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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한 남자 때문에 저는 지금 토탈 멘붕ㅠ_ㅠ여러분 이건 뭘까요ㅜㅜ 길게 썼어요...

작성자HUIZHEN|작성시간12.09.24|조회수2,975 목록 댓글 19

#1.

 

요즘 학기 초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개강하자마 과제는 왜 이리 많은지

 

 , 근데 나 여자친구 생겼거든. 너무 바빠서 못챙겨줬더니 토라져버려서 달래주느라 고생 좀 했어.”

 

우스웠다. 사실은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면서.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그냥 지나가는 말인 것처럼 슬쩍 끼워넣어 흘리는 너의 태도가.

스스로 말하면서도 조금 당황하는 너의 말씨가, 냄비에 야채도 제대로 집어넣지 못하는 너의 서툴어진 행동거지가

네 마음은 여자친구라는 네 글자를 강조하고 싶어한다는 걸 다 말해주고 있는데.

무슨 얘기든지 당당하게 내뱉고, 고기도 잘굽고 운전도 잘하는 능숙함이 너의 매력인데.

그래서 오늘 너는 분명 조금 이상하다.

 

사실 나는 오늘 네가 그 말을 할 것을 예감하고 있었다.

언제부터일까 이런 관계가 길어지니까 나는 널 추측할 수 있게된 것 같다.

이번의 밥먹자는 다른 날의 밥먹자와 다르다는 걸 나는 어떻게 알았을까.

그리고 왜 넌 꼭 여자 친구가 생기면 나한테 뭘 먹이고 싶어하는 걸까.

열람실에 커피를 사들고 온 그날도. 밥을 사주겠다고 하는 오늘도.

 

그러나 예감하지 못한 것은, 이렇게까지 속상해하고 있는 내모습이다.

괜찮아, 어차피 멀리하려고 했잖아. 괜찮아, 처음 겪는 일도 아니잖아.

아니, 하나도 안괜찮아.

 

#2.

 

한달 전쯤 부터였다.

아리 활동을 핑계로, 스터디를 핑계로 내가 그를 멀리하기 시작한 것은.

바쁘기도 바빴지만 바쁘다고 말하는 건

어느새 그에게 끈적하게 눌러붙은 내 마음을 어떻게든 떼어내 보려는 시도였다.

이대로는 내 마음이 너무 힘드니까 거리를 둬 보면 어떻게든 결론이 날까 싶었다.

그는 처음에는 내 동아리와 스터디를 질투했고, 토라졌고, 종종 취해선 새벽에 전화를 했다.

 

넌 왜 그렇게 이기적이야.

 

그리곤 종종 이렇게 말했다.

아니, 이기적인 건 너야.

내 마음은 계속 흔들면서 한 순간도 네 마음에 대해선 확신하지 못하게 하잖아.

 

그가 흔들면 흔드는만큼 내 마음은 점점 더 크게 요동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다고 내가 그를 향해 한 발짝 나아가긴 어려웠다.

그러기엔 너무 확신이 없었다. 거기다 우린 2년째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가족적인 그룹의 일원이었다.

말하자면 2년된 친구다. 물론 한순간도 그는 내가 그를 편한 친구로 생각하게 내버려두지 않았지만.

 

그 날 그 일이 있기 전까진 2년 여 동안 나는 괜찮았다.

처음 만난 날 내 손을 꼭 잡으며 내가 활달해서 참 좋다고 말했어도,

내가 여자친구를 칭찬하니까 너랑 비교가 되냐며 되받아쳤어도,

좋아하는 여자가 있어도 내가 아프다면 집 앞까지 데려다줬어도,

항상 가당치도 않은 칭찬을 퍼부었어도 결국 내 마음이 움직이진 않았다.

나한테 관심이 있는건가, 나름 괜찮은 사람인가하고 마음을 열라치면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다고 하질 않나,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하질 않나.

그래서 그냥 그런건가 하고 잊어버리곤 했었다.

우린 딱 거기까지가 최선이었나보다. 지금 이렇게 내가 힘들어진 걸 보니.

 

하지만 그날은 조금 달랐다.

너도 남자친구 없고, 나도 여자친구 없잖아. 그럼 우리 둘이 잘해보면 어때?

나한테 올래? 오면 받아줄게.

만난지 2년 만에 그런 말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의 태도는 사뭇 진지했다.

금 설렜으나 전화라는 게 함정, 술을 좀 먹었다는 게 함정. 받아줄게라니! 그것도 함정.

따지고 보면 이건 고백도 뭣도 아니었다.

결국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마음이 타들어갔지만 그 이후 모임에서 만나도 아무 내색도 하지않았고

태연하게 이틀 뒤 카톡으로 사소한 부탁을 하며 넌 참 착한거 같아라고 말하는 그를 보며

나는 한번 더 마음을 삭혀보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았다. 정말 많이 흔들렸으니까.

 

#3.

그리고 세달이다.

하지만 그날 이후 새벽에 우리 집 앞에 찾아왔어도,

함께 시험공부를 하자고 해서 몇일을 같이 있었어도,

술에 취해 나에게 기대왔어도, 그외에도 둘이 이것저것 많은 시간을 보냈어도

 결국 나는 그에게서 어떠한 확신도 얻을 수가 없었다.

조금만 확신을 주면 내가 다가갈텐데 하고 마음을 졸였지만 항상 애매했다.

그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서서히 그의 장점을 보고 매력을 발견하기 시작한 나는

점점 힘들어졌지만 아무 내색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끝까지 그가 나를 좋아했던 건지, 외로워서 날 찾는건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 고백아닌 고백을 한 후 애매모호하게 한달을 지냈고,

그리고 나서 그는 소개팅을 했고, 소개팅녀가 마음에 든다고 난리도 아니었지만

나와는 또 애매모호하게 두 달을 더 지냈다.

그리고 막상 그의 여자친구는 그녀가 아니라 전에 몇 번 만나다 잘 안됬었던 어떤 여자.

나에게 욕했던 적도 있는 그 여자.

 

어떤 사람은 내가 여우같이 대처를 못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나를 탓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가 나쁜 거라며 나를 위로한다.

사실 후자로 생각하는 게 훨씬 덜 아프다.

나는 신중할 수 밖에 없었고, 내 마음은 느리게 열렸고,

어쩌면 그가 처음부터 줄 수 없었을지도 모를 뭔가 더 진심어린 것을 기대했다.

잘못된 걸까.

그도 나에게 확신을 주지 못했지만, 나 역시 먼저 확신을 줄만큼 행동한적은 없으니

그런 면에서 그도 힘들었을거라고 생각하는 게 맞는건지.

어차피 날 좋아했으면 더 확실히 행동했을 테니 그냥 거리를 뒀던게 잘한건지.

젠 결국 내가 좋아하게 됐으니 내가 다가가봐야하나.

그러기엔 지금 우리가 유지하고 있는 관계까지 깨질까 두려하던 소심한 나인데.

지금 우리는 여전히 친구니까.

어쨌든 아프다. 그가 연애한다는 소식은.

결국 알 수 없는 그의 마음은 그냥 별 거 없었던 걸로.

이렇게 끝내야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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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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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예찬 | 작성시간 12.09.24 제가 다 빡치네요 버리세요..ㅠㅠ
  • 작성자ANNAKB | 작성시간 12.09.24 정말 웃긴 남자네요.
  • 작성자희리 | 작성시간 12.09.25 헷갈리게 하는 마음은 진심이 아닙니다.. 남자는 진짜 자기가 좋은만큼 적극적이더군요. 미련둘 필요 없어요. 벤츠를 찾아 고고
  • 작성자감사하는 마음:) | 작성시간 12.09.26 이쿵, 먼저 토닥토닥 쓰담쓰담~~~ 마음이 많이 바쁘셨겠어요 ㅠㅠㅠㅠ// 저도, 한 때 애매한 감정 때문에 아니 더 정확히 "관계가 흐트러 질까 두려워" 선을 그어대고, 매몰찼던 적이 있었죠~ 오는 사람 적극적으로(?) 막기도 하구요, 그 때 제 친구의 한 마디.


    " 네가 그 사람과 결혼하지 않는 이상, 친구로서 가깝게 의지하는 것은 언젠가 사라져~ "

    순간 띵. 했죠- 그 이후 부턴 정신차리고(?) 호 불호를 가리려해요~ 하지만 위와같은 깨달음을 얻을 때 흘려 보냈던 친구 때문에 싸이의 어땠을까를 들으면 울었다는게 함정이죠... ㅠㅠㅠㅠ
    저도 이젠 좀 더 용감해 지렵니다!
    우리 같이 힘내요~!
  • 작성자1980 | 작성시간 12.10.01 아오. 어렵네요, 그쵸?ㅎㅎ 님이 들이대면, 님이 먼저 매달린다면 넘어오겠지만, 먼저 들이댈 것 같진 않아요, 앞으로도. 그 정도의 애정관계라 보시면 될 듯 해요. 잡던지 놓던지 하면 될 거 같아요. 뭐 맘 고생만 없다면 이대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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