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 추석 연휴, 가족 7인, 견친구 하나가 두 차로 움직였어요. 가족여행이란 단어가 무늬는 좋지만 힘들죠. 특히 며느리가 힘들죠. 우리 모두 누구의 딸이고, 누구의 엄마고, 누구의 아내고, 누구의 시누이이고 누구의 올케이며 누구의 며느리이며 누구의 할머니이죠. 그 중에서 저는 며느리 역할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며느리 입장에서 가끔 생각해요. 시어머니는 그냥 존칭, 있는 그 자체로 좋은거라고요. 지금도 누구의 며느리라는 명칭은 남아있지만 역할은 일년 열 두달 중에 기일과 명절 차례 세 번 행사뿐이니까요. 그 중 한 번의 행사를 안 하고 가족 여행으로 하자는 논의 끝에 지난 해 부터 했습니다.
올해는 추석 당일이 가장 더웠던 것 같아요. 수고하시는 방장님에게 인사하고픈 마음도 있고, 지난번에 다시 또 오겠다고 인사차 한 말에 약속도 지키고 싶어서, 70대 방장님이 운영하시는 황금물결식당도 가고 메리골드밭도 보는 것을 일정에 넣었는데, 못 가게 되었답니다.
식당은 추석 당일이기도 하고 도와주시는 분이 어깨를 다치셔서 일을 할 수 없으시다고 했고요. 메리골드는 와서 얼마든지 따가도 된다고 하셨는데, 날씨가 너무 더워서 손주들 데리고 무리일 것 같아서 이번 기회에는 섭섭하지만 취소했습니다. 70대 방과 인연이 길면 또 만날 날이 있겠죠.
대신 세실리아님이 메리골드 밭 사진을 여러 장 보내주셨어요. 덕분에 가지 못해도 아이들과 돌려가며 잘 보았답니다.
다음 코스는 아들이 안내하는 곳으로 갔어요. 백종원 장터가 있는 곳에 새롭게 크게 시장이 열리고 있었는데, 2시부터 식사는 판매한다고 해서 백종원 장터에서 손주들과 먹거리를 해결하고 예당호를 거쳐서 라이크레이크로 갔답니다.
라이크 레이크 주변에 수목원도 있고, 멋진 팬션도 있더라고요. 지난번에 2박 3일 예산 여행을 해서 예당호도 거닐고, 곳곳을 혼자 많이 보아서 예당호는 생략하고 라이크 레이크에서 푹 ~ 쉬었는데 굉장히 넓었어요. 안에 갤러리도 있고, 밖의 경치를 보는 것도 좋았어요. 추석이어서 자녀분들이 부모님 모시고 많이 오셔서 우리 또래와 자녀들이 함께 자리한 모습을 많이 보았어요. 여기서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밖은 너무 햇살이 뜨거워 나가지 못하고 안에서만 꽤 긴 시간을 이야기하며 보냈답니다. 한 번쯤은 가 봐도 좋을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햇살이 뜨겁지 않으면 예당호를 걸어도 좋구요.
그리고는 다음 행선지로 수덕사로 갔어요. 올 2월에 예산 여행을 하면서 비오는 날 수덕사 홀로 갔는데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여기서 하룻밤 자고 싶어서 템플스테이를 예약해 두었답니다.
예전 같으면 추석때는 여기저기 코스모스가 꽤 보였는데, 올해는 너무 더운 날씨 때문인지 코스모스를 못 보다가 여기와서야 코스모스를 봅니다. 얼마 안되는 코스모스지만 반가웠답니다.
아이들은 여기까지만.. 이곳에서 배정된 방에서 잠시 쉬고 우리 둘만 남고 각자 자기네 집으로 갔어요. 함께 숙박해도 좋겠지만, 이박을 함께 했으면 되었지요. 말했듯이 너무 길면 며느리가 힘들어지니까요.
우리는 가톨릭이예요. 남편은 주일 미사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나가고, 나는 자유롭게 나가고요. 쉽게 말하면 좀 나태한 신앙인이예요. 그래도 그렇다고 주일 미사를 자주 빠진다고 신앙인이 아니라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신은 세상에 그 자체로 존재하시는 분이니까요.
수덕사에서 하룻밤은 너무 좋았어요. 우리는 체험형이 아니고 자유형으로 숙박을 해서 꼭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하지 않아도 되었어요. 그래도 스님과의 차시간은 가졌답니다. 여스님이 편안하고 유쾌하게 좋은 시간을 주셨어요
아침, 저녁 공양도 스님들과 함께 맛있게 먹었고요. 여유로운 시간에 여기에 앉아 템플스테이에 머무시는 분들과 차담도 잠시 나누고요. 여러 분이 차담에 오셨는데 각자 소개가 있고, 각자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어요. 저의는 여기까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방에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다른 분들은 추석 날 밤 스님과 달빛 거닐기로 정상까지 다녀오셨는데 너무 좋았다고 합니다. 저의가 나이가 제일 많았어요. 3박 4일의 여행에 피로가 쌓이기도 해서 그냥 포기했습니다.
아침 공양이 5시 30분이라 일찍 나섰는데, 아직 어둠이 깔려 있었어요. 산사에서의 하룻밤, 너무 멋진 여행이었어요. 생각해 보니 참 좋은 여행이었다 싶어요.
아침 공양 마치고, 산 정상까지는 못가고 비구니스님들이 계시는 곳 까지만 다녀왔죠. 참.. 종교란 무엇일까?를 생각했어요. 차담에서 스님은 깨닫는 것에 대해 말씀해 주셨어요. 만남과 헤어짐, 생과 사에 대해서도요. 1시간 가량이었는데, 이미 늦은 나이이지만 앞으로라도 어떻게 사람을 대하고, 사물을 대하고, 내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생각게 한 시간이었어요.
돌아오는 길은 우리끼리 부산까지 와야해서 길이 멀 ~죠. 그것도 기차, 버스로.. 스님에게 먼저 가겠노라고 인사드리는 데 문까지 따라오셔서 좋은 인연이었다고 잘 가시라고 친절히 전송해 주셨어요.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차담에 함께 참여하신 분들과 좋은 인연이었죠.
온란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만났다가 헤어지는 것은 모두 인연이겠죠. 사람뿐 아니라 동물이며, 하다 못해 걸어가다 눈에 띄어 내 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는 모든 것들이요. ~ 좋은 인연으로 감사하게 생각해야겠죠. 그래야 다음에 또 더 좋은 인연으로 만날 수 있을테니까요.
여행의 덤으로 좋은 것 또 하나요 ~ 매일 운동하러 나가면서 언제부턴가 어깨며 등이며 허리가 구부러져 있던 영감이 사흘 째 되는 날은 허리가 쭉 펴져서 걷고 있는 거예요. "어머, 당신 허리를 쭉 펴서 걸으니 뒤에서 보기 좋네요~" 했답니다. 적당한 부피의 배낭을 메고 편안한 자세로 걸으니까 절로 자세가 교정이 되는 것 같아요. 이번 여행의 득템이기도 합니다.
이런 글을 같은 또래가 모여있는 70대 방에서 할 수 있다는 것도 참 감사한 일이지요. ^-^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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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진실이+ 작성시간 24.09.21 어머나
멋쪄라
저는 가족여행은 안해보아서 부럽기만 함니다
헌데 기분이 좋으면 굽었던 허리도 펴지는줄은....
역시 행복은 최고의 보약 이
맞네요 -
답댓글 작성자이름으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09.23 그 말씀도 맞네요. 행복은 최고의 보약이란 말씀요
가족여행, 자주보다 어쩌다 한 번씩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댓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
작성자초록숲 작성시간 24.09.22 추석 가족들과 여행 참 보기 좋습니다
더운 날씨지만 함께 하는 시간은
또 다른 추억일것 같습니다
애들 여행 제안도 있었지만
가까이 살고 있으니
미리 음식 좀 해 보내고는
제게도 좀 필요한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 봅니다
저도 가톨릭 입니다만
산사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인데..
자유형이 있군요
수덕사 챙겨봅니다
명절 가족들과의 시간
노부부의 여유로운 시간도 참 좋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이름으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09.23 아이들과 가깝게 사시는군요. 그럼 자주 챙겨주셔서.. 이런 날 좀 쉬시는 게 좋죠. 저의는 딸은 서울에, 아들은 세종에 저의는 부산에 사니까.. 그래도 아들은 자주 부산에 오는데.. 딸이 자주 못 와요. 추석 차례를 작년부터 하지 않기로 해서, 가족여행도 이제 해 보는거예요. 가족여행이 불편하긴 한데, 집에서 차례 지내느라고 손님맞고 하는 것보다는 편하네요. ㅎ 모처럼 명절날 좋은 시간 보냈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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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초 이정 작성시간 24.09.25 가족과 함께 하신 여행 부러움입니다~^^
수덕사 템플스테이 예산여행으로 저도 한번 자유형 체험을 해 볼 생각을 합니다
여행중 우리의 나이에서 여유로움은 나를 돌아 볼 수 있는 지혜의 시간이기도 할 것입니다
소중하고 보석같은 시간 보내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