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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에 사과를 싣고....

작성자귀틀댁|작성시간11.10.03|조회수307 목록 댓글 12

10월 2일, 일요일.

흠이 있고, 어딘가 좀 아픈 사과들을

트럭에 싣고 무작정 진주로 갔습니다.

 

처음엔 아파트 단지에서 좌판을 펼쳤는데

휴일이라 그런지 너무 조용하고 오가는 사람들도 별로 없더군요.

진주에 와서 밥만 먹고 가겠구나 했습니다.

곁에서 그릇을 파시던 아주머니께서

서부시장에 함 가보라고 일러주시더군요.  

어머니들이 건네주는 단감 얻어 먹고,

다시 기운을 내어 서부시장으로 출발.

 

마침 장날이라 도로변은 오가는 사람들로, 행상하는 할머니들로 붐볐습니다.

다행히 한 자리가 비어 조심스레 차를 세우고,

사과를 펼쳐 놓을 수 있었습니다.

 

"사과 사세요."

"사과 드시고 가세요."

"안 사셔도 되니까 목이라도 축이고 가세요."

이 말을 수도 없이 했던 것 같아요.

첨엔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더니,

몇 번 하다보니 그 목소리는 점점 커져가고......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 그저 웃음이 났습니다.

 

옆에서 장사하시던 할머니들이 한마디씩 해주시더군요.

비닐 봉지에 담아서 오천원, 만원, 이렇게 팔아보라고.

좌판 앞에 사과를 주욱 쌓아 놓으라고....

정말 신기하게도 할머니들 말씀대로 했더니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들이 이 집 사과 맛있다고 손님들을 부추기고,

저는 사과 깎아 맛보여주고...

남편은 사과를 봉지에 담아 저울에 달기 바쁘고....

 

두 시간만에 준비해간 사과를 다 팔았습니다.

행상하는 할머니들도 쌈짓돈을 꺼내어

다들 사과를 살 정도로 인기만점.

도와주신 할머니들에겐 천원도 받고, 이천원도 받고 그랬지만.....

그리고 덤으로 나간 사과가 더 많았지만.......

오늘 저희 부부는 유쾌한 경험을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저는 호주머니에서 쏟아져 나오는 지폐들을 한 장 한 장 펼쳐서 헤아리고,

이를 지켜보던 남편은 허허허 웃었습니다.

꾸깃꾸깃 접혀 있는 천원, 오천원, 만원짜리들....

저희..... 오십 만원이 넘는 돈을 벌었더군요! ㅎㅎㅎ

남편도 만족스러운가 봅니다.

할까말까 망설이게 되는 일은 일단 저질러봐야 한다고 그러네요.

자신감이 묻어 있는 그의 목소리에 저도 덩달아 힘이 납니다.

 

진주를 빠져 나오면서 길가에 차를 세워 놓고

오뎅 사먹으며 허기를 채우고,

간이휴게소에 들러 참았던 오줌도 누고,

여유롭게 커피도 뽑아 마시고....

 

저는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트럭 짐칸에 사과 싣고 이렇게 여행 다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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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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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토끼맘 | 작성시간 11.10.06 처음이라 쉽지 않았을텐데 용기가 대단하시네요. 축하해요,
  • 작성자푸름 | 작성시간 11.10.07 어이구,,,,,고생하셨다고 말하려니 유쾌한 경험. 재밌는 삶의 단편이라 말해야겠군요. 다음에는 카페에 올리세요.모두들 기꺼이 맛있게 사먹을겁니다...
  • 작성자콩깍지 | 작성시간 11.10.13 진주를 간다고해서 공판장에 가는줄 알았더니....
    귀틀네, 정말 잘했어!!! 노전 장판을 벌려보면 배우는것이 더 많거든요.
    사과 실고 여행도 괜찬은 생각이네....ㅎㅎㅎ
  • 작성자라아라 | 작성시간 11.10.17 서부시장이 따뜻했겠어요. 둘이라서 용기도 낼 수 있었죠?
    그렇게 팔려 나간 사과도 이름모를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하하, 그게 인생
  • 작성자남원촌년현아 | 작성시간 11.10.20 모양이야 어찌되었든 언니네 사과는 정말 최곤데요!!!!! 아마 사가신 분들도 횡재했다고 생각했을겁니다. 우리 아이들이 엄지손가락을 똑바로 세우며 최고최고!! 지금도 경빈이는 사과 먹을때마다 양미고모가 보내주셨지??? 합니다...제가 교육 잘 시켰죠???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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