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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사진가가 되고 싶어했던 (전)사진기자 이야기(넋두리에요)

작성자helovesyouso|작성시간12.06.10|조회수935 목록 댓글 4

정말 오랜만에 아랑에 들어왔네요.

여전히 꿈 하나에 의지해 노력하시는 분들을 보니 옛 생각이 나서 몇자 끄적입니다.


벌써 여러 해 전이에요.

수시로 아랑에 접속해서 채용정보방과 뒷이야기들 게시판을 기웃거리며

(눈팅만 하고 글을 쓴 적은 거의 없지만...)

사진기자 채용은 흔치 않아서

그래도 제법 자주^^;; 올라오는 취재기자 공채에도 지원하면서

1년여를 아랑에서 보냈어요.

스터디를 구하기에는 계열이 조금 다르고

전공은 전혀 관련없는 과라서

수험생활하면서 아랑을 통해서

정보도 많이 얻고 힘들 때면 위로도 많이 받았었죠.

그래서인지, 몇 년만에 아랑 메인페이지를 보는데... 가슴이 찡하네요.


운이 좋게

졸업한 그 해... 몇 년만에 뜬 사진기자 공채에 합격했어요.

다시 생각해보면, 좋은 인연과 행운, 그리고 학교. 세 가지가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

최종 합격 전화를 받았을 때.

살면서 그 때만큼 가슴 터질 것 같은 기쁨 느껴 본 적이 없네요.

초조한 마음에 가까운 물가로 낚시를 하러 갔었는데

소리를 막 지르면서 여기저기 전화하느라고 민폐 끼쳤었죠.

물론...

예비소집 전날에는 '아 가기 귀찮다 좀 더 늦게 시작했으면 좋겠다' 했었지만요.


그 때,

전 꿈의 중간 단계까지 왔다고 생각했어요.

사진 비전공자에서 사진기자로.

사진기자에서 사진가로.

주어진 행운에 감사했고, 스스로에게도 잘 했다고... 칭찬도 많이 했어요.

1년만에 직장을 그만 둘 거라고는(꿈을 포기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죠.


일은 고됐죠.

우선 몸이 힘들었고, 제 시간을 갖는 게 어려웠어요.

신입이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나 봐요.

평일에는 출근-퇴근-잠, 쉬는 날에는 배터리 방전된 채로 집에서 쉬기만 했고.

일 시작하기 전의 제 생활이 사라져 버린 게 싫었던 거죠.

꿈의 마지막 단계.

사진가가 되는 것도... 어려워 보였어요.

사진책을 내고, 강의를 한다거나 다큐 사진가로 활동하는 선배들도 계셨지만.


'언제까지 꿈만 쫓아다니며 살 것인가'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고.

미래의 꿈을 위해 지금의 행복을 갉아먹고 있는 것만 같아서.

정말 잘해주고 많이 지도해준 선배들께 염치불구하고

사진만 좋아하고 꿈꾸었던 20대의 나를... 배신하고

퇴사했어요.

지금은 안정적이고 몸 편한 직업을 가지려고... 하고 있고요.


그 선택이 옳았을까... 이런 생각은 안해요.

다만, 그 때 일을 하면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고 만족했더라면.

꿈을 포기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는 생각은 해요.

류시화 시인의 시 중에 있죠.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좋아하는 문장은 아니에요.

불가능하지 않나요?^^

미래의 내가 여기 내 귀에 속삭여주지 않는 이상.


꿈을 놓아버린 지금의 생활은.

평온해요. 잔잔하고, 여유롭고, 욕심없고.

대신...

가슴 먹먹한 일이 없고. 쿵쾅쿵쾅 두근두근, 심장 쫄깃해지는 일도 없어요.

재미없을 것 같나요?

꼭 그렇지도 않아요^^; 만족하며 살아요.


글은 길어지고 밤은 깊어가는군요.

여기는 갑자기 비가 오네요. 에피톤 2집 듣고 있는데 좋네요.

일기는 일기장에... 라는 댓글이 달릴 것 같은데^^;


마무리할게요.


가슴에 꿈 하나 품고 전력질주하시는 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잘 하실 거에요. 저에게 온 행운이 당신께도 분명 갈거에요. 예고없이.

불씨가 꺼질락 말락하는 꿈 때문에 고민하시는 분.

한번 더, 꿈을 살려주세요.

이건 사실... 그 때의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이네요.

꿈을 살려주세요. 어떻게? 지금의 작은 행복을 찾아...위로받아 보세요.


긴 넋두리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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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kyeself | 작성시간 12.06.10 치열했던 꿈, 한 때 나의 전부였던 꿈, 지금도 아름다운 그 때 나의 꿈... 저 역시 비전공자로 사진기자를 잠깐이나마 열렬하게 꿈꿨던 사람이고, 저 역시 지금 helovesyouso님처럼 편안하고,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여러 말이 떠오르는데 정리가 되지 않네요.. ^^;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 작성자Guerrilla Radio | 작성시간 12.06.10 꺼져가던 불씨 하나가
    이 글을 접하고
    다시 타오릅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1980 | 작성시간 12.06.10 일기는 뒷이야기들에.. 좋은 경험이었겠죠? 앞으로도 즐겁게 사셔요. (대신 좀 더 편하게)
  • 작성자helovesyouso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06.13 뭔가에 취해서 글을 썼는지... 다시 보니까 오글오글하네요 ㅋㅋㅋ
    모두 화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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