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듯이 ~ 12월의 부산 남포동 풍경

작성자이름으로|작성시간24.12.13|조회수409 목록 댓글 11

 

넷째 시이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갔습니다. 남편은 그날 공교롭게 멀리 가 있던 날이라, 손 아래 시누 둘과 갔습니다. 갑작 스러운 통보였습니다. 치매가 오래 전부터 있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외형적으로는 전혀 알 수 없을 만큼 조용하셨어요. 작년에 손주 결혼식 때도 식장 앞에서 손님을 맞으며 방긋 웃으셨거든요. 이모님, ~ 부르니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환하게 웃으셔서 저 알아보시겠어요 묻는게 더 실례일 것 같아서 안 물어 봤답니다. 치매가 그런 정도셨어요.

 

 

전 날 저녁에도 밥 잘 잡숫고,  티비 보시다가 잠자리에 들어가셨다는데, 그대로 ..아침에 돌아가셨더라고... 큰 조카가 눈물을 흘리기에 복 받은 일인데 왜 우냐고 안 울어도 된다고 위로했지요. 조카도 생각지도 못해서 너무 황망하고 섭섭해서요. 하더라고요.

 

참.. 선하시더니 선하시게 돌아가시는구나 했어요.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것이 잠자다가 가는 것, 이잖아요. 그게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은 아니겠지요. 시집식구들이 모두 별나다고 소문이 났는데, 지금 계시는 외삼촌님과 네째 이모님만 유독 선하셨거든요. 말씀이 없으시고 수줍게 잘 웃으시고.. 형제 자매가 모이면 다들 큰 소리내면서 이야기해도 혼자 귀퉁이서 조용히 듣고만 계시고.. 새삼 영정 사진을 한 참 봤답니다. 

 

 

현재 89세 이신데 치매는 십 년도 더 전에 진단받았는데, 뇌 영양제, 치매 약을 꾸준히 복용해서 진전을 느추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시누도 뇌 영양제를 먹어야겠다 했답니다. ^-^

 

돌아오는 길에 두 시누와 부산 남포동으로 왔어요. 병원이 그 근처라. 이모님 덕분에 오랫만에 남포동 구경하네 하면서요. 이모님의 편안한 마지막을 봐서인지 마음이 홀가분하고 오랫만에 올케, 시누 남포동 거리 걷는게 즐거웠답니다.  비프광장에 들려서 해바라기 호떡도 사 먹고, 남포동 크리스마스 츄리보면서 사진도 찍고, 문닫은 가게가 즐비해도 아직 불켜진 가게에서 길거리 옷도 사고... 

 

 

이모님의 죽음을 부러워하면서, 편안한 죽음은 남아있는 사람에게도 편안함을 주는구나 생각이 들었답니다.  삶의 유정의 미를 거두면 참 좋겠다 생각을 했답니다.

 

70대방 회원님들, 어지러운 시간이지만.. 편안하고 건강한 마음으로 새해에도 좋은 소통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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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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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윤담 | 작성시간 24.12.14 남포동
    노래가사에 많이 나오는 거리
    항구 부산
    멋집니다 ~~^^
    큰언니 부산 살아계실땐
    종종 갔는데 이젠
    안가게 됩니다

    시이모님의 마지막 참
    아름답습니다
    모두가 바라는 모습으로
    떠나셨네요

  • 작성자옥천 | 작성시간 24.12.14 누구나 자는 잠에 저세상으로 떠나시기를 원하는 죽음
    3대 적선을 하셔야 소원대로 된다 하시더만 ㅠ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작성자둘레 | 작성시간 24.12.15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지막 소원이 잠자듯이 가는것이라고 하지만
    정말 그렇게 가시기가 어려운데 ,,,
    복받으셨네요
    부산시내 나들이 보니 연말이 가까이 왔음이 실감나네요
    저도 오늘은 광화문 밤마실을 가볼까합니다
  • 작성자진실이+ | 작성시간 24.12.1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빔니다

    치매는 얌전한 치매도 있고
    포악한 치매도
    있다는데
    그런 고통이 오기전 하나님께 가는게 소원임니다
  • 작성자세실리아, | 작성시간 24.12.16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운 치매가 오셨었나 봐요
    이젠 남의일 같지 않아요

    트리가 너무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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