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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과 고뇌

작성자FreeStar|작성시간11.04.30|조회수1,293 목록 댓글 11

언론인

 

참 듣기 좋은 말이죠

 

언론고시라는 말에서 보여지듯,

언론인은 쉽지 않다고 여겨지는 일종의

지적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도 있고

 

취재원을 상대로 대개 갑의 입장에 놓여있다는

언론 권력을 갖고 있다고도 얘기되죠

 

대학시절부터,

 

대학신문 기자, 벤처 언론 편집장,

메이저언론사,진보언론사 인턴을 거치며

이제 본격적으로 언론인으로 진출하려는 시기에

문득 다시 한 번 시사저널 해직기자들이 쓴

'기자로 산다는 것'을 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고뇌합니다.

 

내 인생의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세상을 밝게 만드는 것과

또 하나는 내가 잘 사는 것이에요.

저 두 목표는 반드시 양립가능해야 하고

또 양립해야 합니다.

 

그러나 언론인은,

그러기가 힘듭니다.

 

시사저널은 진보적인 색깔을 갖추었으면서도 상당히

중립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는데, 시사저널이 부도나자

시장에서 몰아내는 데 앞장섰던 곳이 다름아닌 한겨레21 영업조직이었습니다.

한겨레 21영업조직을 비판하기 전에, 막상 경영 어려움에 폐간 위기에 몰린

그들의 '정당한' 영업 활동을 비난할 수 있는가에 답을 쉽게 할 수 있을까요?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총재가 비서를 통해 건넨 차비를 기자가 거절하자

이걸 받지 않으면 자신이 혼난다며 읍소하는 비서를 과감하게 물리칠 수 있을까요?

 

지난 날 인턴시절, 어느 작은 공장에 취재를 갔었습니다. 거기 사장은 평생을 올곧게

살아오신 한 노인 할머니 분이었는데 제가 열심히 찍고 일도 도와드리고 하며 취재를

마치고 1주일 간의 여정을 뒤로 하며 돌아오려던 날, 밥값을 하라며 5만원을 주셨어요.

저는 거절하지 못 했고 그것은 마음의 부채로 남아 있습니다.

 

그 마음의 부채는 점점 커질 겁니다. 5만원을 받았다는 건, 10만원, 15만원, 20만원,

30만원, 50만원, 100만원, 1000만원, 1억원, 자존심, 자긍심, 양심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거든요.

 

따지고 보면 정론, 견해를 떠나 모두의 목표는 '먹고사니즘'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언론 권력은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주어진 이 사회의 최후의 보루이며 그 권력은

반드시 약자를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 신성한 권력입니다.

 

그런데, 내 목표가 '이 사회를 밝게 만드는 것' 외에 '내가 잘 사는 것'도 포함된 이상

내가 이제껏 외면해왔던 언론인이 되는 것에 대한 진지한 성찰적 물음이 지금

저를 고뇌하게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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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스스슥 | 작성시간 11.05.01 윗 분들도 얘기하셨지만, 어느 조직이건 비슷한 경우는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자신에게 limit을 걸어두시거나 하나씩 만들어가 보세요. 간혹 독이 되는 경우가 있지만, 어른이니 비난당한다고 자책하지 마시구요. 대부분 그렇게, 그렇게 살아들 가는 거라 생각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kyeini | 작성시간 11.05.01 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직장인으로서...어디든 있다에... 한표... 그렇지만 크게 고민하지 않는 문제는 아닌듯;;; 지금 당장 대답을 하지 못하더라고 늘 고민하고 답을 찾다보면 스스로 결론에 도달할 거라고 생각해요... 사회적 약자를 상대하는 직업에서 더욱 그런것 같아요... 지금 직장보다 기자가 더 할 것 같기도 해서 걱정이긴 해요;;;
  • 작성자1980 | 작성시간 11.05.02 상식이란 게 편차가 크긴 하지만 '상식선에서 해결하라'고 조언 드리고 싶네요. 너무 곧은 분들도 쉽게 부러지거나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고, 너무 유연한 분들은 그 자체로 문제일 수 있고요.
  • 작성자더 락 | 작성시간 11.05.09 기자도 결국 직장인이고 사회인입니다. 단단한 뿌리로 지탱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를 가지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작성자조pd 예~!! | 작성시간 11.05.29 다 이해하지만 그래도 좀더 밝은 세상 쪽에 무게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어렵고 힘든 길 가는 사람 괜히 가는거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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