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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씨네(영화방)

<냉정과 열정사이>두 권의 책과 줄거리

작성자이디엘|작성시간15.01.08|조회수3,278 목록 댓글 3

 

냉정과 열정사이는 아쿠다가와상 수상작가 츠지히토나리와 여자 하루키로 평가받는 에쿠니 가오리가 2년여에 걸쳐 실제로 연애하듯 써내려간 릴레이 러브스토리다.

츠지 히토나리는 <냉정과 열정사이 블루>편에서 쥰세이와 ,아오이가 모르는 아오이의 이야기를 담았고 <냉정과 열정사이 로쏘>편에서는 준세이가 모르는 아오이 그리고 사랑에 관한 한 모든 것이 절반인 아오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작가의 의기투합으로 기획된 이 소설은 월간 <가도가와지>에 2년이 넘게 연재 되었고,가오리가 먼저 아오이의 이야기를 실으면 히토나리가 쥰세이의 이야기를 싣는 식이었다.

소설을 읽는 방법은 한 챕터 씩 번갈아 읽고 나중에 동적이고 사건 중심적인 히토나리의 블루편 그리고 아오이의 일상과 감정의 흐름을 간결하고 절제된 필체로 소설을 써 내려간 에쿠니의 로쏘편을 한 번 더 읽을 것을 추천한다.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이 소설을 번역한 사람은 양억관 김난주 부부이다.

 

우선 줄거리부터 살펴보자면

이 이야기는 헤어진 남녀가 다시 만나는 과정을 담고 있다. 20대에 도쿄에서 열정적인 사랑을 나눈 준세이와 아오이는 아오이 만이 알고 있는 이유로 헤어지게 된다. 그러나 십년이 지난 후에도 피렌체에서 미술복원사를 하고 있고 곁에 사랑스런 메미가 있는 쥰세이와 밀라노에서 보석가게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미국인 사업가 마빈의 사랑을 받고 사는 아오이도 가슴 한편에 서로를 품고 있다. 준세이는 아오이가 자신의 아이를 가졌고 계류유산의 과정에서 아버지가 개입되었음을 알고 자책한다.

아오이는 마빈과 편안한 생활을 하는 듯 했지만 과거에 묶인 채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흔들리다, 쥰세이의 편지를 받고 세상의 모든 것이었던 그, 가슴 안에 가득한 준세이를 발견하고 마빈과 결별한다. 준세이 역시 메미와 헤어지고 할아버지의 장례식에도 가지 않고 오래전에 한 약속인 아오이가 30세 되는 해에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곳으로 향한다.

 

줄거리만 봐서는 통속적인 드라마 수준이다. 가족의 반대가 등장하고 제3자가 개입된 주인공들의 갈등 열정적 사랑, 장난스레한 약속 그리고 서로를 잊지 못하는 설정까지…….그런데 어떤 점이 독자를 매료시키며 이 책을 베스트셀러가 되게 했을까?

 

먼저 츠지 히토나리이 블루편이다.

아오이의 이름이 한자로 <靑>이다.

짙은 어둠이 깔린 대지 또는 바다에 태양이 떠오르면 검은 하늘은 서서히 푸른색을 더해간다. 아침은 그렇게 물색이다. 그건 빛이 어둠을 이겼기 때문이다. 어둠이 빛을 이기면 붉은색이 나타난다…….그 석양은 늘 붉다. 그것은 멀어지는 빛이다. 어둠 속에 빛이 비칠 때 우리는 그곳에서 파랑을 볼 것이다. 뭔가를 시작하는 색 그것에는 설렘과 두려움 우울이 따른다. 번역가 양억관씨의 말이다.

 

-사람이 살아온 모든 날들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소중한 것은 절대로 잊지 않는다고 나는 믿고 있다. 아오이가 그날 밤 일을 완전히 잊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 그녀를 만날 수 없을지 모른다 해도-

이 거리에는 늘 햇살이 비치고 있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을 한다.

이태리의 피렌체를 배경으로 한 쥰세이의 주변은 맑고 깨끗한 하늘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현재는 없고 오직 과거뿐인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발원지며 세게 미술품의 3분의 1이 그곳에 있다고 하는데 쥰세이는 잃어버린 시간을 돌이키는, 세계에서 유일한 직업인 복원사고 그 일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며, 아오이와 잃어버린 시간을 재생하기를 원한다. 쥰세이의 곁에 사랑스런 매미가 있지만 그의 일상엔 늘 아오이의 그림자가 있다.

블루는 극적인 사건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복선과 상징이 많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공방에서 스승인 조반나를 만나는데 그녀에게서 늘 한 번도 품안에 안겨보지 못한 어머니를 느낀다. 코사의 그림을 복원 하던 중 그림이 찢긴 사건이 발생하고 그 범인이 제자의 재능을 질투한 스승이 범인이라는 걸 안다. 가롯유다를 상징하는 조반나와 ‘최후의 만찬’이 등장하기도 하고 라파엘로의 ‘대공의 성모상’에서는 마리아와 아오이를 동일선상에 놓기도 한다.

 

어느 날 쥰세이는 메미와 밀라노 광장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아오이와 스쳐 간다. 할아버지의 그림 ‘인연의 사슬’이 생각나는 장면이다.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인연이며 관계의 그물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말해준다.

피렌체의 일을 정리하고 도쿄로 돌아와 생활하는 준세이 에게 도쿄의 옛 친구 다카시가 찾아오고 아오이의 유산 과정을 듣게 된 쥰세이는 아오이 에게 사과의 편지를 보낸다. 며칠 후 도쿄의 집으로 무언의 전화가 걸려 오고 또 한 번 “잘못 걸었다”고 말하며 황급히 끊는 목소리를 듣고 아오이임을 확신한다. 준세이는 일본으로 달려온 메미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더 커져가는 아오이가 가슴 한 가득임을 발견한다.

 

그 후 조반나의 자살 소식을 듣고 그 무덤을 찾을 겸 피렌체로 가고 시간이 흘러 아오이의 생일 아오이를 만나려고 두오모에 오른다. 또 만나지 못하더라도 과거와 결별하고 현재를 살기 위해 두오모의 계단을 오른다. 드디어 아오이를 만나고 3일간 함께 하면서 8년의 간격을 메울 수 없음을 발견한다. 냉정과 열정을 오가며 말과 감정을 억누르고…….어느 쪽도 그림을 복원할 열정이 남아 있지 않다. 아오이의 현재를 모르는 쥰세이는 ‘미국인 애인이 있고 육친과도 같은 페데리카가 있고 밀라노가 있는 아오이를 뺏어올 열정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 하며 냉정을 유지하려 한다. 아오이를 기차에 태워 보낸 후 냉철하게 현실을 돌아본다. ‘아오이가 이곳에 온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하다 냉정한 준세이의 가슴에 열정 하나가 반짝인다.

-이 순간 과거도 미래도 퇴색하고 현재만이 빛을 발한다.......과거도 미래도 현재를 이길 수 없다.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바로 지금이라는 일순간이며 그것은 열정이 부딪혀 일으킨 스파크 자체다.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고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 현재는 점이 아니라 영원히 계속 되어 가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내 가슴을 때렸다. 나는 과거를 되살리지 않고 현재를 울려 퍼지게 해야 한다. -블루 P 254-

나는 블루편의 이 독백이 냉정과 열정 사이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 장면이 츠치 히토나리의 연애관 이라고 생각한다. 냉정과 열정을 끊임없이 오가는 갈등과 격정의 이동은 독자로 하여금 1인칭 주인공의 시점이 되게 한다.

준세이는 두려움과 불안 망설임이 있었으나 냉철한 판단 후 열정에 불을 붙여 행동으로 옮긴다. 드디어 쥰세이는 아오이가 탄 국내 특급보다 15분 빠르게 도착하는 국제특급 열차에 오른다. 새로운 백년을 예감하며 블루의 막이 내린다.

 

에쿠니 가오리의 글인 로쏘를 살펴보기로 하자.

에쿠니 가오리가 그려낸 아오이 는 간결한 문장 속에 담백하게 담겨있다.

-아가타 준세이는 나의 모든 것이었다 그 눈동자도 그 목소리도 불현듯 고독의 그림자가 어리는 그 웃음진 얼굴도. 만약 어딘가에서 준세이가 죽는다면 나는 알 수 있으리라. 아무리 먼 곳이라도, 두 번 다시 만나는 일이 없어도-

아오이는 늘 축축한 비가 내리고 현재와 과거가 함께 있는 밀라노의 앙티끄 보석상에서 일하고 있다. 그녀에게는 부유하고 완벽한 마빈이 있지만 밤마다 악몽을 꾸고 서늘한 고독의 그림자는 밀라노의 흐린 하늘처럼 그녀 주변을 맴돈다. 온 젊음과 온 마음을 바쳐 사랑하며 그녀의 모든 것 이었던 쥰세이와의 추억은 상처로 남아있고 현실의 어디에도 안주하지 못하게 한다.

“소유는 가장 악질적인 속박”이라고 말하고 마빈 과의 사이도 일정한 거리를 유리를 유지한 채 겉으로 보기엔 담담한 일상을 살아간다. 정체된 아오이의 생활을 부각하기라도 하는 듯 그녀의 주변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흘러간다. 오랜 친구인 다니엘라가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마빈의 누이도 세계를 여행하며 나름 자신의 삶을 산다. 평범한 일상을 깨고 다카시가 등장하고 준세이의 소식을 듣게 되고 준세이의 편지를 받고 그녀는 심하게 흔들린다.

 

아오이가 준세이와 도쿄에서 보낸 4년의 생활은 넘치는 애정과 신뢰와 정열에 들뜬 생활이었다. 외로운 도쿄에서 준세이는 들판 같은 사람이었다. 들판처럼 넉넉하고 환한 웃음을 웃는 사람 처음 시작은 달랐으나 마지막은 같은 장소에서 끝날 거라고 믿었던 사람……. 냉정한 아오이의 가슴에 쥰세이로 가득차고 얇은 유리벽으로 포장된 일상에 균열이 가면서 마빈과의 관계도 정리를 한다.

늘 있을 곳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며 도쿄에서도 밀라노에서도 정착하지 못하는 아오이 에게 페데리카는“ 인생이란 그 사람이 있는 곳에서 성립하는 것이고 사람이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 속 뿐이다”고 말한다.

시간이 흐르고 10년 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피렌체의 두오모에 오른다. 환희와 절망, 장밋빛과 파란색이 뒤섞인 하늘은 아오이의 심리 상태와 같다. 그리웠던 준세이를 만나고 오해도 풀리고 사랑도 재확인 하지만 이제는 과거에 발목 잡힌 인생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면서 빛을 되찾고 '사람이 있을 곳이란 자기 자신의 가슴뿐다'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돌린다.

 

 두 책에서 아오이와 준세이가 서로를 바라보는 공통된 관점은 나의들판, 나의 광장이라고 부르며 서로를 완벽한 존재로 인식한다는 것과 서로의 가슴에 가득 찬 상대방에 대한 인식 그리고 10년 이라는 장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 후의 삶에 대해서 에쿠니 가오리는 말없이 소설을 마무리 한다. 독자에게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하는 그녀의 글에 매력을 느낀다. 반면 츠지 히토나리는 준세이가 아오이의 뒤를 따라가는 것으로 마무리 한다. 그 이후를 상상하는 것도 역시 우리의 몫이다.

 

아래의 글은 일본 월간지인 <다빈치>에 실린 글인데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의 대담 중 일부를 발췌하여 올립니다. 두 작가의 연애관이 드러납니다.

 

에쿠니 가오리: 냉정과 열정의 중간이란 건 컨트롤하기 어려운 것이죠. 아오이처럼 냉정하려 해도 열정에 이끌리고 반대로 열정적으로 살아가야지 하면서도 냉정이 윙윙대는 파리처럼 떠도는 거죠. 누군가를 잊을 수 없다는 것도 그래요.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만남이 있겠지만 잊을 수 없는 것은 잊을 수가 없죠.

 

츠지 히토나리: 나에게도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지만, 잊으려고 하지 않아요…….전부 있었던 일로 기억해 두고 싶어요. 대부분의 연애에서 행복하다는 사람은 극소수로 대개의 사람은 냉정과 열정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살고 있죠. 준세이도 아오이도, 그리고 내 소설의 최후도 마지막 순간까지 그런 식으로 싸우죠. 그 격정의 이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은 누구나 돌아가고픈 사람을 찾고 있고, 그것이 연애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연애소설이란게 끝도 없이 이어지지만 우리들이 쓰려고 한 것은 돌아가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또 만나고 싶었노라고 말하기 위해 계속 방황하는 사람의 소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랑과 연애라는 것도 어느 선까지 가면 믿기 힘든 벽에 부딪히게 되고 그것으로 그 벽을 몇 번씩 넘어가지만, 그 넘어갈 힘은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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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이디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1.08 내일은 <냉정과 열정사이> 영화 편을 소개할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책이 영화 보다 좋습니다. 감정의 흐름도 자연스럽고 주인공들의 심리를 공감하는 과정도 좋고 작가의 개성이 뚜렷하게 보여서 책을 꼼꼼하게 읽는 편입니다. 이 글을 쓰다 생각이 막히면 책을 들고 집 앞 커피전문점을 드나들었죠. 블루투스 스피커에서는 이문세의 옛사랑이 흘러나오고…….
    지나간 날들을 추억하는 시간. 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내 맘에 둘 거야……. 그대로 두어도 희미해지는 추억을 애써 지울 필요는 없겠지요. 냉정과 열정사이 책과 어울리는 노래 가사죠. 지금 이 시간 에티오피아 예가체프의 진한 향이 흐르는 시간을 멈추게 합니다.
  • 작성자스텔라 | 작성시간 15.01.09 책 소개 감사합니다.나는 책,영화 모두 안 보았는데.. 이디엘님이 너무도 꼼꼼하게 읽으시고 자신의 생각 의견까지 곁들여 적어주시니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역시,이디엘님입니다.똑 소리에 어울리는 완벽함을 느껴봅니다.영화편도 많이 기대되요.그리고 상영날의 해설까지..우와~이문세의'옛사랑'도 들어보렵니다.
  • 작성자스텔라 | 작성시간 15.01.19 이디엘님이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많이 많이 오셔서 관객석을 사뿐히 채워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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