며 행동들이었지 길라임은 아니었잖아요.

 

또, 매력이 없었던 것이 길라임만은 아니었다는 점도 문제인 것 같아요.

이런 캔디류 스토리의 기본 구도는 정말 볼품없지만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캔디'를 두고,

굉장히 멋진 남자들-안소니, 스테아, 아치(?), 테리우스 같은-이 서로 잘보이려고 하는 와중에 갈등과 재미가 드러나는 거잖아요.

그런데 길라임을 좋아하는 남자들 중 주원이만 보였다는 점이 스토리를 굉장히 단선적이고 밋밋하게 만들었어요.

철없는 오스카는 매력적이지 않기도 했지만 김사랑 쪽으로 일찌감치 굳어졌고,

이필립은 한두장면 빼놓고는 과묵한 성격만큼이나 분량이 적어서 어필할 시간이 없었구요.

게다가 너무 초반에 길라임의 마음이 주원이 쪽으로 결정나면서, 여러 매력적인 남자를 두고 고민하는 구도가 아니라,

남자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을 쟁취하는 아주 식상한 스토리로 가버렸다는 거죠.

그렇게 되니까 초반에는 김사랑과 길라임을 라이벌로 만드려고 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엉클어졌죠.

남자들 간의 매력 경쟁뿐만 아니라 김사랑 길라임 간의 매력 경쟁도 중요한 볼거리가 돼야 하는데, 라이벌 구도가 안서니까,

김사랑의 캐릭터도 제대로 안서고, 길라임은 앞서 얘기한대로 대체 뭐가 어매이징한지 알 수 없게 돼버렸죠.

 

그렇다면 집안의 반대라도 흥미진진하게 그려져야 하는데,

복잡하게 설계해 놓았던 집안의 권력 구도가 중후반부로 가면서 온통 없어지고, 오직 엄마의 반대만 남았잖아요.

회장님과 그의 새부인, 김주원의 여동생, 상무님... 뭐 이런 사람들 사이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풀어낼 수 있는 재미들이 없어졌어요.

마지막회에서 급정리하느라 정신없더군요.

 

그리고 몸바뀐 설정은 대체 왜 나온건지... 이 드라마의 핵심이 되는 설정인데...

이런 초현실적인 상황에 대한 나름의 납득할만한 설명도 제시되지 못했고

극후반부에 가서는 몸바뀐 것과는 그다지 관계없이 스토리가 진행된 것도 문제죠.

작가의 애초 기획과는 다르게 진행된 건지, 작가의 능력이 떨어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이밖에 사회지도층에 대한 약간의 냉소와 동경을 동시에 담아내려는 시도 역시 그다지 성공적인 것 같지는 않아요.

대표적인 것이 주원이가 입고 다니던 이태리 장인이 한땀한땀 정성들여 만든 츄리닝인데...

이게 극 초반에는 부유층의 천박한 미의식에 대한 냉소와 또 그 부에 대한 동경의 아이러니를 담아내려는 괜찮은 시도였다고 보여지거든요.

첫회만 보더라도 김사랑은 얼마나 속물적이었습니까. 그런 정신이 초반에는 있었죠.

그런데 중후반 가면서 그런게 사라지죠. 길라임의 삐딱한 성격이 사라진 것처럼요.

게다가 주원이는 엄마가 미학공부까지 시켰을 정도로 센스있는 남자로 나오는데,

누가봐도 구리디 구린 그 츄리닝을 입고 나온 것도 말이 안되는 설정이죠.

 

여튼 간에 모든 드라마는 탄탄한 스토리가 기본이 돼야 하는데, 시크릿가든은 그게 없다는 거죠.

그게 안되는 상태에서, 느끼하고 현실에서는 전혀 쓸 것 같지 않은 문어체의 대사들이 난무하니까 거부감이 들더군요.

이 작가의 특징이 그렇거든요. 프라하의 연인에서도 그것때문에 욕 좀 먹었죠.

스토리는 구린데 대사로만 승부하려 든다고... 마치 논리는 구린데 문장으로 승부보려는 논술처럼...

게다가 언플은 어찌 그리 심한지...

드라마 방영되는 동안 기사를 다음 메인에서 매일 볼 수 있었던 유일한 드라마인 것 같네요.

덕분에 극중에서는 존재감 전혀 없었던 썬의 실명도 알게 됐구요.

 

여튼 이 정도의 드라마가 이렇게 이슈가 되고 있다는 것이 참 아니꼬운 시청자의 투정이었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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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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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글애....// | 작성시간 11.01.21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드라마였다는건,,,,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 단지 드라마일 뿐이고 많은 이들의 감성과 웃음을 자극시켜줬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죠~ 이것저것 다따지면 우리나라 드라마 몇 개나 합격점을 받을까요?
    본인 맘에 들면 계속보는거고 아니면 안보는게 정답이겠죠?ㅎㅎ
  • 작성자그남자뇽이 | 작성시간 11.01.23 우리가 문화컨텐츠를 접할 때 항상 얼마나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나?를 생각하는데, 그게 맞는지 의문을 던지고 싶어요. 만약 드라마가 단순히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각색되는 것이라면, 선정적이고 파격적인 연출이 판을 치는 막장드라마를 옹호하는 꼴이잖아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는 이유로 시크릿가든을 호평한다면 요즘 유행하는 '포퓰리즘'이란 말하고 다를바 없네요. 드라마를 평가하는 기준에도 미학적 관점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래서 저는 삼사오님 말씀에 동감!
  • 작성자chocomint | 작성시간 11.01.25 저도 드라마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이지만( 현재는 전혀 관계없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시가폐인들이 속출하는 것을 보고 조금 납득이 안되긴했지요. 무엇보다 개연성이 좀 부족하다는 것과 몸이 바뀌고 서로를 이해하며 진실한 사랑을 깨닫는 과정의 묘사도 부족했지요. 하지원씨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 소문났지만 그보단 정말 정말 열심히 하는 연기자이기 때문에 그리고 길라임 캐릭터자체가 대중에게 친근해서 이미지 메이킹을 잘한것 같고요, 현빈씨 역시 매 작품마다 발전해가는 배우인데 이번 시가에서 그 정점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 작성자chocomint | 작성시간 11.01.25 그리고 최근 몇년동안 이런 드라마가 확 뜬게 없다보니 (죄다 막장드라마 천국이었죠 아마) 오랜만에 사람들이 빠진것 같고, 여러가지 성공요인이 있다고 봅니다. 정말 스토리 라인을 보면 허접한 점이 많지만, 예전에 드라마 작가들이 쓴 서적에서봤는데 드라마는 함께 만드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야 잘된다고 ..하지만 이 모든것을 평가하기전에 이 드라마는 '판타지'라는 장르죠. 그렇게 이해하니까 조금 불편한 부분도 재밌게 보게 되더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오스카-윤슬 라인이 참 좋았습니다 ^^

  • 작성자스팸주먹밥 | 작성시간 11.01.29 솔직히 드라마 스토리나 그런 거에 열광한 게 아니라 현빈한테 열광했다고 보는 1인 (나만 그런 거였나요;) 특히 마지막회는 보다가 성질이 났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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