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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저도 고민이..상담 좀...

작성자월영|작성시간12.02.03|조회수2,736 목록 댓글 29

어쩌다 보니 최근 이곳에서 주제넘은 조언들을 많이 하게 됩니다. 대학 다닐 때 어줍지 않게 상담심리를 배운 덕에 뭔가 남의 고민을 읽다보면 몇 마디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 어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죠. 게다가 요즘 한결 여유가 생긴 덕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각자 알아서 살아가는 인생인데 제가 괜한 참견을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진심어린 공감과 조언보다는 `심리적 우월`을 은연중에 자랑하는 행위는 아닐까? 저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새 서른 중반을 넘어선 나이지만 공치사를 듣고 싶어 하는 인정욕구의 발현이란 생각도 듭니다. 유아적이고 퇴행적인 심리지요. 또한 너무 처자들의 고민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부인하지 못하겠습니다. (이런 거 보면 확실한 이성애자 맞습니다. 보고 있나? 의심하는 지인들!)

 

그럼에도 부끄러움과 다소 위선적인 모습 및 주변의 야유(-.-)를 감내하면서 글을 적는 이유는 결국 저 역시 타인이 자신을 가감 없이 드러낸 글들을 통해 많은 위로와 지지를 받았던 경험 때문입니다. 하여 받은 것은 돌려주어야 한다는 아주 단순한 명제에 충실하자. 이건 또 결국 남이 아닌 제 스스로를 위한 일입니다. 아마도 `글`이란 본질적으로 그런 속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이 읽어주길, 읽어주지 않길 바라는 그 양가감정을 왔다 갔다 하면서 종내 남의 반응을 속 깊이 바라는 게 글을 쓰는 심리겠지요.

 

그래서 달아 주신 댓글을 다 읽어보고 될 수 있으면 저 역시 댓글을 달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그리 해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좀 민망할 때가 많습니다. 내가 사람들을 속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거죠. 제가 조언하는 말들처럼 내가 살고 있는가? 그런 칭찬들을 들을 만큼 나는 떳떳한가. 그렇지 않은 부문이 많거든요. 게다가 말과 달리 글은 계속 남아 있어 훗날 잘못 판단하거나 오해할 근거가 될 텐데. 그런 식으로 스스로의 이미지를 미화하고 그걸 은근히 즐기는 건 아닌가. 하구요.

 

제 고민은 털어놓는데 사설이 길었습니다. 제 친한 지인 중에 한 명이 최근 파업을 하고 있는 언론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 회사의 자세하고 정치적인 역학 관계까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 조직이 조합원들이 생계의 위협을 감내하고 파업하는 이유는  언론인으로서 `내가 사람들을 속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근본적인 자괴감이 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곳에서 그 언론사가 왜 파업하는지 어떤 논쟁들이 오고가는지 관심이 별로 없네요. 늘 대학생 선호 1위 언론사인데도 말이지요.

 

각자 입장과 처지, 시각에 따라 그 파업에 대한 평가와 관심은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언론에서 일하고 싶다는, 일하고 있는 이들의 공간입니다. 이런 공간에서조차 정작 언론 내부의 문제에 대해 관심이 덜 하다는 것에 개인적으론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결국 스펙과 기능에만 충실한 직장인들을 뽑으려는 언론사들의 분위기에 이곳도 젖어든 게 아닐까 해서요. 물론 섣부른 동조나 일방적인 지지는 저도 확실하게 반대합니다. 그러나 어쩌면 최근 언론사들이 본질적으로 마주치는 문제에 대해 `연애문제`와 비교해 10분의 1도 안 되는 관심을 보이는 이곳의 분위기. 저만 고민이 되는 걸까요? 이 고민에 어떤 조언과 나눔을 주실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상담 받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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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별둘 | 작성시간 12.02.07 어젯 밤 이글과 댓글들을 읽고 침대에 누워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이상과 현실? 아직 생계를 절실하게 느끼지 못해서인지.. 참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직장으로서의 언론인과 언론인의 사회적 책임.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고,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지만, 그래도 언론인으로서 가져야할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는 태도에 대해 '그래 너 잘났다. 나는 먹고 살기 힘들어서 그런 고민할 여유가 없어'라는 식의 댓글이 단순하게 '다름'으로 받아들여야할 것인지.. 한편으로는 '위악으로의 강요'로까지 저는 느꼈습니다.
  • 작성자별둘 | 작성시간 12.02.07 그 무엇보다 ‘글’은 진실하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지금까지의 월영님의 글들을 읽어볼 때, 그렇지 않고 이글만 보더라도 여기서 ‘난 잘났어. 니들은 왜 그것밖에 못하니’식의 꼰대는 저는 전혀 느끼지 못 했습니다. 살면서 ‘타인에게의 인정’은 누구나 받고 싶어 하는 거 아닙니까? 나의 생각을 글로 피력하면서 이글이 남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질까.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혹시 잘못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도 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으로 쓴 글이 남들에게 인정을 받을 때 우쭐하고 기분 좋은 게 그렇게 잘못된 걸까요? 그게 위선과 관련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조심스러워 하시는 월영님의 세
  • 작성자별둘 | 작성시간 12.02.07 심함이 아름답다 생각할 뿐입니다.

    하지만, 월영님의 태도를 떠나서 그 고민을 바라볼 때 저 또한 막막해집니다.
    단순하게 먹고사는 문제를 떠나, 나중에 후세의 사람들에게 지금의 역사는 무엇이라고 정의 내려질까. 내가 지금 힘들어 죽겠는데 역사 따위가 무슨 소용이야. 라고 쉽게 말하기엔 지금 내가 이런 고민을 할 여유를 만들어준 할아버지 할머님들께 부끄러운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도 ‘네가 배고픔의 설움을 알아?’라고 한다면 눈 감을 밖에요. 이 문제를 너무 쉽게 단정하는 제 자신이 또 다시 부끄러워질 뿐입니다. 언론의 현실에 대해, 현 시대상황에 대해 제가 얼마만큼 느끼고 행동할 수 있을까. 어떻게 행동해
  • 작성자별둘 | 작성시간 12.02.07 야 하는 걸까. 또 이런 고민을 나는 언제까지 안고 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각자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리라 믿고, 저도 제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배고프기 때문에 혹은 배부르기 때문에 고민조차 하지 않는 것을 이해하고 싶진 않습니다. 아직 제가 부족하기 때문에 느껴보지 않아서라고 비난한다면 그 비난 받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해되지 않는 건 여전합니다.
  • 작성자운치있다 | 작성시간 12.02.07 주제와 서론이 동떨어진 느낌? 정도.... 솔직히 본인을 너무 꾸몄다라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네요. 그냥 시원하게 엠사 파업에 대해 조용한 아랑분위기 미워!라고 했으면 더 와닿았을텐데. 앞과 뒤가 다른 내용이라고 느껴집니다. 엠사파업이 별로 탐탁하게 느껴지지도 않아서 아랑에서 언급되지 않았다고 생각해봅니다. 기대했던 만큼 실망이 더 큰거죠. 엠비씨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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