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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끼적임]]내 삶에서 좀 비켜주세요

작성자갈라파고스군|작성시간13.01.28|조회수1,825 목록 댓글 7

인생에서 멀리하고 싶은 인간형이 확실한 편이다. 자아 정돈이 덜 된 채 자의식만 충만한 사람은 피한다. 뚜렷한 가치관이 없으면서 어깨너머로 긁어모은 각종 선입견과 얄팍한 지식으로 개똥철학적 독선을 완성한 이들을 경멸한다.


이런 인간들은 종종 타인을 상처주는 데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걸로 보인다. 흔히 그 것은 물리적 상처이거나, 마음의 뼈가 으스러지는 식의 스트레이트한 상처는 아니다. 다만 독한 미약이 천천히 상대방의 몸과 마음을 잠식해 들어가는 듯 한, 칼로 슬쩍 그어놓은 상처에서 핏물이 끊임없이 베어나와 결국 정신이 혼미해지고 숨이 끊어지는. 그런 식의 상처가 된다. 그래서인지 이런 인간들은 스스로의 독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대개의 경우 이 사람들은 인지능력이 아주 높지는 않은 편이다. 몇 몇은 명동 거리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부르짖거나 집집을 찾으며 낯선이들에 신앙을 전파하고, 교묘하게 사기를 쳤다가 걸려서 감옥에 가기도 한다. 때론 세상이 내 진가를 알아주지 않는다며 좌절에 무너져내린 뒤 인생을 방관한 채 회한에 젖은 술잔을 들이켠다. 

샘솟는 허영을 주체할 수 없어서, 혹은 위기에 내몰린 자존감을 보호하려 필사적으로 껍데기를 치장하고 뭔가 한 칼을 감춘 인간인 양 행세한다. 정작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성취를 위해 어떤 행동이 필요한지. 정작 직핍한 질문과 행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귀찮아서일까. 혹은 두려워서일까. 타인에 대한 시기질투와 감정섞인 음해와 비난으로 점철된 이들의 삶에는 발전이 없다.

나는 이들의 삶을 한 조각조차 동정하지 않는다. 이들은 약자도 아니고 딱한 사람들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내 삶에서 좀 비켜줬으면 한다. 당신들까지 모여들어 바글거리기엔 내 인간관계의 관심폭은 너무 좁다. 당신들에게 시간을 쏟기엔 내 주위엔 멋진 사람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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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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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1980 | 작성시간 13.01.28 갈군과 술잔을 기울이며 '독한 소주가 천천히 제 몸과 마음에 잠식해 들어와 취기가 끊임없이 베어나와 결국 정신이 혼미해지고 의자에 기대 잠을 자던. 그날 밤이 생각난다. 그래서인지 갈군 같은 사람은 스스로 술이 세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ㅋㅋ
  • 답댓글 작성자갈라파고스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1.28 이런 깨알같은 ... ㅎㅎ 선배 술 사주세요 ...
  • 답댓글 작성자비각 | 작성시간 13.01.29 '갈군'.. ㅋㅋ
  • 작성자홍준 | 작성시간 13.01.30 이 글을 보고 나니 제 인간관계도 다시 돌아보게 되네요 ㅎ
  • 작성자Aristotle | 작성시간 14.02.16 공격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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