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훈이가 횡단보도에서 날 물끄러미 보더니
"사는게 재미가 없어요. 지루해요. 그렇쵸?"
내가 씩 웃으면서 이야기 했다.
"형은 너의 한 100배는 되지."
"페이스북 글이 재밌어요."
"고맙다."
하기사 재밌으면 집안에서 이불만 뒤집고 쓰고 숨만 쉬어도 재밌고 팔짝 뛰었어야지
재미가 없으니까 재미를 찿아서 여기저기 기웃 거리지
고루하고 지루하고 무료하고 따뿐하고 쓸데없이 빨리 달려서하는 거라곤 리모콘켜서 티비나 보는 거고
그러다가 마치 무언가 희망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쁨에 들뜨다가
이내 기쁨이 사라지면서 시무룩해지길 반복하지
인생은 한편의 큰 비극과 같고 슬픔만이 끝없이 펼쳐져 있지
거기다가 부조리하고 불합리하고 비굴하고 교만하고 기만하고 예민하고 불평이 잘 버무려져 악취를 품기지
그래서 나는 저 위대한 보들레르의 악의 꽃을 읽으면서 언제나 위로를 받곤했지 "나보다 더 일찍 지루함을 느낀 보들레르가 있었고 지금 내옆에 최승훈이 이제 막 지루함을 알아가기 시작했다고."
산과 들에 펼쳐진 녹색의 단조로움과 지루함을 승훈이가 알아가기 시작했다니 한편으로는 대견하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서지
산과 들과 바다의 지루함을 알면 이내 인생의 지루함을 알게되지
무미건조하고 무의미하고 무상하고 무형으로 이루어진 무지의 소치가 나라는 걸 확인한 순간 도피를 하고 싶지만 어디에도 숨을 곳은 없지
그저 할 수 있는건 가만히 앉아서 보들레르의 시를 한구절 외워 보고 씁쓸한 미소를 짓는 거지
항상 취하라
그것보다 우리에게 더 절실한 것은 없다.
시간의 끔찍한 중압이 네 어깨를 짓누르면서
너를 이 지상으로 궤멸시키는 것을 느끼지 않으려거든
끊임없이 취하라.
무엇으로 취할 것인가.
술로 , 시로 , 사랑으로, 구름으로, 덕으로
네가 원하는 어떤 것으로든 좋다.
다만 끊임없이 취하라.
그러다가 궁전의 계단에서나
도랑의 푸른 물 위에서나
당신만의 음침한 고독 속에서
당신이 깨어나 이미 취기가 덜하거나
가셨거든 물어보라.
바람에게, 물결에게, 별에게, 새에게, 시계에게,
지나가는 모든 것에게, 굴러가는 모든 것에게
노래하는 모든 것에게, 말하는 모든 것에게 물어보라.
그러면 바람이, 물결이, 별이, 새가
시계가 대답해 줄 것이다.
취하라. 시간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항상 취해 있으라.
술이건, 시건, 미덕이건 당신 뜻대로
이 시를 나지막하게 읽다가 다시 큰소리로 읽다가 다시 마음속으로 읽다가 다른 시를 한번 더 조용하게 읊조려 보는 거지
어리석음, 과오, 죄악, 탐욕이
우리 정신을 차지하고 육신을 괴롭히며,
또한 거지들이 몸에 이.벼룩을 기르듯이,
우리의 알뜰한 회한을 키우도다.
우리 죄악들 끈질기고 참회는 무른고야.
고해의 값을 듬뿍 치루어 받고는,
치사스런 눈물로 모든 오점을 씻어내린 줄 알고,
좋아라 흙탕길로 되돌아오는구나.
흘린 우리 정신을 악의 배갯머리에서
오래오래 흔들어 재우는 건 거대한 <악마>,
그러면 우리 의지의 으리으리한 금속도
그 해박한 연금술사에 걸려 몽땅 증발하는구나.
우릴 조종하는 끄나풀을 쥔 것은 <악마>인지고!
지겨운 물건에서도 우리는 입맛을 느끼고,
날마다 한걸음씩 악취 풍기큰 어둠을 가로질러
혐오도 없이 <지옥>으로 내려가는구나,
구년묵이 똥갈보의 시달린 젖을
입맞추고 빨아먹는 가련한 탕아처럼,
우리는 지나는 길에 금제의 쾌락을 훔쳐
묵은 오렌지처럼 한사코 쥐어짜는구나.
우리 뇌수 속엔 한 무리의 <마귀> 떼가
백만의 회충인 양 와글와글 엉겨 탕진하니,
숨 들이키면 <죽음>이 폐 속으로
보이지 않는 강물처럼 콸콸 흘러내린다.
폭행, 독약, 비수, 방화 따위가 아직
그 멋진 그림으로 우리 가소 가련한
운명의 용렬한 화포를 수놓지 않았음은
오호라! 우리 넋이 그만큼 담대치 못하기 때문.
허나, 승냥이, 표범, 암사냥개,
원숭이, 독섬섬이, 독수리, 뱀 따위,
우리들의 악덕의 더러운 동물원에서,
짖어대고, 노효하고, 으르렁대고 기어가는 괴물들,
그중에도 더욱 추악 간사하고 치사한 놈이 있어!
놈은 큰 몸짓도 고함도 없지만,
기꺼이 대지를 부숴 조각을 내고
하품하며 세계를 집어삼킬 것이니,
그 놈이 바로 <권태>! - 뜻업시 눈물 고인
눈으로, 놈은 담뱃대를 물고 교수대를 꿈꾸지.
그대는 알리, 독자여, 이 까다로운 괴물을
- 위선의 독자여, - 내 동류여, - 내 형제여!
이 악의 꽃 서문을 지루함을 알아낸 승훈에게 보내니
권태와 무료함과 막막함과 불안함과 싫증과 불쾌감과 갑갑함과 적막함과 나태함따위를 겁먹지 말길 바란다.
그것은 인간의 천연본성이니 관조하고 함께 해야 할 목록일 뿐이다. 너와 나는 그저 보들레르에게 조금이나마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면 그뿐인 것이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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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계양훈련소장 작성시간 21.05.12 승후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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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팀철완[鐵腕] 김우현 작성시간 21.05.13 살아간다는게 재미없지 않는것 같지 않기도하죠. 그렇다고 재미있게 살아가려고 부단히 노력하는게 의미가 있을거라는 확신도 모르겠고요. 내 인생 흐름의 주체가 나자신인지 앞에서 떠들고있는 제3자인지 아니면 운명을 정해준 신인지 혹은 어디선가 나를 조종하고 있을것 같은 외계인인지 ... 방향키 없는 배를타고 물이 흘러가는대로 흐르는 인생인가봐요..-회사 화장실에서 대사를 치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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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팀철완[鐵腕] 김우현 작성시간 21.05.13 조금전까지 내 신체의 일부였던 황금빛 친구도 물따라 흘려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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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Veteran_이종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1.05.13 황금빛 친구는 의식하던 의식하지 않던 존재하는 즉자(卽自)요
의식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 못하고 무엇에 관한 의식, 즉 항상 대상이 필요하니 대자(對自)요
존재(즉자)는 우연이며 그저 있을뿐이다.
존재해야할 이유는 없으며 다른 존재와의 관계도 무의미하다.
의식이 우연히 존재 자체와 만날때, 우리는 구토를 느낀다.
인간은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그 자체에 머무는 황금빛 친구와 구별된다.
그러나 대자로서의 의식은 즉자인 존재의 축소 또는 약탈과도 같다.
황금빛 친구를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의식하기도 하며
의식은 밖에 있는 대상을 향하거나 나 자신을 향하기도 한다.
황금빛 친구와 나는 떨어졌다고 볼 수도 없고 하나라고 볼 수도 없다.
인간이란 자유가 선고된 존재이다.
즉자(사물)의 경우에는 과거의 원인이 현재의 결과를 규정한다.
대자(의식)의 경우에는 거꾸로 미래가 현재를 규정한다.
인간 존재란 곧 선택이며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인간은 우연하게 아무런 의미도 없이 이 세상에 던져졌다.
그는 무한히 자유롭다.
그러나 이 자유는 인간이 대자(의식)이기 때문에 갖는 근본적인 한계에 맞닥뜨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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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Veteran_이종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1.05.13 인간은 자신이 결코 완전히 꽉 찬 즉자(황금빛 친구)처럼 될 수 없음을 잘 알면서도,
미래를 선택하고 계획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인간의 자유는 축복이 아니라 저주이며,
끝끝내 우리를 놓지 않는 형틀이다.
인간이란 자유가 선고된 존재이며, 선택이 강요된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