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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면접본다고 거짓말하고 나왔어요

작성자오늘나를위로하는건..|작성시간11.05.20|조회수2,328 목록 댓글 14

혹시나 부모님이 제 표정을 읽으셨을까요...

차려입고 집나서는 딸래미가

사실은 면접이 아닌

몇시간씩 어디선가 방황하고 오려나보다 라는 것을,

 

나에 대한 실망보다 가족들이 실망할 것을 더 걱정하는 나.

아니....

그래도 최종면접까지는 거뜬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그놈의 '보여주기'에 급급한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도 솔직하지 못한  나..

 

참 못나기 그지 없죠.

 

지하철 역까지 바래다 준다는 엄마를 뿌리치고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고

서점에 가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가슴 절절히 읽다가 집으로 왔습니다.

 

시험볼 시간, 집에 돌아올 예정시간을 맞추려니 반밖에 읽지 못했습니다.

 

면접이 끝나면 전화하겠다고 했거든요.

끝나자 마자 집에 오겠다고 했거든요.

시간 때울 데도 더 갈데도 없으니까요.

 

이렇게 밖에(?) 숨어 시간 계산까지 하며 떳떳하지 못할 건 또 뭔가.

쓸데없는 똥자존심만 품고 사는 제가 한심스러운 하루였습니다.

 

막상 집에 가려니 시간을 조금 더 때워야 할 듯 싶어

서점 근처 지하상가에서 만원짜리 블라우스 두개를 사고

은행에 들러 4천 600원 남은 기프트 카드에서 잔액을 돌려받고

버스를 탔습니다.

부모님이 물으시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면접에서 받은 가상질문들을 몇가지 생각해두고 그렇게 창밖만 하염없이 봤어요

 

DMB 라디오에서 달달한 노래가 흘러나오네요

가사 몇 어절을 기억해 내 집으로 와 검색하니

 

2PM의 'I cant' ..... (아이돌의 노래일 줄 몰랐었어...)

 

지금 이노래, 맥주 한 캔 홀짝거리는 저에겐 더없는 안주네요.

 

 

아.프.니.까.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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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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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비각 | 작성시간 11.05.21 회사를 그만둔 상태에서 해외출장을 다녀왔다는 거짓말을 했던 기억이 있슴다. 왜 그랬는지 자세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럴 만한 상황이 있었던 듯. 지나고 나면 그것마저도 추억이 되더라고요. 저도 닥토닥토..
  • 작성자미라야마리야 | 작성시간 11.05.21 힘..!
  • 작성자anacici | 작성시간 11.05.22 힘내세요. 참 공감가는 글입니다..
  • 작성자스스슥 | 작성시간 11.05.28 아무리 다독여도 아무리 청춘이라도 아픈건 아픈거니깐요. 아픈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니깐요.. 여기에 글 올린 것도 빠른 회복을 위한 자신만의 처방전이셨으리라.. 빨리 회복하시길 빌어요.
  • 작성자넌누구냐!! | 작성시간 11.06.03 과정에슬픔이없고눈물이없으면그만큼추억할것이없는거아닐까요 당당히합격하셔서이기억이부모님과나누는즐거운대화소재가되도록하세요 과정의아픔은즐거운추억이되더라구요 건승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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