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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기후 위원회

4.1. 내일신문 게재 기고 - 수명 다한 월성 1호기, 편법으로 수명연장하는 대신 폐쇄해야

작성자미루|작성시간09.04.02|조회수24 목록 댓글 0

수명 다한 월성 1호기, 편법으로 수명연장하는 대신 폐쇄해야


                                                                                                                                            경주환경운동연합 간사 천은아


위험물 취급 제조 공장이 우리 동네에 들어 왔다. 전문 기술자들이 관리를 잘 할 테니까 위험하지도 않고 동네 발전에도 득이 될 테니 30년 동안만 운영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주민들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국은 공장이 설립되고 운영 되었다. 하지만 그때는 잘 몰랐다. 한 번 터지면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변할 수도 있고 독성물질이 수시로 방출되는데다가 거기서 나오는 독성 쓰레기가 수 십 만년 동안 우리 아이들을 위협할 거라는 걸. 그동안 여러 차례 사고도 생기고 주변에 기형가축도 늘어나서 불안했지만 약속한 30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공장주가 동네 사람들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기왕 지은 공장 좀 더 돌려보겠다고 낡아서 위험한 기계를 바꾸려고 벌써부터 수입계약 해두고, 낡은 기계를 묻어두려고 쓰레기 매립장도 몰래 만들었다. 부품이 낡아서 터질 위험이 큰 공장인데도 조금 수리하면 괜찮다고, 아직 계약기간 4년 남았으니까 부품 바꿔서 가동 더 하겠단다. 하지만 동네 사람들은 공장주의 속셈을 안다. 기왕 지은 공장 폐쇄하고 새로 짓느니 핵심 부품 바꿔서 30년 더 가동하겠다는 거다.

그래도 공장주는 연장 계약은 아니라고 딱 잡아뗀다. 우선 부품부터 교체해 놓고 계약만료일에 가서 윗사람들이랑 논의해서 결정하겠다고 한다. 많은 돈 들여서 2년 동안 가동 중단시켜서 고쳐놓고 2년만 가동 더 하고 문 닫을 사업주가 어딨을까. 그런데 이 공장은 세계 어디서도 부품 바꿔서 연장 가동한 적이 없다는 거다. 자칫하면 공장 직원이나 동네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다. 애초에 공장 지을 때 생각했던 것만큼 돈 벌었으면 됐고, 기계가 낡아서 더 이상 가동이 힘들다면 공장 문 닫으면 헛돈도 안 들고 사람들도 안 다칠 텐데...

만약에 당신이 이 동네 주민이라면 어떻겠는가?

지금 경주 월성 1호기의 압력관 교체를 둘러싼 문제가 이와 같다.

압력관 교체는 수명이 다한 원자로 내의 압력관, 원자로관 등 360톤의 모든 부품을 바꾸는 것으로서, 사실상 수명연장 전초작업인데 한수원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월성 1호기가 전력 판매해서 1년에 400억도 못 버는데 승인이 나기도 전에 캐나다와 3,200억 부품계약도 맺었고 수 천 억 원 들여 폐기물 저장소 공사에도 들어갔다.

세계적으로 5%밖에 되지 않는 중수로는 종주국인 캐나다에서도 수명 연장한 사례가 없어 그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 더구나 교체되는 압력관은 방사선 방출량이 중저준위 폐기물 보다 높아서 고준위 폐기장 옆에 별도로 폐기장을 건설할 정도로 노동자와 주민들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크다.

압력관이 문제가 생긴 것은 설계상 80% 이용률보다 높은 이용률로 가동해서 생긴 문제다. 더 높은 가동률로 그동안 더 많은 전력을 판매해왔고 그로 인해 생긴 문제니 조기 폐쇄하는 것이 수순이다. 애초 설계보다 연장하려면 낡은 시설이니 새로 가동을 시작할 때보다 안전 검사가 더 강화되어야 할 텐데 오히려 모든 단계를 뛰어 넘고 있다.

한수원에 만연한 이런 도덕, 안전 불감증, 편법 이용에 우리 경주시민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경주시도, 시의회도 모르고 있었고 행정당국도 법대로 했다는 식이다. 그런 월성 1호기가 20개월의 압력관 교체 작업, 수명연장 전초작업을 위해서 오늘 가동을 중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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