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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안타까움 시리즈

작성자1980|작성시간12.11.27|조회수1,925 목록 댓글 17

3개월 전쯤 새로운 언론사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큰 곳이라고 할 순 없지만 요즘 언론사 빅뱅 시대치고는 좋은 문화가 꽤 많이 남아 있는 곳이어서 한 번쯤은 일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곳이죠. (아, 물론 이전 회사도 좋았습니다ㅋ)

 

그런데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최근 찌라시에 흉흉한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1년 전 쯤부터 돌던 얘기임다. 하지만 그땐 '위기감'이었다면 그 얘기들이 보다 현실적인 '위기'로 언급 됐습니다. 뭐 소재는 뻔한 얘기.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부터 있던 얘기. 언론사주 대 기자들의 대립. 광고 수익을 최우선시 하는 언론사의 기업화. 뭐 이런 것들.

 

아직 그리 심한 편은 아녜요. 불과 100일 전만 해도 다른 언론사에 있던 제가 봤을 땐. 위기감을 내포한 소동 정도라고나 할까요. 과거 각종 회장·사장님들이 절대권력을 갖고 계신 C일보, M미디어그룹들, 사실상 S그룹 산하의 J일보. 정치 향방에 따라 내홍을 겪고 있는 방송사 K, M, Y.. 종교나 재단에 얽힌, 각종 이해관계에 얽힌 신문·방송사들, 그리고 그나마 어디에 얽히지도 못해 기업광고에 의존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절대 다수의 매체들! 폼만 잡고 있다가 위기를 겪는 매체들! 5000여 매체들! 오! 언론신이시어!

 

그런 열악한 속에서도, 그나마도 여전히 언론사 취직은 어렵습니다. 뭐 청년의 패기 부족만을 이유로 들기에는 너무나도 심각한 청년 실업난! 언론사도 마찬가지. 의자 수는 늘었다고 하지만 양질의 의자 수는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무슨 TV 프로그램도 아니고 100대 1이 뭡니까, 100대 1이.. 이쯤 되면 욕이 나오지 않을 수 없겠네요. 염병할!

 

그야말로 안타까운 언론사, 안타까운 기자, 안타까운 미디어 지망생입니다.

 

급기야 아랑에서도 '안타까운 시리즈'의 유행 예감입니다. 자조를 넘어선, 좀 더 공격적인 분노의 안타까움들. (자유게시판 최근 글들 참조)

 

한 개인이 이제 막 의욕적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려는 다른 개인들에 안타까움을 전하고, 다른 개인은 다시 그 한 개인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하고, 그걸 본 집단의 개인들은 또 그 개인에 대한 집단적인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가히 안타까움의 물결이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다 맞는 말입니다. D사를 비롯한 모든 언론사는 요즘 좀 안타깝습니다. D사만 안타까운 건 아니지만, D사만 안 안타까운 것 역시 아닙니다. A,B,C,E,F,G,H,I,J,K,L,M사가 안타깝듯 D사도 안타깝습니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조금이나마, 순간적으로나마 덜 안타깝게 된 우리 (예비)동료들에 "안타깝다"고 인삿말을 전하는 것 역시 안타까운 일입니다. 다시 그 사람에 안타깝다고 하는 것 역시 오십보백보, 또 다시 그 사람에게 십시일반 안타깝다고 전하는 사람들 역시 안타깝죠. 안타까워요.

 

그냥 평범한, 조금은 씨니컬한 분의 안타깝다는 한 마디가 마치 누가 더 안타깝냐는 이어달리기 대회로 확산되고 있어요. 모두가 틀리지 않은 말을 하면서도 모두가 안타깝고, 상처를 받는 이건 당최 뭔가요. 우리 모두 "밥은 먹고 다니냐"는 인삿말 대신 "안타깝네요"라며 안부를 물어야 하는 건가요.

 

처음에 새로 옮긴 언론사에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고, 또 그게 일부 사실이란 얘기를 했더랬죠. 또 그게 밖에 있던 제가 보기에는 아직 괜찮은 수준이라고 말했더랬죠. 안타깝다고는 해도 일 하는 재미는 있습디다. 일하다 중간에 농땡이 치는 것도 재밌고. 가끔은 보람찬 일도 하는 게 또 재밌고. 대한민국은 안타까울 지 모르겠으나, 새로 옮긴 언론사는 다소 안타까울 지 모르겠지만 소소히 재미지게 삽니다. 주위 사람들도 그렇고요. 때론 푸념하지만 뭐 적어도 안타까움이 대세는 아님다. 개선의 여지가 있는, 가능성이 보이는, 축구를 하는데 골이 들어갈랑말랑 그런 안타까움 정도일까요.

 

생각보다 별로 안타깝지 않아요. 까짓거 이 정도는 그냥 전부 안타깝지 않은 걸로 정리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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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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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홍준 | 작성시간 12.11.28 안타까움의 연속... 안타까운 세상... 이제 서로의 안타까움은 잊고 다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돌아가야죠
  • 작성자에로틱번뇌보이 | 작성시간 12.11.29 최근 SNS상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논쟁(언쟁)을 보면서도 느끼는 거지만, 저는 온라인 상에서의 토론이란 게 정말 가능한걸까 라는 의문이 듭니다. 상대방의 텍스트를 분석할 시간 자체를 허용하지 않을 뿐더러, 분석하고 있다가는 이미 논쟁에 참여할 타이밍을 놓쳐버리기 일쑤거든요. 중요한 건 스피드와 수사의 적절성이지 분석의 적절성이 아닌 것 같아요.
  • 답댓글 작성자1980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11.29 전 한국 문화 자체가 논쟁을 취지 자체를 흐리게 하고 있다는 생각도 해 보아용. 논쟁은 누가 잘했다, 누가 이겼다가 아니라 쟁점 사안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좋은 결론, 합의점을 도출해 보자는 것일 터이지만, 마치 이기기 위한 스포츠 게임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요. 유익한 논쟁은 많이 못 본 거 같아요. 뭐 열심히 찾아보면 많겠지만^^;
  • 작성자모든지화이팅 | 작성시간 12.12.01 선배 이 후배의 안타까움도 좀 안타까워 해주세요ㅋㅋ
  • 답댓글 작성자1980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12.02 누구? 뭔진 모르지만 안타깝지 않을 거 같아요. 좀만 더 힘 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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