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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유통기한(연애이야기)

작성자유통기한|작성시간11.05.30|조회수1,511 목록 댓글 10

유통기한이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오만가지 무수히 많은 생각이 들고요.

한때는 글을 잘 쓴다고는 못하지만 못쓰지도 않는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5년 넘게 글 쓰는 일을 안하다보니. 이런 넋두리까지 내 마음이 전달될지에 대한 불안감도 드네요.

 

유통기한이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4년 남짓 만나온 사람이 있습니다. 이제 30살을 넘긴 직장인이고요. 남잡니다.

그동안 아주 행복하다고는 못하지만, 마음을 조금만 비우면 이야기도 잘 통하고 함께 나눌 것도 많은 사람이었지요.

4년이란 시간의 힘인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엔 많이도 싸웠는데 점점 덜 싸우게 되고 만날수록 즐거워지더라고요.

사랑이란게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사람이 내가 만날 마지막 사람일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면서 20대 중반에 시작된 만남이 서른 남짓까지 이어져온 겁니다.

 

얼마전 그 사람이 그러더군요. 자신에게 결혼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그런 걸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어쩌면 결국 나를 떠나보내게 될 거라고 합니다. 그날 회사 선배가 남편하고 심하게 싸우는 걸 봤다나요.

그런데 농담처럼 들리던 그 말에 저는 심각해졌습니다. 결국 헤어지게 될거다. 결국 헤어진다. 결국.

물론 제가 졸랐다거나 뭐 애태웠다거나 그런 건 없었습니다. 저 역시 결혼이라는 것. 당장엔 덜컥 겁이 납니다.

왜냐하면 저 역시 내가 누구 한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자신감이라거나 그럴 여유가 부족하다고 여기고 있거든요.

물론 일방적으로 누구를 부양하고 그런 걸 옹호하지 않습니다.

 

결국 서로 지금 너무 편하고 좋고 즐겁다는 이유로 계속 만나는 건 그녀가 내게 피해를 주는 거라고 하네요.

그 얘기를 듣고나니 나 역시 그녀를 붙잡아 두고만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는 결혼 생각이 없다하지만. 그건 말뿐일수도 있잖아요. 그녀를 놓아주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건 저도 그녀가 '이 사람이다'란 확신이 없는 것이겠지요. 과연 그럴 사람이 있을까도 싶습니다.

 

그래서 지난주 목요일 우린 그만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지난 주말에 예약해놓은 영화때문에 주말까지는 만나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랬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진지하지도 가볍지도 않은 애매한 상황이었던거죠.

이후 저는 가능하면 헤어지는 티 안내려고 노력했고, 또 쉽게 그렇게 되더군요.

금요일이 지나고 토요일도 즐겁게 만나고 그리고 일요일 저녁.

나는 우리 오늘까지야...라고 말했습니다. 일요일까지 지난 4년의 여느날처럼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한달 더 만나자는 제안을 하더군요. 웃으면서요. 난. 그래. 라고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유통기한이 다가오는데. 아니 어쩌면 지나버렸을지도. 지나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결국 우린 어렇게 만나고 헤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 유통기한에 근접한 이 사람과의 사랑을 어떻게 대처하게 될까요. 답은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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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드래곤볼과 같아서.점점 더 강한 상대가 나타나고. 난 계속 자신감이 없고. 그런 상태입니다.

신문쟁이 생활 6년. 경제적인 자유도 마음의 여유도 사라졌네요. ㅎㅎ

이런 넋두리가 여러분에게 힘이 쪽- 빠지는 일이 되는 건 아닐지 걱정도 삐죽- 듭니다.

하지만 여기 이 카페에서 늘 느껴온 사실은 여러분들은 저보다 훨씬 열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겁니다.

저는 여전히 열의를 가진 당신들을 존경합니다. 진정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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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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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윤쉬크 | 작성시간 11.05.31 눙무리...ㅋㅋ 왜이리 글마다 댓글이 매우 매우 애절하신지ㅋㅋㅋ
  • 답댓글 작성자월영 | 작성시간 11.06.01 조립은 커녕..아직도 공장 설계도만 그린다는..
  • 작성자얄리야 | 작성시간 11.05.31 잘은 모르지만, 만날수록 좋고 편하고 즐거우면 정말 이상적인 관계 아닌가요? 미래를 아무리 계획하고 고민하고 생각해도 알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게 인생이더라구요.. 특히나 사랑과 연애에 있어서는 너무 미래를 계획하기보다는 그저 현재를 즐기고 현재의 감정에 가장 충실한 결정을 하는것도 꽤 괜찮은 방법인것 같아요.
  • 작성자명절이 | 작성시간 11.06.01 결혼엔 자신이 없는 게 개인 신념이 아닌 것 같은데요. 글쓴이 님으로부터 더 큰 확신이나 믿음을 얻고 싶었던간 아닐까요? 그 이후에 이 글을 쓰기 전까지 어떤대화를 나누셨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말에 헉해서 이 사람은 나랑 인연이 아니구나.라고 받아들이시는 것도 조금은 슬픕니다.^^;
  • 작성자부끄러워서 | 작성시간 11.06.07 여자분께서 계속해서 만나자는 제안을 하시는 거면... 님께서 확실하게 '넌 내 여자야. 너 없인 난 안돼'라는 말을 할 기회를 주고 있는 건 아닐까요?
    4년의 연애기간동안 그냥 그렇게 편하게만 만나오던 사이에도 서로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고 정말 너 없으면 안된다는 것을 상대에게 각인시켜줄 필요도 있는 것 같습니다.
    깊은 대화 후에 과감하게 프로포즈를 하시거나 언제는 우리 꼭 같이 결혼하자라는 식의 대화로 연결해보시면 어떨까요?
    어쩌면 님의 인생에 가장 소중한 사람이 그분일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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