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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 칼럼

자연의학의 길로 나서게 되기까지

작성자가온|작성시간10.04.29|조회수147 목록 댓글 4

* 다음 글은 아들이 다니는 대안학교인 "산돌학교" 교지 편집부에서 "나의 직업"을 주제로 글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쓴 글입니다.

 

나의 직업

 

재섭 (생명살림 자연의학연구원 원장)

 

저는 자연의학 연구라는 조금은 별난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회사나 교육, 상업 등 기존에 있던 직업들과는 좀 다르기 때문에,

저의 명함을 받아든 분들 중에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 거냐고 되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과정을 통해서 내가 이러한 직업을 갖게 되었나,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이 일은 내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

산돌학교의 원고 청탁을 받고 저의 직업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잡지사 기자로 일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 갖게 된 신앙에 좀더 충실하고 싶어서 택한 일자리였습니다.

당시는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암울한 시기였습니다.

대학생이 고문을 받다가 또는 최루탄에 맞아서 죽기도 하였고,

도시는 공해로, 농촌은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여기저기서 생명이 위협받고 있었어요.

기자로 일하면서 저는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일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생각하여

 생명운동이라는 특집 기사를 기획하면서 생명이 위협받는 현장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다 그 당시 막 태동되고 있던 도농(도시와 농촌) 직거래 운동 - 지금의 한살림운동 -

농촌 현실을 취재하게 되었습니다.

농민들을 만나보니,

자기 가족들이 먹을 것에는 농약을 뿌리지 않고

파는 것에는 농약을 뿌리면서 농사짓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물었더니,

농약을 치지 않으면 수확물이 모두 벌레가 끼고 색깔도 궂어서

소비자들이 찾지를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때깔 좋고 형태가 좋은 농산물일수록

농약과 비료를 많이 사용한 농산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취재를 마친 저는 그 길로 저희 집 식탁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기자 생활은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었지만 월급이 적은 것이 흠이었습니다.

당시 저희는 전세로 살고 있었는데 해마다 전세가 뛰어오르고 있어서

당시의 월급으로는 오르는 전세도 감당하기 힘들었습니다.

서울의 금호동에서 구리로,

구리에서 다시 금곡으로 이사를 갔는데

이렇게 계속 이사를 하다간 동해안 끝까지 밀려나겠구나 하는 슬픈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결국 정들었던 잡지사 동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직장을 일반회사인 건강보조식품회사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건강보조식품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식사 때 먹는 음식과는 달리,

인삼, 알로에 등과 같이 건강을 위해 특별히 먹는 음식을 말합니다.

이 건강보조식품은 찾는 사람이 그 제품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팔리기 때문에

슈퍼와 같은 가게에 그냥 진열해서는 팔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담사원이라는 사원이 있어서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시간 동안 잘 설명해주어야 판매를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교육과 광고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 회사를 세운 회장님은 특별한 사명을 지니신 분이셨습니다.

단지 회사를 잘 운영해야겠다는 차원을 넘어,

우리 나라의 정치와 경제 발전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계셨습니다.

그분은 늘 입버릇처럼 난 역사의 연출가가 되고 싶다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훌륭한 지도자들을 스타처럼 세상에 내보내면서

정작 그 분은 무대 뒤에서 그 지도자들을 돕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갖고 계셨습니다.

그 분은 자신의 이상을 펼치기 위해 손발이 되어줄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저와 인연이 닿았던 것이었습니다.

이 회사에서 저는 주요한 직책을 맡으면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급여도 기자였을 때보다 배나 되어서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었지요.

건강보조식품회사에서 중요한 일을 맡으면서 저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생활도 안정적이 되었고 하는 일도 재미있었습니다.

회장님은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단지 제품만을 파는 것을 넘어

사회 제도 자체를 바꿀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1995년에 저를 미국에 보내어

미국의 자연의학을 돌아보고 우리나라에 그러한 의학을 도입케 하라는 특명을 주셨지요.

이 일을 하면서 저의 삶은 커다란 전환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몸이 아프면 흔히 약국이나 병원을 찾게 됩니다.

병원과 약국은 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치료기관이지요.

그러나 병원이나 약국에서처럼 약물이나 수술에 의존하지 않고도 병을 고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 되었고,

안전하면서도 부작용이 없는 치료법이지만

현대의학의 기세에 밀려 늘 박해를 받아온 치료법이기도 하지요.

이 치료법을 자연의학이라고 하는데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대체의학 또는 대안의학이라고도 합니다.

이는 정규학교와 대안학교와의 관계와도 비슷하지요.

정규학교에서 갖고 있는 한계 때문에 대안학교가 나오게 된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미국을 다녀온 후,

건강을 위한 시민의 모임이란 시민단체를 만들고 자연의학을 알리는 일을 하게 되면서

저는 이 일이 제가 앞으로 평생을 몸담아야 할 분야임을 깨달았습니다.

자연의학이 우리 국민들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고

또 그 분야는 제게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비록 나이는 마흔을 넘어섰지만

자연의학을 공부하는 제 마음은 청년처럼 열정이 가득하였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니 밤새워 공부해도 지치지 않았습니다.

우리 몸을 깨끗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법을 실천하고 개발하면서,

공부한 결과는 사이트(www.detox.co.kr)에 올려놓고

건강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누구나 읽고 도움을 받도록 하였습니다.

여기 저기 잡지나 회보 등에 글을 쓰고 책을 펴내기도 하였고

강의를 통해 우리 몸의 독을 없애고 건강을 지키는 법을 알리기도 하였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이렇게 자연의학을 공부한 지 어느새 10년이 넘어섰습니다.

자연의학으로 인해 저와 제 가족 그리고 제 주변의 분들은 건강 유지에 적지 않은 도움을 받지만,

이 자연의학은 또한 제게 시련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 일을 해서는 저희 가족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생계비를 벌기가 어렵거든요.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생계가 되지 않는다면 그 일이 올바른 직업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자연의학으로는 생계의 수단을 삼지 못해

4년 전부터는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일을 하면서 자연의학도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투잡스(two jobs)인 셈입니다.

지금은 대학 때의 전공을 살려 영어학원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계화와 정보화 시대를 사는 지금, 영어는 기본조건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또한 제가 한국에서 살면서 세계 여러 나라의 자연의학을 깊이 있게 연구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영어를 통해서 가능한 것입니다.

영어를 못하던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며

영어에 흥미와 자신감을 갖는 모습을 보면서 또한편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직업은 자신을 실현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경제적인 자립의 수단도 모두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한 가지 직업만이 아니라

두 개 세 개의 직업을 가지고 사는 유연성이 더욱 필요한 시대일 것입니다.

직업은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이고

또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여겨집니다.

어떤 일을 아무리 열심히 하는 사람일지라도

그 일이 좋아서 하는 사람의 능률을 따를 수는 없습니다.

 

직업을 뜻하는 용어로 서양에서는 vocation이란 말을 씁니다.

부르심이란 뜻인데,

저의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제가 믿는 하느님께서

저를 일정한 방향으로 이끌어주고 계심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자연의학이란 일이 바로 그분의 부르심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직업을 통해 제 자신을 실현하고 세상과 소통하며,

궁극적으로는 저를 이 세상에 내어주신 분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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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푸른잎 | 작성시간 10.04.30 힘든과정이 있으셨군요.. 사람의 생명에 관련된 소중한 일을 하시게 되어 아픈사람들에게
    많은 가르침과 조언도 해주심에 보람도 많으시리라 생각이 듭니다.저는 "참 소중한 당신 " 종교 잡지에서
    가온님을 뵙게 되었지요.건강 관리에 많은정보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6월에 있을 생즙 강연에
    꼭 참석하겠습니다..생즙요법에 대해 자세히 배우고 싶어서요.. ^^
  • 답댓글 작성자가온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0.05.01 그 때는 참 힘들고 어려웠는데 지금 생각하면 은총이에요. 시련 속에서 더욱 강한 열망을 품게 되었으니까요. 6월 강연회 때 뵐 수 있겠군요.
  • 작성자정묵 | 작성시간 11.11.03 늘 항상 환우 가족 입장에서 고맙다는 말 밖에 못하는군요 . 아내 투병도 8년이 넘었고 9년차 접어 들었네요. 가온님의 칼럼덕을 많이 보았고 나와 동감 되는 점이 많았기에 더 확신 하여 지금이 있나 봅니다.뒤를 이을 참된 분이 나왔으면 합니다.저도 그제가 회갑 이였답니다.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핑크천사 | 작성시간 12.12.07 존경스러운분이시군요ㅡ지금이세상은 돈과 명예만을추구하는세상인데 ?여러가지 계속하여 많이배우겠습니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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