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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끼적임]]아버지, 나의 아버지.

작성자always_beauty|작성시간11.06.03|조회수743 목록 댓글 7

  오늘 아침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또 말싸움을 했다. 아버지보다 조금 더 논리적인 어머니는 말싸움에서 항상 승리했다.하지만 그 뿐이었다. 아버지는 논리적으로 말싸움 하는거에 지면 항상 극단으로 나아간다. 죽어야 한다느니 목멜 자리를 봐놨다느니... 사실 발달은 별거 아니었다. 그저 그런 일상인데 아버지는 또 어머니를 비하하며 시비를 걸었다. 어머니는 참다가 또 폭발하고, 아버지와 싸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상이 반복되는 이유는 아버지의 물리적 비폭력과 외도, 도박, 술이 일체 이 일에는 개입되지 않는다는 사실때문이다.

 

  짐짓 모른체하며 듣고 있는 나는 점점 불안해짐을 느낀다. 우울증에 수면장애라는 병까지 갖고 있는 아버지는 평소에 잘 나가다가 가끔 그런다. 극단적인 성격을 가진 아버지는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건에서도 엄청 열을 올렸다. 전에 중앙일보에 김진이라는 사람이 전쟁하면 3일이면 이긴다고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아버지는 그 의견을 틈날때마다 주장했다. 그럴때면 나는 논리적으로 요목조목 반박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자식새끼 뼈가 빠지게 키워놨는데, 한다는 짓이 대드는 거라고, 내가 안자고 안먹으면서 키웠더니 다 소용없다."라는 말뿐이다. 가부장적이며 과묵하고 표현을 전혀 하지 않는 전형적인 대한민국 가장. 아마 이념적 성향으로 따지면 뉴라이트, 대한민국 어버이연합 저리가라 할 것이다.

 

  아버지는 어려운 집안에서 자라서 평생 고생하면서 삶을 살았다. 중학교때 1등을 놓친적이 없고, 의사가 꿈이었던 그는 돈이 없어 고등학교, 대학교를 가지못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군대에서도 의무병으로 근무했고, 군의관이 신뢰하여, 대대에서 하는 지휘관 회의에서 군의관대신 회의에 참여했다는 말을 자랑스럽게 하곤 했다.(군의관이 그때 사단 명령으로 어딜 갔는데, 참여할 사람이 없어서 아버지가 참석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그러면 군의관 대신 밑에 중하사가 참여하는게 일반적인데 자신이 참여했다고 한다) 또한 사단 의무평가(의무병끼리 겨루는 응급처치 같은것)에서도 1등을 했다며 자랑스럽게 말하곤 했다. 표창장도 있고 평생 거짓말이라는걸 모르는 사람이라 믿기는 하지만 그게 아버지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동생은 벌써 아버지와 말을 하지 않는지 오래다. 동생은 둘이 있을때 아버지랑 말하면 항상 싸움이 된다며, 싸우다 싸우다 포기했다. 그래서 아버지와 동생 단둘이 있는 집에 오면 항상 침묵만 감돈다. 나는 그 침묵을 견딜수가 없어서 집에 있는 과일을 깍아서 아버지께 드리고 동생한테도 준다. 그럴때면 아버지는 자신의 의견을 나에게 피력하며 나와 대화를 시도하려고 한다. 나는 중간중간 뭔가를 맞받아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지만(극단적인 극우성향에 반하여)그저 밝게 맞장구 치는걸로 대화를 끝내려고 노력한다.

 

  이런 아버지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어있는지 모르겠다. 평생 몸 하나로 인생을 버텼고, 안해본일이 없다. 그 어렵다는 IMF시기에도 3층 집을 세우고 땅을 사면서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가난이 모든 원인이라고 하며, 우리에게는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아버지. 가족이 최고라며, 우리가 하는 일은 모두 알고 싶어하는 아버지. 이제 지친것일까. 아니면 보상받고 싶은 것일까. 그저 병이 원인인 것일까. 알 수가 없다.

 

 미드 위기의 주부들을 보면 이웃들끼리 친구들끼리 서로를 걱정하지만 모두들 하나씩 숨기는 것이 있다. 숨기고 싶어하는 것이 하나씩은 존재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일상을 반복하면서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지만, 또 말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몇년째 반복하는 일상에 나는 지칠만큼 지쳤고, 그 지친 기색을 배설하고 싶은 욕구가 일어 여기에다가 글을 쓴다. 아버지는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것이지만, 나는 아버지를 사랑하고, 또한 논리적이지 않은 말로 나에게 대화를 걸어도 순순히 응할것이다. 그게 풍족하지는 않아도 부족함을 모르고 살아온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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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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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master key | 작성시간 11.06.03 그러고 보면 우리 아빠는 진짜 착하고 좋은 것 같아요.... ㅋㅋ 세상의 모든 아버지 화이팅!! 사랑합니다. (면전에 대고는 말 못하지만;;;ㅠㅠ)
  • 작성자파렛라잇 | 작성시간 11.06.03 ㅜㅜ 가끔 혼자 '아버지'란 말을 해 봐요.. 돌아가신지 10년 됐는데 요즘 정말 그립다는. 님 부럽네요^^
  • 작성자벨라비따 | 작성시간 11.06.05 세대 간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저희도 극우쪽에 가까웠습니다. 이회창 씨 대선 출마 때.. 아버지가 정책위원장이었습니다. 알만하죠? 그런데.. 그런데그런데요.. 우리가 아버지를 이해한다면 나중에 우리 자식들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아버지에게 설득당하라는 말이 아니라.. 그냥 아버지의 삶에서 보면.. 그러한 결과들이 이해된다하는 정도에서 바라봐주시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님께서 아버지를 설득하려고 하면.. 더 부딪힐 거예요.. 근데.. 아버지가 안 계시니깐.. 그런 토론 자체가 무척이나 그립다는.. 잘 해드리세요~ ^^;;
  • 작성자Elephant | 작성시간 11.06.09 저도 비슷합니다. 님은 좋은 분이시네요 ^^
  • 작성자always_beauty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6.10 여러분 고맙습니다. ^^ 아버지께 더 잘해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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