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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가 대안학교라는 설움

작성자노학섭|작성시간22.02.18|조회수209 목록 댓글 4

비인가 대안학교라는 설움 - 22. 2. 18

 

아침부터 화나기도 하고 속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새 모둠 밑그림을 짜면서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에 신청하려고 어제부터 채비하고 있었는데 ‘비인가 대안학교는 추진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어제저녁에 알았고 오늘 아침에 확인하게 된 일 때문에 그렇습니다. 담당자와 10여 분에 걸친 통화를 끝내고 자연스럽게 떠오른 말은 ‘비인가 대안학교라는 설움’입니다.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시행되어서 조금씩 법 테두리 안으로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고, 떳떳하게 대안교육을 한다는 법적 지위를 인정받고 지원을 받을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현실의 벽은 높고 분위기는 차디차다는 것을 뚜렷하게 깨닫게 되어서 지금까지도 마음이 썩 편하지 않습니다.

어제오늘 있었던 일을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이렇습니다. 지난해 제가 문화예술교육 연수를 들어서 새롭게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이 생긴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 예술영역을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해서 진행할 수 있게 예술가와 학교를 연결해서 12~36시수 수업을 하게끔 지원해주는 사업이었습니다. 이걸 보고 저는 6학년 공부로 가져올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침 고민하던 것과도 맥이 닿아있어서 저에겐 나름 절실한 일이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민주시민교육의 한 갈래로 기후위기라는 주제를 미디어아트와 음악, 무용으로 풀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신청을 했고 대상학교에 선정되어서 미디어아트와 연극 예술강사 두 분과 연결이 되었습니다. 그 뒤로 가을, 겨울학기에 6차시로 수업을 진행하고 마무리까지 잘 했습니다. 물론 몇 차례에 걸친 기획 회의와 연수, 멘토링 점검을 해야 해서 사실 귀찮은 일이 많았고, 미리 예술가와 충분하게 수업 계획과 진행에 대해 회의를 하지 못해서 6학년 아이들의 반응도 고만고만한 수업으로 끝난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그래도 학교에서 줄곧 이야기하는 주제 가운데 하나를 여러 예술영역으로 다시 풀어내는 그 자체가 뜻이 컸고 우리 학교 교과 통합교육을 넓혀가는 계기가 되어서 좋았습니다. 그러다가 친절하게(?) 지난주에 올해 사업에 대한 메일과 문자까지 오길래 당연히 ‘지원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할까? 하고 머리를 굴렸습니다. 지난해에는 학교 선생으로 이 지원사업에 참여해서 제가 뜻했던 것이 생각보다 덜 전달이 된 것 같아 이번에는 예술가로 참여하고 6학년이 수가 적으니 다른 학교와 같이 묶어서 해보면 되겠다는 희망회로(?)를 사전 사업설명회를 들으며 열심히 그렸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수업을 이끈 선생님이 비인가 대안학교는 지원대상이 아니니 확인이 필요할 것 같다고 알려주셔서 ‘설마~ 작년에 지원받았는데 안 되겠어?’라는 생각을 했는데 사업 추진대상 학교에 들어가지 않는 게 맞다는 엄청난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 게 오늘 아침까지 일입니다.

아침에 설마 하는 마음으로 전화로 지원사업 공모문 추진대상에 각종학교(특수학교, 교육부 인가 대안학교 등) 이라고 적혀 있는데 작년에 지원할 때는 없던 문구라서 물었더니 작년에도 이 기준은 같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년에 지원을 받았는데 이건 어떻게 된 거냐? 라고 물으니 기준은 같으나 사업 운영기관에서 탄력 있게 해석하고 적용한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 뒤는 결국 따지는 것 반, 하소연하는 것 반이 되어 버렸는데 참 허탈하면서 속상한 마음이 컸습니다. 무엇보다 교육부 인가 대안학교까지 라고 대상을 정확하게 드러낸 문구가 국가에서 학교라고 이름을 쓸 수 있게 법으로 인정했지만 대안교육기관이라고 밝혀야 하는 우리네 처지가 이런 대접일 수밖에 없구나 싶어서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많이 속상하지만 우선 현실이 그렇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난 뒤 오름잔치 전까지 모둠이 없어서 이런저런 일을 교사실에서 하면서 문득 3년 전 겨울이 떠올랐습니다. 과천시 의회에서 학교밖 청소년 급식지원 예산을 삭감해서 많은 학교 식구들과 선생들이 시청 앞에서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였던 때 말입니다. 정말 우리에게 간절했고 그냥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다들 없는 시간을 내서 대안교육을 선택한 사람들로서, 그리고 한 시민으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다시 찾는 일에 뛰어들었던 때 말입니다. 그때를 생각하다 보니 여전히 우리는 소수자이고 정당한 권리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데서 아직까지 우리가 갈 길은 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전화하기에 앞서 다른 지원사업은 어떻게 있나 확인해봤더니 사각지대 문화 취약계층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이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 같은 비인가 대안학교가 지원대상으로 들어갑니다. 예술단체는 이런 이름으로 공모 신청을 받고 대상기관인 우리에게는 신나는 예술00이라고 안내가 옵니다. 어디가 신난다는 것인지 일회성 공연, 전시로 얼마나 우리 아이들 예술 감각과 안목을 키우겠다는 것인지 저로선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지난해에도 신청 안내메일이 왔는데 여러 상황상 넘겼는데 올해는 신청하기로 하고 살펴보고 다시 곱씹어 생각해 보니 정말 어처구니가 이런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국가기관에서 비인가 대안학교를 포함한 여러 시설을 취약계층이라고 규정하는 낱말에서 오는 구분 짓기와 수혜를 준다고 하는 어마무시한 폭력의 뜻이 읽히는 저로서는 그렇습니다. 학교밖 청소년과 학교밖 교육기관이라는 낱말이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조금 아니 많이 흥분한 것이 맞습니다. 어떻게 정리하는 게 맞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더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지 않았더라면 알 수 없었던 차별은 이것뿐만이 아니고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일이 너무 많아서 오늘 더 절실하게 다가왔습니다. 더 관심을 가지고 행동으로까지 나갈 수 있게 마음 채비하고 공부하고 싸워야겠다는 생각만 크게 듭니다. 비인가 대안학교를 꾸려가는 한 구성원으로 너무나 큰 설움을 맛보게 된 하루라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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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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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고이나(한울 어머니) | 작성시간 22.02.19 에고 선생님 글을 읽어내려가며 저도 참 많이 속상한데 선생님의 속상한 마음이 너무도 잘 느껴져 울컥했는데 한켠으론 같은 마음의 선생님들이 계시다는 것에 감사의 마음이 들었어요

    "혼자 열 걸음보다 여럿이 한 걸음씩이 낫다"는 말처럼 같이 가봐요 우리! ^^
  • 작성자전정일 | 작성시간 22.02.19 대안교육연대에서 교육부에 문제 제기와, 아르떼에도 항의 할 것을 요청했습니다만 바로 고치지는 않을듯 해요. 과거에도 문화예술교육 강사파견사업에서 3년 지원하다 우리를 쏙 빼서 한창 항의했지만 묵묵부답이었던 때가 떠올라서ㅠ. 대안교육기관 등록 뒤 세상은 좀 더 달라지리라는 긍정과 낙관으로~
  • 작성자이경민(서연정우아버지) | 작성시간 22.02.20 많은 생각이 드는 글이네요. 생각을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노쌤~
  • 작성자오달빛(7혁준) | 작성시간 22.02.23 허탈함 속상함이 그대로 와닿아요. 같은 마음이고요~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말에 희망을 조금 가졌어요ㅠ 애쓰시는 선생님들께도 부모님들께도 힘이 되고 싶어지고요... 세상이 달라지는 데에 기여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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