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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과 합격 후기

2018 수시 명지대학교 합격 후기

작성자14박소진|작성시간17.11.24|조회수862 목록 댓글 8

  안녕하세요. 박소진입니다. 선생님이 합격 후기 안 쓰면 저랑 다시는 안 본다고 하셔서......ㅎ 사실 여기에 합격 후기를 쓰기에 저는 많이 부끄러운 사람입니다. 매맞아야 할 아이였는데 맞는 게 두려워서 매를 뿌시고 집에만 박혀 있고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쌍하고 가여운 애인 줄 알았던 사람이에요. 사람이라는 단어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열정적이었던가? 물으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고 오직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갔을 뿐입니다. 저는 수시 총합 8.6등급이에요. 어머니와 함께 명지대학교 입학 상담하러 갈 때 문예창작학과 최하 등급이 8.6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그거 저였어요. 밖에 나와서 어머니한테 최하 등급 봤어? 나야, 엄마. 이러니까... 8.6등급인데 작년에 1차 합격한 거냐고...... 놀라시더라구요. 네, 저는 읽는 것도 안 되고 쓰는 것도 안 되고 문학이란 학문 자체를 몰랐던 사람이에요. 그래도 글을 쓰게 된 이유는 글 안에 무언가 다른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무언가 날 이끌어 줄 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정말 도박이나 다름없었어요. 우수작 나눠주면서 필사하라고 할 때 그 시 한 줄 자체의 의미를 몰랐어요. 읽는 게 안 되어서 필사를 해도 소용이 없던 상태. 거의 말을 못하는 애나 다름없었습니다. 그걸 알고 좌절하지 않고 처음부터 읽었어요. 선배들이 기형도 시집 읽을 때 저는 아동 문학, 청소년 문학 소설부터 읽어나갔습니다. 걸리버 여행기, 어린왕자, 번데기 프로젝트 등 읽어나갔어요. 어린왕자 읽어도 무슨 의미인지 하나도 몰라서 혜림 선생님이 진심으로 한숨 쉬던 게 기억나네요. 그래도 어떻게든 해 보겠다는 저를 위해서 어린왕자 책의 의미가 담겨 있는 프린트를 주셨어요. 열 번 필사하라고 해서 필사했습니다. 그리고 저 위저드 베이커리도 어려워서 못 읽었던 사람이에요. 그러기에 창비 청소년 문학 이런 것들부터 읽었어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보다 무조건 읽었어요. 언젠가 읽다보면 답이 나오지 않더라도 내가 변하지 않을까에서 그냥 읽었어요. 저 정말 멍청한 애였어요. 누군가 손가락놀려대며 욕하면 화밖에 낼 줄 모르는 애였어요. 중학교 때부터 교과서 펴 본 적도 없고 잠만 잤어요. 고등학교 가서도 그랬구요. 그러다가 원장선생님이 송찬호 시인의 시에 담긴 의미를 강의해 주시더라구요. 뭔가 머리에... 무언가 탁 터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미치도록 시집이란 시집은 다 읽었어요. 사실 장석남 시인의 시집을 읽는데 하나도 안 읽혀서 울었어요. 혜림 선생님 앞에서 엉엉 울었어요. 철없었죠. 비문 투성이인 애가 장석남 시인의 시가 안 읽힌다고 운다니...... 미칠 노릇이죠. 그때부터 천천히 읽어갔어요. 묘사 자체도 안 됐어요. 시집 읽으면서 이게 묘사인가? 진술인가? 구분도 못했어요. 그래도 미치도록 읽고 필사했어요. 최대한 많이 읽으려고 했어요. 그리고 저는 감각 자체가 없는 애라서 인장스랑 이미지 묘사 각각 300개 정도 했어요. 단편 영화는 있는대로 다 보고, 예술 영화거나 영화평론가들이 극찬하는 영화는 최대한 다 보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니까 좀 써지기 시작하더라구요...... 이미지 묘사 다섯 줄 적어갔는데 비문이 하나도 없다고...... 놀라시던 혜림 선생님이 떠오르네요. 미쳤죠. 네. 저는 미쳤어요. 원장선생님이 시는 자기가 집중한 만큼 나온다고 하는데 틀린 말 아니에요. 처음 장원했을 때...... 생에 처음으로 그렇게 단 기간에 집중해 본 적 처음이에요. 그리고 다들 가족 이야기 나오는 백일장 시다, 이러잖아요. 저는 시에는 백일장 시다 이런 틀이 있다고 생각 안 해요. 자신의 기억 속에서 한 부분을 언어로 옮기는데 질리도록 보았던 가족이... 안 나올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각자 자신의 사연으로 쓰고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어느정도 소설을 읽고, 시집을 읽고, 집에 책이 쌓여갔을 때 수시철이 다가오더라구요. 사실 작년 수시는 다 말아먹었어요. 제 자신의 문제예요. 제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나 혼자 생각하고 내 세계에 틀어박혀 있어서... 얼마나 히키코모리였으면 수상이 있어도 면접을 못봤겠어요...... 면접 볼 때도 오로지 이 시인만 말해야 돼, 젊은 시인은 안 돼 이런 좀 저만의 말도 안 되는 억지가 있었어요. 미친 거죠. 글 쓰겠다는 애가 글을 가려서 읽는다니. 떨어질만도 해요. 그리고 나서 미치도록 더 읽었어요...... 읽고 필사하고 쓰는 것밖에 답이 없어요...... 그리고 자기소개서 쓰면서 문학 분야만이 아니라 인문학 분야를 읽을걸, 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만큼 많이 읽는 게 좋아요. 요즘도... 그냥 남들이 글 써서 뭐 해 먹으려고 하냐고 물으면 나중에 일자리에서 아무도 날 받아주지 않을 때, 늙었을 때 폐지 안 줍고 살겠죠? 하고 넘겨요. 좀 싸가지 없네요...... 그래도 조롱하면서 뭐 먹고 살 거니, 라고 묻는 말에 곱게 대답해 주고 싶지 않아요. 문학이 얼마나 대단한 건데. 사실 며칠 전 알바 면접 볼 때 글 쓰는구나 하면서 졸업하면 뭐 어떻게 먹고 살 거예요? 이러길래 막노동하겠죠? 이랬어요. 비아냥거리는 게 짜증 났어요. 암튼 그랬움. 그냥 저는 진짜 이거 말고 할 게 없어서 무덤이다 생각하고 팠어요. 그러다가 작년에 무덤돼서 시체처럼 있다가 올해 수시철에 살짝 집중했어요. 정신병이 심하면 글자도 안 읽히고 옷 입는 방법도 기억이 안 나더라구요.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소리내서 읽었어요.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를 읽으면 거, 거, 거, 거짓말처럼 이러면서 읽는 게 안 되더라구요. 그래도 안 죽는 이상 성장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미치도록 다시 읽으려고 했어요. 읽는 게 답이었어요, 저한테는. 원장선생님 수업하실 때 보면 진짜 다시는 들을 수 없는 수업을 듣고 있다고 느껴서 항상 원장 선생님이 하는 말을 다 적으려고 했어요. 며칠 전에 보니까 보들레르 악의 꽃에서 아름다움이 아닌 것에서 막 뭐라고 적혀 있더라구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이런 걸 알려 주셨다니...... 생각이 들더라구요. 살면서 이제까지 존경할 사람 세 분 만났어요. 원장선생님이랑 혜림선생님이랑 혜인선생님이에요. 그리고 나중에 쓴소리하는 거... 이거로 막 상처 많이 받았는데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면 쓴소리도 안 해요. 이렇게 요상한 글을 써 가도 쓴소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쇼펜하우어 인생론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은 문장인데 "아파하고 싶지 않다면 아픔과 친해져야 한다. 나를 사랑한다면 내 영혼이 바라는 나의 모습과 친해져야 한다." 이 문장이에요. 이 문장이... 저한테는 음, 많이 의지가 됐더라구요. 고도는 제게 있어서 앞으로 서 있는 방법과 걷는 방법을 알려 준 곳이에요. 이제 저는 걸음마를 넘어간 아이이기에 무소의 뿔처럼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일만 남았어요. 앞으로 나아갈 사회에서도 그렇구요. 이거 볼 엄마, 아빠 너무 고마워요. 사실 엄마가 학교 가라고 제발 가서 잠이라도 자라고 한 것과 아빠가 그렇게 누워 있어서 뭐 될 거냐고 욕했던 거 정말 미웠는데 문학을 통해서 저를 걱정해서 욕한 거라는 걸 깨달았어요. 표현하는 방법에서 상처를 받았던 거였단 것도 깨달았구요.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루지 못한 꿈을 저한테 준 것 같아요. 감사해요. 얼굴 보고는 이런 말하다가 울 것 같아서 여기에다가 씁니다. ㅜㅜ 엄마, 사실 열심히 살고 난 후 결과가 나라서 후회하지 않았어? 라고 물을 때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고 하고 방 나갔잖아. 엄마는 여전히 내게 있어서 시같은 존재야. 무언가 바라지 않고 평생 날 품어 주었잖아. 추하고, 찌질하고, 비겁했던 면까지. 고마워. 그리고 원장선생님, 혜림선생님, 혜인선생님 감사합니다. 음... 선생님들은 제... 그 뭐랄까... 사람 인생 하나 구제해 주셨어요...... 진심이에요. 정말 감사합니다. 저 피시방 야간 알바 끝나고 쓰는데 시간 3분 남았네요...... 여기에서 마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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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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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유하나14 | 작성시간 17.11.24 ㅋㅋㅋㅋ소진아 안녕?ㅎㅎ올만이얌 우리 같이 시작했는데 결국 대학 붙었구낭ㅎㅎ명지대 합격 너무 축하하고 학교 가서도 공부 열심히 해서 꼭! 너의 꿈을 이루길 바래ㅎㅎㅎ
  • 답댓글 작성자구름우유 | 작성시간 17.11.24 하나야 오랜만이야~ㅋㅋㅋ 날씨 너무 추워졌다. 감기 조심해!
  • 답댓글 작성자유하나14 | 작성시간 17.11.25 구름우유 쌤 오랫만이에요ㅎㅎ종강하고 진짜진짜로 찾아 뵐게요~
  • 작성자김준희 | 작성시간 17.11.25 소진이 엄마예요.
    고도 원장님. 혜림샘. 혜인샘에게
    우리 소진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애써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 답댓글 작성자구름우유 | 작성시간 17.11.25 소진이 보살피느라 어머님도 그간 고생 많으셨어요.
    이제야 긴 터널을 빠져나온 느낌이네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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