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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장

제59회 목월백일장 <대상>

작성자이원주|작성시간26.06.13|조회수288 목록 댓글 4

59회 목월백일장

<대상>

 

스위치 / 김가윤(경북외국어고등학교 1)

 

 

너무 빨리 자라는 것들은

부러지기 쉽다고

나무는 가을이 오면

초록의 전원을 내린다

 

수액을 끊어내고 잎사귀를 떨어뜨리는 건

제 몸의 온도를 낮추기 위한

조용한 단절

 

엄마의 손마디는 오래된 스위치를 닮아서

손을 쥘 때마다

뚝 뚝

겨울나무 꺾이는 소리가 났다

 

숨 가쁘게 달려온 보폭이 삐걱거릴 때마다

엄마는 말 없이 밥상에 앉아

과열된 하루를 식혀줄 침묵을

가만히 켜두었다

 

세상의 불빛들이 너무 눈부셔

눈을 감아버리던 밤

엄마는 가만히 문을 닫고

불을 꺼주었다

어둠이 찾아와서야 비로소 숨통이 트이던 방

 

방 안의 열기가 식어가는 동안

엄마는 문밖에서 스스로 어둠이 되어 굳어갔다

봄이 오면 나무는 다시 눈을 뜨고

초록을 켜겠지만

한번 내려간 엄마의 어깨는

올라올 줄 모른다

 

당신이 꺼뜨린 세월의 명암들 딛고

내 사월은 이토록 눈부시게 켜지는 중인데

마당 끝, 아직 초록을 켜지 못한 가지를 만져본다

너무 눈부시지 않게

너무 빨리 부서지지 않게

스스로 어두워지며 걸음의 밝기를 알려주던 사람

 

밤새 푸르게 켜진 내 방 창문 너머

마당의 나무는 조용히 제 그림자를 넓히고 있다

가장 작은 잎 하나가

그늘 끝에서 오래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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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미진화리 | 작성시간 26.06.14 하도 좋아서 읽고 또 읽고, 멀리사는 동생(시인)에게도 보내고...
    시의 모습은 사람마다 달라서 화려한 치장의 색채 화장품 같은 시도 있다.
    의도적 기교를 부린 서커스 보듯 순수가 사뭇 의심스럽다.

    나는 이런 시를 좋아한다.
    한 편의 시가 한 자루 양식처럼 배가 부른 시.
    여러 시인들이 재봉한 기성제품처럼 익숙한 시어가 아니다.
    언어와 언어 사이에 풀향기 번지고, 투명한 수채화 같은 마음도 읽는다.

    백일장에서 이런 시를 만나면 내가 상을 받아 기쁘게 귀가한 듯...
  • 작성자이위정 | 작성시간 26.06.14 시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감동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시 한편 잘 읽고 갑니다~^^
  • 작성자소나무 | 작성시간 26.06.15 역대의 시인들 도 풀어 내지 못할 숨은 화자의, 가슴 뭉클한 시!
    다시, 또 읽어 봅니다, -병상에서
  • 작성자배만식(수필분과) | 작성시간 26.06.15 고등부 심사위원의 입에서도 같은 표현들이 쏟아진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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