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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아기편지

제129신 - 배려의 횃불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들 새길에게(취원)

작성자취원|작성시간14.06.07|조회수91 목록 댓글 2

배려의 횃불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들 새길에게(취원)


 서울 강남터미널.

 출발을 위해 전진과 후진을 거듭하는 버스를 따라 이리저리 손을 흔들며 차창 안 엄마를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나의 아들 새길아,

 버스 후미등에 비친 너의 내리지 못하는 아쉬운 손과 어깨짓을 내 두 눈 속에 내 가슴 속에 고이고이 쓸어 담으며 진한 네 체취에 취한다.

그리고 나의 시들어가는 잠잠한 세포들이 틈틈이 널 꺼내보는 순간마다 단비 같은 생명수를 들이마신 듯 흐뭇함이 대양의 파도처럼 넘실댄단다.

 좋은 점이 참 많은 사람 내 아들 새길아,

 넌 어렸을 적부터 남을 배려하는 일이 무척 자연스러웠단다. 아마 그 까닭에 지금도 네가 스스로도 더 만족스럽고 행복하며, 주체적으로 더불어 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구나.

 내 아들 새길아,

 어젯밤 누나와 셋이서 세월호 헌정곡인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함께 들으면서 숙연한 마음으로 또다시 ‘세월호’의 아픔과 슬픔과 책임과 분노에 대하여 공감을 했지.

 50여일의 시간이 흘러가면서 차츰 그 처절한 아픔과 슬픔과 분노마저도 침몰해 가고 있음을 느끼며 목도하고 있다. 잊어서는 안 된다고, 다시는 있어서도 안 된다고 온 몸에 힘을 주며 불끈 주먹을 쥐었지.

 며칠 전 엄마가 광주 YMCA ‘팽목항 불 밝히기’의 일원이 되어 봉사를 했었단다. 그 때 함께 했던 순천 YMCA 봉사자 가운데 해병대에서 갓 전역한 씩씩한 까까머리 청년 한 사람에게 엄마의 시선이 그림자처럼 자꾸 따라가더구나.

 팽목항엔 특별히 힘들여 봉사할 일거리가 없었지만(밤늦은 시간이어서 더욱 그랬다) 재빠르고 경쾌한 몸놀림으로 부지런히 이곳저곳 일감을 찾아 열심으로 일하는 모습이 참 대견하고 인상적이었단다. 지금도 그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아마 네 모습이 겹쳐보여서 더 그랬으리라. 무슨 일이든 주어진 일, 특히 봉사하는 일에 있어 온 몸으로 힘껏 자신을 태우는 너를 보는 듯하여 더욱 보기에 좋았단다.

 아들아, 너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여러 봉사 활동을 통해 네 존재를 아름답게 새김질하며 아빠, 엄마를 얼마나 많이 기쁘게 해 주었니?

  네 살 때부터 시작된 극심한 아토피의 가려움으로 수많은 밤을 설치며 이불을 핏자국으로 붉게 물들였지. 그럼에도 잠결에 무심하고 게으른 엄마의 손길이 닿으면 “엄마, 괜찮아요. 어서 주무세요”라며 잘도 견뎌냈지. 그러고도 걱정하는 엄마에게 “성경에 나오는 욥은 기왓장으로 긁었다는데 저는 그 정도는 아니잖아요” 하며 오히려 엄마의 무력하고 미안함을 위로하며 긍정적으로 이겨낸 사람이 너 아니었니?

 고등학교 시절도 생각이 나는구나.

 왕따 당할 수밖에 없는 급우, 다른 아이들이 대부분 가까이하기 싫어하는 그 급우의 짝궁을 자청하기도 하였지. 그리고 학급회의를 열어 그 급우의 문제에 대하여 함께 원인을 찾아 소통을 가능하게 하기도 했었지. 그 과정에서 아빠, 엄마와 함께 양로원 봉사를 하도록 주선하여 방황의 내면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기도 했지. 이런 깊은 속심지를 가지고 옆 사람을 헤아리는 네가 얼마나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는지.

 언젠가 찢어진 교복 바지를 벗어던진 일도 생각나는구나. 뜻밖의 상황에 의아해 하는 엄마의 채근에 넌 너무도 당당하게 말했지. “엄마! 반장은 공부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예요. 욕도 잘 하고, 놀기도 잘하고, 장난 잘 치는 것은 필수예요. 점심시간에 얘들과 장난치며 창문을 넘어 다니다가 바지가 찢어졌어요” 라고. 그래,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 생각해 보면 친구들과 어우러져 온 몸으로 부대끼며 함께 놀고 뛸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너였었지.

 참, 5수하다가 최근에 군에 입대한 친구도 있었댔지. 외로움과 수고와 힘듦을 혼자 짐 진 채 목표하는 대학진학을 위해 5수하는 친구를 위해 5년 내내 친구로 때론 형처럼 그를 곁에서 지켜보며 격려했었지. 모두가 떠날 때에도 곁에 있어줄 마지막 한 사람이 되려는 너의 소중하고 진실한 인정의 바탕이 무엇일까 궁금할 정도란다.

 고마운 아들 새길아, 넌 서울로 진학한 후로부터 지금까지(군 복무 21개월을 포함하여) 한 주도 거름 없이 외할머니에게 안부 전활하고 있지. 홀로 시골에 계시는 외할머니가 외로울까봐 매주 토요일이면 전화하여 하루를 기쁘게 하고, 한 주일을 기다리게 하는 묘한 마력을 가지고 있는 너의 배려하는 마음이 외할머니의 딸인 엄마로서는 네가 기특하고 고마울 뿐이란다.

 사랑하는 아들아,

 ‘한 눈 팔지 말고 오로지 공부에만 몰두하라’는 엄마에게 항상 “예‘ 라고 대답하는 대로 그렇게 사는 줄로만 알았단다. 그러나 엄마의 가시권을 벗어난 너는 네 삶의 영역을 지식만 쌓는 공부에서 더 나아가 사람됨의 심성과 사람사이의 관계까지 넓혀가고 있었더구나. 활달하고 거침없는 태도로 다양한 친구들을 품에 안을 수 있음은 네가 이기적이거나 네 행복만을 앞세우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을 게다. 오히려 너를 내어주고 양보하며 이해해 주는 생활의 자세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이제는 맨들맨들해진 네 등에, 그 소나무 껍질 같던 네 등의 감촉을 상기해보면서 가만히 엄마의 가슴을 대어본다. 엄마의 가슴 속엔 네가 건네주는 울림판이 잔잔한 감동으로 행복과 기쁨을 전해 온다.

 아들아, 복학한 후로 네 앞에 놓인 과제들이 많지? 너 자신 이외의 문제들에 틈을 내 줄 겨를이 없겠지. 네가 군복무 할 때에 아빠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 생각나는구나. ‘나 자신의 가슴을 떨리게 하는 일, 그 일은 나를 던져 이웃에, 사회에 봉사하는 일’이라고 했지.

 배려에 익숙한 미더운 아들아.

 30도가 넘는 이른 무더위에도 팽목항의 밤은 춥고 외롭더구나. 그것도 캄캄한 어둠이란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네 몸이 한 자루 촛불이 되어 팽목항의 밤을 밝히게 되었으면 좋겠다. 또 깊은 밤바다의 추위를 녹이는 따뜻한 촛불이 되었으면 좋겠다. 작은 물줄기가 모여 시내를 이루고, 그 시내가 드디어 바다에 이르듯, 네가 한 자루 촛불로 팽목항을 밝히고, 또 또 다른 너들이 이 세상을 밝히다 보면 촛불이 횃불이 되어 이 역사를 불 밝혀 가지 않겠니?

 내 미덥고 사랑하는 아들 새길이가 이해와 배려의 횃불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맺는다.


2014.6.7. 

                            아들을 믿고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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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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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kim youngju | 작성시간 14.06.08 여느 부모들이 하는 , 습관 처럼 '사랑하는 아들아'의 내면이 다른 정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아들이네요.역시 선생님의 자제분 답게 배려심이 많고 어른 공경하는 마음이 남다르네요. 또한 아들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절절히 느껴집니다.
  • 작성자myfrend | 작성시간 14.06.08 남을 배려하는 아들,따뜻한 사랑이 넘치는 엄마의 마음이 따뜻한 촛불처럼 훈훈하고 아름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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