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있는 남편을 한참 바라보다가 ....

작성시간14.06.01|조회수254 목록 댓글 14

자고 있는 남편을 한참 바라보다가 ....

그냥 눈물이 주르륵... ㅠㅠ

네! 잘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잠꼬대를 하는데... 회사일로 손님께 꾸지람을 듣는 것 같다.

요즘 회사 사정이 나빠 사람들 심기가 곤두서 불안하고 힘들다며,

퇴근길 막걸리와 두부를 사와 두부김치 안주를 손수 만들어

왕접시에 해바라기 꽃처럼 내오며, 쥐뿔도 없는 놈 따라 사느라

고생이 많구만, 자 막걸리 한 잔 받소! 하는 남편을 보는데 맴이 짠했다.

꼭 도토리만한 참외를 사와선 허허 나처럼 작은 게 맛있는 벱이여,

하며 포크로 콕 찍어 내 입에 쏙~ 하따 무쟈게 달구만~ 꿀이네 꿀,

전철로 다니라고 해도 사철 걷거나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남편은

전철을 타면 사람들사이에 콩나물처럼 끼어 숨도 막히고 남 겨드랑

냄새도 맡아 코가 아프다고 한다.

키가 작은 남편 모습을 상상하니...ㅋㅋ 웃음^^

키높이 구두 사준다는데도 생긴 대로 사는 게 편하고 자연스럽다며

내 옷이나 한 벌 사 입으라고 손사래를 친다.

올봄 꽃도 피어나는데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오자고 말하니,

먹고 사느라 바빠죽겠는데, 왜 꽃들은 피고 난리냐고 푸념하는

무드 없는 남편 말에 웃고 말았다.

어느덧 남편 머리에도 서리가 내렸다. 가난한 농촌에서 부모복도 없이

잔병치레로 못 먹고 자란 탓인지 식탐이 좀 있어 누가 밥그릇 빼앗을까

눈치보며 숨어서 먹다시피하는 자태가 그대로 숨기지 못하고 나온다.

왜소한 몸으로 열심히 일하여 우리 가정을 일으켜 세우고,

빈손으로 자수성가하여 이정도 살게 만들어준 남편이 고맙다.

잔머리 못 굴리고, 특별한 재주도 없이 놀란 토끼마냥 그냥 땅만

보고 25년 월급쟁이로 살아온 남편을 무능하고, 요령도 없이 답답

하다고 참 많이도 잔소리를 하며 무던히도 바가지 긁던 일도 생각

해보니 너무한 것 같아 가슴 아프다.

융통성도 없는데다 원칙과 정도만을 고집하고, 부모형제 한테도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해 그런지 시댁 식구들은 속도 모르고 그 돈 다벌어서

뭐하냐~ 세상 편하게 사네... 속을 긁는데 내가 나서 한바탕 큰소리

쳐놔야 이내 조용해진다.

근검절약하며 허리띠 졸라매 15년만에 자그만 빌라 하나 마련해 살고

있는 것이 조강지처인 내가 살림을 잘해준 덕분이라고 공을 돌린다.

남편은 청소, 설거지, 빨래, 분리수거 등 집안일을 알아서 척척 곧잘한다.

워낙 부지런, 깔끔 성격이라... 깨끗한 또랑에 고기 안모이니 적당히 털털

하라고 해도 천성이 그러니...

팔랑귀 남편은 회사동료 연대보증을 잘못서 월급압류 통지서가 날아든 날

쥐어 뜯으며 울고불고 원망했던 것도 미안하다. 파김치가 되어 퇴근하는

날이 많은데 따뜻하게 위로도 못하고 무능하고, 재주 없다고 잔소리를 해댄

일도... 사치, 여행, 호강 잘 모르고 사는 남편을 함부로 대한 한 것 같아...

당신은 우리 가족의 버팀목이고 희망이니 아프지 말고 몸 돌보면서 일해요.

타고난 본성이 순하고 부지런하며 손톱만큼도 남한테 아쉬운 부탁도

못하는 성격을 고쳐라고 바가지 긁어대던 일도 돌이켜보니 미안하다.

우린 25년 동안 시련을 겪으면서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아픈 만큼

성숙해 갔고, 객지에서 빈깡통처럼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며 살던 촌닭

시절을 그려보면 배시시 웃음이 나오며 힘들었던 장면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지나고 보니 다 한때의 추억으로 가슴에 남는다.

석유곤로에 파전을 부쳐 막걸리 잔을 기울이고, 세탁기 놓을 공간 하나

없어 짤순이를 놓고 살던 신혼시절 그 허름한 단칸방 추억이 자꾸만 떠

오르는 건 왜 일까? 이것 저것 생각하니 자꾸 눈시울이 젖어오네요.

당신! 감사하고 고마워요 이젠 건강을 챙겨야 할 나이니 일도 좀

쉬엄쉬엄 해가면서 무리하지 말고, 힘내세요. 당신 곁에 우리 가족이

있잖아요.

우리 가족의 버팀목이 되어준 당신 고마워요. 욕심, 배짱하나 없이

만원짜리 한 장을 들고도 벌벌기며 잘 쓰지도 못하는 당신, 강아지

처럼 들꽃처럼 순하게만 살아온...너무 평범해 오히려 답답해서 보따리

싸들고 친정으로 가버릴까도 솔직히 여러번 생각했지만...혼자 남겨질

작고 초라한 당신이 불쌍하고 하이에나들의 밥이될까 걱정스러웠어요.

여유롭게 살지는 못하지만 적당히 불편한 가난이 오히려 우리가정을

푸른 소나무처럼 잘 지켜준 것 같아요. 이젠 말할 수 있어요 당신을

만나서 행복하다고...남은 인생 욕심 내지 말고 들꽃처럼 살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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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시간 14.06.18 복받으실거에요^^
  • 작성시간 14.06.19 지금 뒤돌아보니 허허~~~나를 보는것 같네요!
  • 작성시간 14.06.24 두분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서로를 위하며 살아오신 삶. 이제 행복을 맘낏하실 일만 남았습니다.
  • 작성시간 14.09.13 감사 감사합니다 세월이흘러 지금의 나를 남편을 주위를 볼줄아는 님은 참 행복한 분 이십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모든것에 감사하는 마음에 더욱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매일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작성시간 14.09.20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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