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오후 2시 30분-
2층의 맨끝줄에 위치한 덕분에 아침에 눈만뜨면 베란다 통창을 통해 이 넓은 풀밭과 나무들을 매일 맞댈 수 있는 우리집
바람부는 날에는 사각사각 나뭇잎 소리 전해주고 눈오는 날에는 소담하게 피어있는 눈꽃도 만들어주고-
오래된 아파트의 세월만큼 훌쩍 자라버린 나무들 덕분에, 사계절의 변화를 눈앞에 바라보며 살 수 있어서 너무 좋은 우리집.
오늘 아침, 문득 딸아이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기에 '아침인데 뭐하니, 어서 세수하고 아침 먹어야지!'했더니 '엄마, 저 낙엽좀 봐..'하며 바깥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내게 쿵 하며 던진 말- '나뭇잎이 떨어지는데, 소용돌이처럼 떨어진다...'
딸아이가 학교가고 없는 시간, 우리가족에게 늘 아름다운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아름드리 나무들에게도 오늘만큼은 특별한 시선을 주어보자고 생각하며 카메라의 똑딱이 단추를 눌러서 나무들에게 인사해봅니다.
늘 바로 곁에 있어서 고마움을 잊고 지내게 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늘 바로 앞에서 내 눈과 마음에 휴식을 주는 뜰안의 나무들을 바라봅니다. 지금 이 나무들과, 가족들과, 그리고 우리 신앙공동체와 함께 하는 이 순간이, 지금, 현재, 이 순간이 바로 하느님이 내 삶에 주시는 가장 행복한 나날임을 다시한 번 생각해봅니다.
저 나무는 키가 작았던 어릴적일때부터 저기 저 자리에 서 있었고, 그리고 우리 성당도 그때부터 지금의 자리는 아니지만 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서, 그 시간을 이제 돌이켜보니 정말 커다란 은총의 시간이었는데, 너무 어려서 아니 너무 어리석어서 그땐 그걸 모르고 살았었지 하고 생각해봅니다.
일요일이었던 어제 하루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산행덕분에 오늘 아침 무뎌진 다리의 감각만큼이나, 산위에서 함께 나눈 행복한 기억으로 마음이 꽉 차있어 우리집 뜰앞의 나무들의 아름다움에 무감각해져있는 저에게 우리 나무들이 저에게 지금,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네요.
"멀리멀리 단풍도 좋지만, 나 여기 이렇게 서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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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젬마 작성시간 10.11.08 집안에서 앞 뒤로 보이는 단풍과 동네의 단풍이 제일 곱다는 생각을 했는데... 나만 그런게 아니군요.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는 마음으로 사진과 글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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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유미영 작성시간 10.11.08 드디어 ... 언제어디서나 카메라를 가까이 하는 경지에 이르렀군요.... 정말 좋은 글, 좋은 사진, 따뜻한 가족 분위기를 느낄 수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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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승길 작성시간 10.11.09 천당입구? 개포동이 아니라 開天동이네요!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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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진영가브리엘 작성시간 10.11.09 처마 밑에 있는 천국을 찾으셨군요. 그리고 삶의 진상을... 행복한 시간이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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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oreora 작성시간 10.11.09 그 댁의 앞마당 인기가 절정이네요. 주인을 잘맞난덕에 호강하는듯~ㅋㅋ 어느 가을 나무가 못할까만~! 나만의 것은 더욱 소중하니까.그윽한 사랑스런 눈빛으로 바라볼 풍경이 그려지네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