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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격수기] ★

늦은 나이에 시작하시는 분들을 위한 합격수기

작성자風寒|작성시간07.12.07|조회수28,138 목록 댓글 34
2차 발표가 난 후 게시판에 34살인데 이제 고시 공부를 시작해도 되겠냐는 글이 올라왔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대부분 의견은 부정적이었습니다. 어떤 분은 인생 막장이라는 표현까지... ^^

저는 1972년생, 91학번입니다.
그리고 고시 공부하고는 거리가 먼 부류였습니다.

1. 지방대출신
2. 거리가 먼 전공 - 사학과
3. 짧은 신림동 생활 - 4개월, 나머지는 집에서... ^^
4. 늦은 나이 - 만33살(2005년)부터 공부시작
5. 여자 친구 - 공부하기 전부터 사귀던 여자친구

저는 그냥 공부 방법론 같은 것은 접어두고, 저의 생활을 위주로 시간에 따라 쭈욱 쓰겠습니다.
공부 방법이야 저보다 훨씬 공부 잘 하시는 분들이 계시니깐...

I. 대학졸업후 2004년까지

1999년 2월 대학을 졸업 후 수월하게 취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름 서울 강남대로에서 넥타이 메고 직장생활도 해봤습니다.
그러나, 도저히 서울은 저와는 거리가 멀었고, 결국 견디지 못해 2001년 2월 귀향하게 되었습니다.

좀 쉬다가 2001년 5월부터 부모님이 하시는 사업을 도와드리면서 주로 한 일은 물건 배달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은 군대 갔다오면 머리가 포맷된다고 하시던데...
저는 군대도 31개월 갔다오고, 물건 배달하고 A/S 하느라 납땜하면서 4년동안 머리 놀렸습니다.
20kg 넘는 물건을 들고 엘리베이터 없는 5층아파트를 오르내리면서 체력은 좋아졌습니다. ^^

II. 2005년

물건 배달하고, A/S 하면서 든 생각이 이렇게 사는 것이 과연 나에게 주어진 삶인가 싶어서...
2004년 12월 지리산을 종주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여자친구와 상의한 후 행정고시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행정고시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기에 이 카페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카페 가입일이 2004년 12월 27일이네요. ^^

토익 점수가 필요했습니다. 저는 대학 때 교양 영어 이후 영어 책 보지 않았습니다. ^^
그래서 토익을 처음 쳐봤는데, 500점대가 나오더군요... 그 때부터 토익 관련 책들을 사고, 영어 공부를 하면서 3번째 시험에 700점을 겨우 넘겼습니다.

그 후 여기 카페에서 유명하다던 강사님을 알아서 그 분들 강의를 들었습니다.
헌법의 황남기 선생님, 행정법의 김정일 선생님, 경제학의 황종휴 선생님...
나머지 행정학, 정치학, 정보체계론도 듣기는 들었지만, 기억이...
혼자서 시작한 공부에 많은 도움을 이 카페에 감사드립니다.

12월부터인가 PSAT 기출문제를 출력해서 풀어봤습니다.
역시 나이 들어서 그런지, 학력고사 세대라서 그런지 쉽지 않더군요.
그래도 지금까지 출제된 모든 PSAT 관련 기출문제를 출력하고, 과목별 문제집 한권씩 샀습니다.

III. 2006년

저는 서울에서 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처음부터 지역에 원서를 냈습니다만,
행시 1차를 대비하기 위해 입시 1차 원서를 내고 시험을 쳐봤습니다.
입시 PSAT 문제 이상하더군요. ^^

2006년 행시 1차는 헌법이 있어서 합격선보다는 여유 있게 합격했습니다.

행시 1차를 쳐놓고는 2월말에 무작정 신림동에 올라갔습니다.
인터넷으로 고시원 예약 달랑해놓구선...

신림동 생활 끔찍하더군요. 신림동에서의 4개월동안 사람하고 얼굴 보면서 얘기한 것은 고시원 아주머니가 다였습니다.
진짜 고시원과 학원, 독서실이 다 였습니다. 그렇게 4개월동안 태어나서 정말 공부 열심히 했습니다.

경제학과 행정법은 그나마 2005년에 인터넷으로 기본강의 등을 들으면서 적응이 됐으나,
행정학과 정치학, 정보체계론은 계속 삽질의 연속이었습니다.
3순환하는 중에, 저는 따로 1순환 동영상 들으면서 보충했습니다.

그래도 2차 시험을 치고 나서 합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차 시험을 치고 다시 집으로 내려왔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계속 공부만 하기에는 무리라서 직장을 구했습니다.
미군부대 경비를 서는 일이었습니다. 한달에 15~16일 정도만 일하고 나머지는 공부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생각처럼 공부는 되지 않았고, 그렇게 2차 발표날까지 지나갔습니다.

미군부대에서 경비를 서면서 문자를 받았습니다. 합격선과는 0.07점 차로 불합격...
그 때는 그냥 담담했습니다. 남들 다 몇 년씩 하는 공부니깐... 나는 공부 많이 하지도 않았으니깐...

그러나, 다시 공부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서지는 않았습니다.
그 때 여자친구가 힘을 주더군요. 다시 한번 더 해보라고...

IV. 2007년

2006년 12월까지 미군부대에서 일을 계속 했습니다.
1월부터 PSAT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헌법이 없으니 1차 준비기간은 줄더군요.
지역이니깐 1차 점수는 낮을려니라는 안이한 마음을 가지고 기출문제와 작년에 샀던 문제집을 다시 봤습니다. (새로 나온 문제집을 살려고 했으나 지방에서 구하기 힘들더라구요.)

1차 시험을 치고나서 채점해보니 60.8과 59.3점 사이였습니다.
역시 헌법이 없으니 힘들더군요. ^^
문제가 쉽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으니 포기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계속 공부하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2차 발표날까지 어영부영 지나갔습니다. 이 때 일본 드라마와 미국 드라마 매니아가 됐습니다. ^^
1차는 제 점수가 합격선이더군요. 좋으면서도 앞이 캄캄했습니다.
60여 일 남은 시간동안 과연 목표치까지 공부량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괜히 왔다갔다 하느니 그냥 집에서 공부하기로 마음을 독하게 먹고 공부했습니다.
목표는 작년 2차 시험치기 전까지의 수준으로만 맞추자고 생각했습니다.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내가 최고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스스로에게 주입하면서 했습니다.

2차 시험기간 5일동안 밥을 4끼 밖에 못 먹었던 거 같습니다.
예전 대학 다닐 때 벼락치기 하던 수준으로 공부를 하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작년에 0.07점 차이로 떨어진 것이 그렇게 아까울 수 없더군요.
36살 먹어서 혼자 방에서 공부하면서 미친 듯이 울었습니다.
그래도, 올해는 10페이지 꽉 채웠습니다. 작년에는 몇 과목에서 9페이지만 작성한 경우가 있었거든요.
0.07점인데... 이를 악 물고 10페이지 마지막 줄까지 채웠습니다.

방금 2차 점수를 확인해보니 작년보다 7점 이상이 올랐더군요.
공부는 훨씬 덜 했는데... 일행 전국 합격선보다 높구요... 특히 경제학이 77점이라는...
저도 믿기 어려운 점수를 받았습니다.

2차 시험을 치고 와서 7,8월은 3,4월에 보다 못 본 일드와 미드를 마무리했습니다.
다시 행시 안 한다는 각오로 올해로 유효기간 끝나는 토익을 치지도 않았습니다.
9,10월은 인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자친구가 보내주더군요. 좋은 여자친구입니다. ^^

10월말 2차 합격 발표날 혹시나 했는데 합격하였습니다. 참 기쁘더군요.

이후 서울에서 있는 면접 설명회를 몇 군데 듣고 그냥 집에 내려왔습니다.
다들 면접 스터디가 꼭 필요하다고 했지만, 그냥 집에서 혼자 놀았습니다.
행정학 서브 한번 읽어봤습니다. 이건 진짜 꼭 필요한 거 같더라구요.
그리고, 제가 지원하는 자치단체 홈페이지에서 대충 비젼같은 거 보구요.

면접... 집단 토론은 그냥 묻어서 갔지만, 개인발표는 한번도 해보지 않아서 5분도 안 돼서 끝난 버린 것 같더라구요. 개별 면접 때는 3분 중 1분이 인상을 쓰시길래 조마조마 했습니다.
그래도, 적지 않은 나이였기 때문데... 자신감있게 대답했습니다.
저희 지역에서는 가장 어리신 분이 이번 면접에서 불합격하였습니다. 나이가 상관이 없겠지만,
그 분도 내년에는 꼭 합격하시길 기원합니다.

V. 마치며...

합격했습니다. 정말 늦은 나이에 시작해서 혼자서 삽질하면서도 저는 기도하면서 버텼습니다.

"인자와 진리를 네게서 떠나지 않게 하고 네 목에 메며 네 마음판에 새겨라 그리하면 네가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은총과 귀중히 여김을 받으리라" (잠언 3장 3,4절)

작년에 진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한번만에 합격했으면 교만했을 수도 있겠지요.
제가 잘 나서 합격한 줄 알았겠지요...

올 해 솔직히 작년보다 공부 못했습니다. 시험치고 나서도 작년보다 훨씬 못 친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올 해 합격했습니다.
저보다 훨씬 공부 많이 하신 분들도 계시고 저보다 훨씬 잘 나신 분들도 계시는데...
제가 합격했습니다.
겸손하게 인자와 진리를 늘 마음에 품으며 살아가겠습니다.

저를 위해서 기도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제가 힘들 때마다 울면서 전화해도 다 받아준 제 여자친구에게 제일 감사합니다.
3년 동안 공부하는 동안 기다려준 제 여자친구에게 감사합니다.
이제 대출내서 결혼해야겠네요. ㅋ

무엇보다 저를 부르셔서 이 길로 인도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전능하신 나의 주 하나님'이라는 찬송이 있습니다.
저는 그 가사를 A4용지 써서 책상 앞에 붙여 놓았습니다. 혹시 관심 있으신 분은 가사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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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아침햇살과빵 | 작성시간 09.02.24 사학과 출신으로서 용기가 나네요. 그전에 행정 정치 경제 이런거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가져본적이 없는데..
  • 작성자코코 | 작성시간 10.03.08 감동적입니다. 가슴이 찡하네요.. 저도 용기를 얻고 한번 해보렵니다..
  • 작성자WINDCOOL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6.30 이제 공무원된지도 4년차이고 나이도 마흔이고 두 딸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 공부할 때 절박한 심정을 놓지 않기 위해 들어와서 다시 읽어보니 오타도 많고... 부끄럽네요. 초심을 잃지 않고 공부할 때 마음가짐으로 국민에 봉사하는 공무원이 되어야겠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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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Utopia.K | 작성시간 15.08.21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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