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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벤치에 앉아 ...

작성자최연수 50|작성시간12.03.23|조회수269 목록 댓글 16

 

 

...
어느덧  나는 인생 칠십고개 문턱에 서 있는가

내 마음의 고향  언덕 길에는
얼마를 걸어가면 그 곳엔  빈 벤치가 낙엽 속에 놓여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이 벤치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곤 하였다
홀로 걷는 길에 눈물 적신 그 세월도 만만치 않았지만 그래도 늘 굳굳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천사 , 나의 아이들 ... 그 사랑 때문이었다
그 아이들이 나에게 주곤 하던 , 말 할 수 없는 기쁨 , 슬픔, 아픔들이 어울어진 그 무엇들은 곧 내 인생 자체라 하여도
전혀 지나침이 없을것이다

나는 회상한다
그리고 지나는 바람결에 내 안부를 묻는다
아 , 지난 세월은 언제나 아쉽다  
그러나 ,  모든 일에 ... 최선을 다했다 라고 작은 소리지만  힘주어 말한다
오랜 세월 ...  속으론 많이 울었으나 그래도 때로 웃음지으며 살아 올 수 있었던 이  불가사의한 나의  인생 드라마 ...
나 지금 이렇게 건재함이 실로 너무나 커다란 하늘의 축복이지 않은가
눈을 들어 숲을 지나 멀리 푸르디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은 항상 그 곳에서 나에게 손짓하며 미소를 보내오곤 했다

못 견디게 화려한 서울이란 도시가 벅차면 , 나는 나의 들녘으로 달려 나가곤 하였지...    
작은 들꽃들을 보며 나의 초라함을 한숨으로 달래는 슬픔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나 혼자만의 아름답고 찬란한 고독의 행복도 누렸다
언제나 이른 아침 여명에 찬 이슬 맞으며 바라 본 해 뜨는 하늘의 신비는 늘 내게 뛰는 가슴을 허락했고
해 질 무렵 , 기웃 하는 산등성이 너머 하늘의 아름다운 빛갈의 구름 들은 내 얼굴을 분홍빛으로 물들게 하였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수 없이 많은 사연들을 하늘로 띄워 보냈다  
그리고는 , 골짜기를 타고 돌아 오는 메아리에 귀를 열고 한 나절 계곡 물에 발을 담구고 놀곤 했다  

나의 아이들은 늘 멀리에 살고 있었다
항상 비행기를 타고 가서 만나는 그 아이들은 ... 나의 절절한 희망이고 꽃이었다

낯선 유럽 하늘 아래를  나의 아이들과 같이 걸을 때에 나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마치 내 전생의 고향인것 처럼 정다운 중세 오랜 역사의 성곽 골목길들을 걷는것이 얼마나 경이로웠던가
뛰는 가슴으로 나는 정말 내 나이를 잊고 오가며 살았다
낮게 드리운 독일의 회색빛의 하늘을 눈 아래 바라보며 고색이 창연한 커피 샾 발코니에 앉아 담소하던 나를
지금은  눈물없이 회상하기 힘들다
그것은 , 아마도 지나간  세월이 남기고 간  기나 긴 생의 그림자 때문이기도 할터이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는데
이제 와 생각해 보니 그 그림자가 의외로 길고 어두웠던것도 회상하기에 마음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나의 천사 , 나의 아이들 ...
큰 아이가 대학교수가 되어 한국으로 오던 날 ... 공항에서 나는 감격에 울었다
내 나이 육십이었을 적이다
아 , 이제는 ... 한 프로젝트를 완성해 낸 어느 기획자 처럼 나는 한 숨을 쉬었다
아무리 보아도 예쁘기만 한 나의 천사 , 나의 아이들 ...
그 아이가 이젠 제 아버지 생존의 모습보다 훨 나이 들어도
내겐 언제까지나 그 아이 초등학교 분홍빛의 얼굴이니 이 또한 무슨 조화인지 모른다  

둘째가 미국에서 돌아 오던 날 에도 공항에서 나는 울었다
아주 어릴적 부터 비상하게 머리가 좋아서 때로 나를 당혹하게 하던 그 아이...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보내던 날 아침 나는 목이 메어 울었고
다시금 성인이 된 그를 공항에서 맞이하며 나는 또 울었다  
드디어 ... 사업을 하겠다고 하던 때에
나는 많이 불안했었다
그러나 믿어 의심하지 않으며 오랜 시간을 지켜 보았지만 사업은 참으로 어려운 직업임엔 틀림없어 보였다
오래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면서 그는 역경들을 힘겹게 헤쳐 나갔다  
곁에서 보는 나마저도  때로는 흥분하며 즐거웠고  때로는 죽도록 괴로웠으니 정작 그 본인은 어떠했으랴
참으로 오랜 사업의 뒤안길에서 힘들던 나의 둘째 아이 ...
며칠 전 내가 그의 공장을 찾았을 때 , 기름에 쩔은 작업복을 벗으며 오랫만에 ... 그가 활짝 웃어준다
바로 어릴적 개구장이 그 얼굴인것이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
열심히 하고 있으니 너무 염려 마시라며 웃 어른 처럼 제법 여유를 보여준다  

어제 내 생일날 ... 모처럼 우리 모두 마주 앉아 맛 있는 냉면을 먹었다
나는 그 옛 날  두 아이의 어미인 이후 ,  이렇게 한 자리에서 평화스럽게 정말 그 옛날 처럼 그립고 행복하게
서로 마주 했던 기억이 몇 번이나 있었던가  돌아본다    
지금도 때로
옛날 들이 , 셋이 같이 살던 우리의 옛날들이 가슴 아프게 그립다
그 때 , 우리는 참으로 씩씩하게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대견해 하며 살았다

< 어머니 , 사랑하는 어머니 ... 생신을 축하 해요 ... >
생일 카드의 글을 읽는 내 눈 앞에 ... 금 일봉 ... 돈 봉투를 내밀며  빙그레  웃는다
어린 아들 가슴에 손수건을 달아 준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다 장성한 장년의 그 아이들이 내 젖은 눈 앞에 멋 진 남자의 모습으로 가까이 웃고 있다  
행복이란 이런것일 꺼다 ...
마주 바라보며 웃고 있는데 자꾸 눈물이 나온다
... 내가 바라는 바는 ... 오직 , 너희들이 행복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 , 그것이 전부이다
이 어미는 무한대의 ... 너희들의 후원자요 , 너희들의  고향이다 !!

눈을 감으니 내 마음의 벤치에 나는 앉아 있고 , 나는 울고 있네  
두 아이의 그림자가 기다랗게 내 무릎위로 천천히 차 오르고  
등 너머 뉘엿 뉘엿 나의 해는 오늘 이 세상을 하직하며 노을지고 있는데 ...
그리운 호박등 ~
내 가슴에 흔들리는 그 노란 불빛 처럼 가물 가물
아름답게 노을 지며  구름 고개 넘어 나는 걸어가고 있네 ~
아 , 아름다워라 ... 노을 지는 저녁 하늘 붉게 타는 구름속을 ... 나는 천천히 걸어가고 있네 ~

엊저녁 밤하늘에서는 차가운 봄비가 내렸다
지금쯤 ,  이 벤치 발 아래 낙엽속에서는
다시 솟아나는 새로운 생명의 싹들이 조용히 기지개를 펴고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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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최연수 50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03.25 디어 영진 ~
    너와는 길이 어긋난다 그렇지 ?
    오월엔 못 나오는 모양이지 ? ... 그래 이렇게 여기에서라도 자주 보니 반갑다
    너 처럼 신앙심 도 사려도 깊게 부부애도 별나게 좋아서 ... 다들 네 이야기 듣기 좋아하는것 잘 알고 있지 ? ㅎㅎ
    항상 즐거운 소식 잘 전해주라 ... 안녕
    잠간 뵌 네 그분에게도 안부를 ...
  • 작성자안상님 | 작성시간 12.03.25 인생의 구비구비 되돌아보며 참으로 힘겨운 길을 아이들과 더불어 잘도 견디어 온 것을 즐기는 드 보이네요. 스스로 춘족해 하는 모습이 보기 좋군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구비구비를 돌아오는데 내가 지나온 날들을 더듬고 있더군요. 언제 만나는 거야?
  • 답댓글 작성자최연수 50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03.26 안 선배 ~ 안녕 ㅎㅎ 눈 가에 웃음진 선배의 얼굴이 보고싶어 지금이라도 가고 싶은데 ... 잘 계시지요 ?
    ㅎㅎ 선배 앞에서는 언제나 기가 죽는듯 하다가도 다시 살아납니다 이렇게 ㅎㅎ 저 잘있어요 선배 ... ㅎㅎ
    곧 뵈야지요 ...구비구비 돌아보시다가 찔끔 ... 눈물은 흘리지 마세요 ... 제가 위로를 ㅎㅎ 좀 만 기다리세요
  • 작성자박점분(55) | 작성시간 12.03.27 벤치에 앉아서 하늘을 바라보다. 가끔 앉아서 쉬어 보기도 하고, 길에, 공원에 있는 벤치는 언제나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그런 벤치같은 연수선배님.....가끔씩 이런 글 속에서 우리의 정감을 나누어 봅니다.
  • 작성자최연수 50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03.27 점분아 ~ 그렇게 부르고 싶답니다 ㅎㅎ
    잘 있지요 ? 행복을 잘 가꾸고 보듬어 행복해 하는 점분 후배를 보면 ... 그래 , 사는것은 역시 힘은 들어도 행복한 일이다 ... 하는 생각도 듭니다
    왠지 두툼하고 속이 듬북들어 있는 두텁떡 같은 후배 ㅎㅎ 보고싶네 정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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